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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에서 기회 본 어느 금융그룹의 ‘안목’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은 아쉬움이 큰 대회임은 틀림없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보도됐듯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단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규모다. 선수단 규모가 대폭 줄어든 이유는 축구와 농구, 배구 등 상대적으로 출전 선수 수가 많은 구기 종목이 대거 본선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 구기 종목에서 여자 핸드볼만이 유일하게 본선에 출전한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외형을 제대로 갖춘 대회로 기대를 모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이 상당수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른 탓에 이번 올림픽에 거는 기대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기 종목들이 줄줄이 본선행에 실패하면서 파리올림픽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시들해진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를 후원한 기업들도 기대했던 후광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멀어진 올림픽 특수에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열기가 예년만 못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뜻밖의 혜안으로 미래를 내다본(?) 기업도 있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신한금융그룹이다. 그간 신한금융은 ‘비인기 종목’ 후원에 초점을 맞추고 마케팅을 펼쳐 왔다. 대표적인 종목은 브레이킹이다. ‘비보잉’으로 더 익숙한 브레이킹은 일반인에겐 낯선 비인기 종목이지만 이번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신한금융은 일찌감치 2021년 6월부터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브레이킹 국가대표팀을 후원해 왔다. 당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은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선정됐다는 보도를 접하자마자 후원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은 유명 스타나 인기 종목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 비인기·기초 종목으로도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그간의 스포츠 마케팅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비인기·비주류 종목에 투자해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에 주안점을 둔 모습이다.

비인기 종목에 주목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어쩐지 최근 금융권의 경영 상황과 닮았다. 전통적으로 예대마진 수익에 의지해 온 국내 금융그룹들은 수년 전부터 비이자수익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비이자이익은 자산관리(WM)·신용카드·외환·신탁·뱅킹(이체)·방카슈랑스·펀드 등을 통해 얻는 수수료이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금융그룹이 비이자이익에 집중하는 이유는 순이자마진 하락과 대면 영업 채널의 축소 등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더 이상 이자수익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까닭이다. 주력 수익원에서 벗어나 비주력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물론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올해 들어 금융그룹들의 수수료이익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도 영업환경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은 인기 종목이 대거 탈락하면서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던 비인기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얻었다. 뜻밖의 기회는 언제나 위기 속에 꽃피는 법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관행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혁신과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비인기 종목에서 기회를 본 신한금융의 안목이 작금의 위기를 넘는 혜안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도봉구청 브레이킹 실업팀 소속 김홍열(홍텐) 선수가 우리나라 최초로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자격을 확보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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