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향응' 감리 비리로 다시 드러난 '순살 아파트'
감사원, LH 실태 감사 결과…100곳 중 23곳 부실 설계·시공
LH 직원 등 5명 검찰수사 요청
전관업체 상품권 수수 등 37명 비위 적발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공공주택사업지구 가운데 23개 지구(22.5%)에서 철근이 누락된 부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 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순살 아파트’라는 오명이 나왔는데, 이런 부실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 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구조 건설 자재인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 강화 공법’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전단보강근)을 더 튼튼하게 감아줘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건물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도 이렇게 벌어졌다.
당시 사고로 촉발된 이번 감사를 통해 16개 지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나머지 7개 지구는 시공 단계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최병철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 감사관은 “LH는 구조 지침과 도면의 비교를 통해 부실시공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는 등 검수·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했다”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는 시공사에 전단보강근의 설치 필요성과 시공 방법 등도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설계·시공 오류를 가중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도 했다.
건축사무소가 무량판 구조 설계 용역에서 규정과 다르게 구조 계산과 도면 작성을 분리하고 승인받지 않은 업체에 하도급·재하도급하는 과정에서 부실과 오류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사무소는 하도급 대금을 실제 지급액보다 많이 지급한 것처럼 은행 거래 명세를 변조해 LH에 제출하고, 하도급업체에 지급한 돈 일부를 되돌려 받기도 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LH와 LH 출신이 있는 ‘전관 업체’ 끼리 유착하는 실태도 드러났다. LH는 전관 업체의 설계 오류를 확인하고도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미흡통지서를 받아야 할 전관 업체에는 안건 자체를 상정하지 않거나 검토를 소홀히 하는 방식으로 통지서를 발급하지 않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LH에 소속 직원 37명에 대해 문책·주의를 요구하거나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또 검찰에 LH 전·현직 직원 각 1명과 업체 소속 민간인 3명 등 총 5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고, 7개 민간 업체에 대한 수사 참고 자료를 함께 보냈다. LH에는 미흡한 제도와 지적된 문제 9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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