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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노인이 되면 어디서 살 것인가]①
노인 1000만 시대…주거에 대한 정보 빈약
사회·국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

KB골든라이프케어의 도심형 요양시설 서초빌리지 내부 모습.[사진 KB손해보험]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2025년이면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20% 이상)로 진입한다. 곧 노인 1000만 시대가 열린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속도다. 인구가 빠르게 늙고 있는데 개인이나 국가 모두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는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도 하기 전에 얻은 타이틀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은퇴 이후의 늘어난 삶에 대해 고민과 불안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찍부터 노년의 삶을 계획하고 준비한 사람도, 준비할 시간도,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노인이 되어버린 사람도 모두 30년 이상을 노인으로 살아가는 게 ‘이생에 처음’이긴 마찬가지다. 필자도 걱정이 많다. 특히 선배들과 부모님 노년의 삶을 보면서 ‘미리 온 노년’을 아주 조금씩 때론 한꺼번에 목격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방영된 EBS 다큐 프로그램 제목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도 내가 우리 노년의 삶을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의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라는 주제로 시작한 3회 방송은 ‘마지막 집’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요양원과 요양병원, 시니어주택 그리고 자기가 거주하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어떤 선택도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노인들도 충분히 자기 주도적으로 노년의 삶을 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들의 소원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자식들 불편하지 않게 2~3일만 앓고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노인에 진입한 세대들은 조금 다르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에 들어가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시설에서의 거주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 노인 건강의 3대 요소는 醫(의료)-食-住이다. 정보화 시대에 맞게 노인들의 의료와 건강(섭취 포함) 관련 정보는 넘쳐난다.

그런데 ‘주거’에 대한 정보는 빈약하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도, 집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도 노년에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나 안내서는 찾아볼 수 없다. 연금 수령 방식이나 의료비 신청, 심지어 일자리 정보까지 다양한 정부의 프로그램과 지원이 있지만, 은퇴 후 어디가 살기 좋은지, 집을 처분하거나 새로운 집을 구하는 팁을 알려주는 노인들을 위한 특화된 정보나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젊은 시절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했던 이들은 은퇴 후 고향으로 귀촌해 노년을 맞았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들은 도시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도시 근교 세컨하우스를 제2의 인생으로 꿈꾸기도 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삶을 도시에서 보내지만 주말 등 2~3일을 농촌이나 지방에서 보내는 사람(5도2촌이라고 명명하기도 함)도 늘어나고 있다. 고급 시니어주택도 하나의 대안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부담스러운 비용, 폐쇄된 공동체를 이유로 꺼리고 있다.

대신 고급 시니어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지금 사는 주택에서 누릴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노인 전용 인테리어나 디자인·IoT 서비스·식사 서비스 같은 것들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도권 내 노인 주거정책은 아직 건강과 소득수준의 양극단에만 존재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더 많은 노년의 주거는 그야말로 아는 만큼, 준비한 만큼 해결하는 ‘각자도생’이다. 

첫 주택만큼 마지막 주택도 중요, 각자도생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함께 풀어야

TV에서 고급 시니어 주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봤다. 돈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다는 꽤 비싼 시니어주택이 주류를 이루지만, 공공 부분에서 공급되는 노인복지 주택도 있었다.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주로 공급되며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예비 고령자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나에게 딱 맞는 주택은 없어 보인다. 현재 시니어주택에 거주하거나 거주 예정인 사람들은 대부분 연금 수급자(공무원·군인·교원)들이다. 나 같은 국민연금 수급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비용보다 더 문제는 노인들끼리 집단으로 거주하는 것, 소규모 폐쇄된 커뮤니티 속에 갇히는 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노년의 삶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기존에 살던 지역에 주택을 규모·비용 면에서 최소화하고, 여러 도시에서 잠깐씩 살아보기(한 달 살기, 1년 살아보기)를 하며 자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살던 곳이 아니면 모든 것이 낯설고, 특히나 적절한 주거 공간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지방 도시의 단독주택은 대부분 노후화돼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수리 없이 들어가 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지방살이를 대부분 아파트에서 하려고 한다. 본인 소유의 집을 고쳐 살려고 해도 주택 개량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주택 개량 자금을 지원하거나 저리 융자를 해주고 있다. 노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내부 인테리어 공사부터 노인들에게 최적화된 가구나 IoT 시스템을 설치하는 일, 인근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나 프로그램을 공공 부분이 적극적으로 알선하고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노인가구들의 주택 보유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다는 이유로 노년의 주거 문제를 개인에게만 맡겨두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오래되고 손볼 곳이 많다. 집이 없는 경우는 더욱 힘들다. 민간 임대시장에서 종종 노인들이 임차를 거절당하는 사례(고독사 또는 독거사를 우려하여)도 있는데 어디다 하소연할 데가 없다. 노년의 삶이 길어지고 과거엔 없던 많은 선택지가 생겼지만 믿을만한 정보는 많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앞으로 3차례에 걸쳐, 나와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주택을 소개하려고 한다.(다음 편에 계속)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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