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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검사로 ‘희귀질환’ 안다…해외 진출하는 쓰리빌리언 [이코노 인터뷰]

매출 성장 흐름이 역량…올해 7월 상장예심 통과
환자 유전자 변이 찾아내 질환 될 가능성 예측해
치료제 없는 희귀질환…후보물질 이전 사업 준비

금창원 쓰리빌리언(3billion)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기계는 고장 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외모와 성격, 성별, 인종 등을 결정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다양한 희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희귀질환의 원인이 되는 새로운 유전자가 매년 200여 개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런 희귀질환은 치료제는 물론 진단조차 어려울 때가 잦다.

환자가 희귀질환을 진단받기 위한 과정이 험난해서다. 미국의 경우 희귀질환 환자가 해당 질환을 가졌다고 진단받기까지 6년가량이 걸린다. 희귀질환 진단을 위해 환자가 거치는 병원의 수는 17개 정도다. 환자가 희귀질환을 진단받기까지 소모되는 비용은 인당 3억원 수준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희귀질환 환자 진단과 치료 등에 매년 1300조원이 투입된다.

단 한 번의 유전자 검사로 여러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는 이런 이유에서 희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첫 창업은 2016년으로 미국의 희귀질환 환자 150명을 모집해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했다. 문제는 서비스를 제공한 다음이었다.

서울 강남구 쓰리빌리언 본사에서 만난 금 대표는 “희귀질환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모르는 변이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통상 10만개의 변이가 발견되는데, 사람마다 변이가 발생한 유전자가 다 다르다”고 했다. 연구진이 10만개의 변이를 하나하나 살펴볼 수는 없다. 금 대표는 인공지능(AI)에서 해답을 찾았다. 

유전자 변이, 어떤 질병될까

쓰리빌리언은 AI 기술로 희귀질환을 일으킬 유전자 변이를 찾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정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변이 자체를 검사 한 번으로 모두 찾아낸다. 쓰리빌리언이 찾아낸 유전자 변이가 질환의 원인일 확률은 상위 5개 후보 질환에 대해 98% 정도다. 후보 질환의 수를 늘리면, 이는 100% 가까이 오른다.

쓰리빌리언은 서비스를 통해 추출한 유전자 변이와 후보 질환을 임상검증부서의 최종 검수를 거쳐 의료기관에 제공한다. 금 대표는 “전장 유전체(whole-genome) 검사를 하면 유전자 변이만 500만개가 나온다”며 “쓰리빌리언의 서비스를 사용하면 연구진이 (500만개가 아닌) 5개의 변이 정도만 살펴봐도 98%의 확률로 질환 진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기에 쓰이는 핵심 기술은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기술과 유전자 변이가 어떤 질환의 원인이 될지 예측하는 기술이다. 금 대표는 2017년 창업 초기 이런 기능을 수행할 유전자 변이 병원성 예측기 쓰리씨넷(3Cnet)의 초기 모델(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2020년 해당 모델을 공개했다. 쓰리씨넷을 활용해 환자의 증상과 질환을 연결하는 쓰리애스크(3ASC)도 개발했다.

금창원 쓰리빌리언(3billion)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쓰리빌리언은 올해 말 쓰리씨넷을 들고 세계적인 AI 대회 케이지에 참가한다.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도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대규모로 예측하는 ‘알파미스센스’로 이 대회에 참석한다. 이 대회가 쓰리씨넷의 기술력 검증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금 대표는 “쓰리씨넷은 2년 전 열린 AI 희귀질환 경진대회에서 딥마인드보다 앞선 성능을 보였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상장 딛고 미국·중동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쓰리빌리언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의료진이 많다. 쓰리빌리언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매출의 67%를 해외에서 올렸다. 매출의 상당수는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구 수가 많은 국가의 매출 비중이 높다. 쓰리빌리언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지역도 60여 개 국가에 달한다.

쓰리빌리언의 2023년도 매출은 2022년의 3배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지난해 대비 3배 수준 뛰었다. 매출이 꾸준히 나고 있어 최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도 여유롭게 통과했다. 기업 목표는 100만원대 수준의 희귀질환 진단 제품을 5년 이내 10만건 이상 제공하는 일이다. 10년 안에는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1000여 개를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다.

유전자 진단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 진출하기는 숙제다. 이와 관련 금 대표는 상장 자금의 일부를 미국 진출에 쓸 계획이다. 금 대표는 “희귀질환 진단용 유전자 검사 시장의 규모는 세계적으로 2000만건 수준”이라며 “미국 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현지 지점(branch)을 마련해 거점으로 삼는 등 올해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시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중동 시장도 쓰리빌리언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쓰리빌리언은 유전질환 비중이 큰 중동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35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자 진단 정부 사업 입찰에 지원한 상태다. 쓰리빌리언은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내 330여 개 기관에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 검사를 공급하는 43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질병 예측서 신약 개발로

금 대표는 쓰리빌리언을 통해 신약 개발에도 도전한다. 희귀질환의 95%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신약을 개발해 수익을 내겠다는 목적은 아니다. AI 기술로 병인성이 의심되는 유전자 변이를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을 보유한 만큼, 해당 유전자 변이로 인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물질을 찾아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한다는 구상이다.

금 대표는 “쓰리빌리언이 보유한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표적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희귀질환은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아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치료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스크리닝과 표적 발굴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의 방식보다 2~3배 정도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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