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책무구조도’ 제도 도입…금융 사고 줄어들까
[금융판 중대재해법 시행 그 후] ③
개별 임원에 담당 직무 내부통제 관리책임 배분
금융회사‧당국 갈등 예상…금융 혁신 저해 우려도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한 금융상품의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회사 내부자에 의한 거액 횡령 사고 등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에 따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개정돼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도입된 ‘내부통제 제도’를 대폭 손본 것이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책무구조도’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 ‘책무구조도’란 개별 임원에게 담당 직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책임을 배분하고, 사고 발생 시 명확하게 책임을 묻도록 하는 제도다. 새 제도 시행에 대비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의 요구에 따라 대형 로펌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22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때와 비슷한 현상이다.
임원에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부과…이사회 감시 강화
개정 법률의 핵심은 그간 금융회사에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만 규정하고 있었던 데서 나아가 임원에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를 부과한 것이다(제30조의2).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표이사가 개별 임원들에 대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제30조의3), 금융회사 전반의 내부통제 작동을 점검해 리스크에 대응해 시정·개선·조치하도록 했다(제30조의4). 또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이사회에 의한 내부통제 감시를 강화했다(제22조의2 등).
임원 별로 책무의 누락·중복·편중이 없도록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이는 향후 금융사고 등 발생 시 내부통제 위반 책임의 근거가 된다. 임원과 대표이사 등이 부여받은 책무를 위반했을 때는 ▲해임요구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경고 ▲주의 등 행정제제를 받게 된다(제35조의 2 제1항). 별도로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책무구조도는 2016년 영국에서 도입한 ‘책임지도’(responsibilities map)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2017년 홍콩, 2018년 싱가포르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도입됐다.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지만, 책무구조도는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낯선 제도다.
책무구조도 도입이 금융사고 방지 등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게 될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회사 자체의 내부통제 노력이 강화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우선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대표이사 등의 책임과 관련한 금융회사와 금융당국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입법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은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책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금융회사 임원들이 과도한 처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아무리 내부통제를 강화하더라도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사고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제재가 전제된 책무구조도 도입이 혁신과 경영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강하다. 임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의사결정 대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판단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소통 통해 부작용 최소화해야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이상, 금융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은 항상 따라다니게 됐다. 그렇다면 금융회사의 임원과 대표이사 등은 언제·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금융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30조의4에서 정한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대표이사 등은 임직원이 내부통제기준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고시스템을 구축하며,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과 대통령령에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30조의4에서 열거한 사항들을 평소 충실히 이행한다면, 만약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도 감경 또는 면책받을 수 있다. 위반행위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다해 관리의무를 수행했는지 여부 등을 참작해 제재 수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제35조의2 제2항).
세계 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족쇄에 묶여있던 금융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핀테크(Fin-Tech)가 전통 금융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도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 만에 100억 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 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어떤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경쟁에 한참 뒤처져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내부통제의 효과적 작동과 금융사고 예방이라는 책무구조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금융회사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실효적으로 작동돼 금융권 사건·사고의 탈출구가 될 것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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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률 개정으로 ‘책무구조도’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 ‘책무구조도’란 개별 임원에게 담당 직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책임을 배분하고, 사고 발생 시 명확하게 책임을 묻도록 하는 제도다. 새 제도 시행에 대비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의 요구에 따라 대형 로펌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22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때와 비슷한 현상이다.
임원에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부과…이사회 감시 강화
개정 법률의 핵심은 그간 금융회사에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만 규정하고 있었던 데서 나아가 임원에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를 부과한 것이다(제30조의2).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표이사가 개별 임원들에 대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제30조의3), 금융회사 전반의 내부통제 작동을 점검해 리스크에 대응해 시정·개선·조치하도록 했다(제30조의4). 또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이사회에 의한 내부통제 감시를 강화했다(제22조의2 등).
임원 별로 책무의 누락·중복·편중이 없도록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이는 향후 금융사고 등 발생 시 내부통제 위반 책임의 근거가 된다. 임원과 대표이사 등이 부여받은 책무를 위반했을 때는 ▲해임요구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경고 ▲주의 등 행정제제를 받게 된다(제35조의 2 제1항). 별도로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책무구조도는 2016년 영국에서 도입한 ‘책임지도’(responsibilities map)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2017년 홍콩, 2018년 싱가포르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도입됐다.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지만, 책무구조도는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낯선 제도다.
책무구조도 도입이 금융사고 방지 등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게 될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회사 자체의 내부통제 노력이 강화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우선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대표이사 등의 책임과 관련한 금융회사와 금융당국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입법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은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책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금융회사 임원들이 과도한 처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아무리 내부통제를 강화하더라도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사고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제재가 전제된 책무구조도 도입이 혁신과 경영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강하다. 임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의사결정 대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판단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소통 통해 부작용 최소화해야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이상, 금융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은 항상 따라다니게 됐다. 그렇다면 금융회사의 임원과 대표이사 등은 언제·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금융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30조의4에서 정한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대표이사 등은 임직원이 내부통제기준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고시스템을 구축하며,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과 대통령령에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30조의4에서 열거한 사항들을 평소 충실히 이행한다면, 만약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도 감경 또는 면책받을 수 있다. 위반행위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다해 관리의무를 수행했는지 여부 등을 참작해 제재 수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제35조의2 제2항).
세계 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족쇄에 묶여있던 금융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핀테크(Fin-Tech)가 전통 금융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도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 만에 100억 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 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어떤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경쟁에 한참 뒤처져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내부통제의 효과적 작동과 금융사고 예방이라는 책무구조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금융회사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실효적으로 작동돼 금융권 사건·사고의 탈출구가 될 것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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