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우리 꺼 아니었나요?”…현지인 마음 파고든 오리온 과자
[‘30년 뚝심’ 오리온의 해외 성공신화]②
현지 특화 제품으로 시장 안착
연구개발·설비투자 등 적극 나서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는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던 식품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풍부한 인구를 등에 업고 급속 성장했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우리의 먹거리를 해외시장에 선보이고 판매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제조분야에서 정상을 찍었지만 먹거리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각 나라마다 먹는 것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몇십 년 전부터 기업들은 장시간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을 외쳐왔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한 회사는 아직 드물다. 이런 측면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성공 사례는 국내 유통업을 넘어 여러 기업들에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리온의 히트 과자들이 어떻게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자국 과자로 뿌리내렸는지 알아봤다.[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중국에서는 초코파이의 현지 제품명인 ‘하오리요우’가 ‘절친’(좋은 친구)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 사전에도 없는 이 단어는 오리온 중국 법인이 ‘하오리요우, 좋은 친구’라는 슬로건을 장기간 홍보한 결과물이다. 마치 국내 소비자들이 반창고를 구매할 때 특정 기업명을 붙여 “ㅇㅇ밴드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초코파이가 현지인들의 마음 속 깊이 뿌리내렸다는 얘기다.
‘입맛·취향저격’ 현지화 전략 통했다
오리온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제품은 ▲초코파이 ▲오!감자 ▲스윙칩 ▲예감 ▲고래밥 ▲포카칩 ▲마이구미 ▲카스타드 ▲초코송이 등 총 9종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오리온의 판매 전략이다. 이 회사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식품업체들처럼 동일한 제품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현지화) 전략을 활용했다.
오리온은 1993년 첫 해외 시장 진출 이래로 줄곧 현지 시장에 특화된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세계는 넓고 인종은 다양하며 입맛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펼쳤다. 오리온 중국법인의 매출 1위 제품인 야투도우(오!감자)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2006년 중국에 데뷔한 오!감자는 2016년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단일 국가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현지에서 연매출 217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 없는 토마토·스테이크·허니버터·치킨맛을 다양하게 내놓으며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결과다.
오리온의 맛 개발 원칙은 철저한 현지화다. 중국 사람들이 토마토를 활용해 스튜를 만들거나 얇게 썰어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오!감자 토마토맛 등을 출시했다는 게 오리온 측 설명이다. 오리온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토마토 양념을 만들기 위해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감미료 회사의 양념을 모두 연구했다.
오리온은 현지인들의 식습관에도 주목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주식이 쌀국수라는 점을 착안해 쌀과자 안(An), 양산빵 쎄봉(Cest Bon) 등을 출시했다. 특히 쌀과자 안은 오롯이 베트남 현지인을 공략하기 위해 2년간 개발해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이상 늘어날 정도로 현지 반응이 긍정적이다.
오리온이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 잼을 활용해 선보인 러시아 맞춤형 초코파이도 마찬가지다. 차(tea)와 케이크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한 러시아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내용물이 담긴 초코파이를 현지 생산 및 판매한 것이다. 현재 오리온의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하는 곳이 러시아다. 12종의 러시아 초코파이는 현지인들이 차와 함께 곁들이는 대표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리온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현지에서 원재료를 직접 조달한다는 것이다. 오리온은 2008년부터 베트남 농가와 재배 계약을 맺고 고품질의 현지 감자를 조달해 관련 제품 생산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오리온의 현지 감자 사용률은 30%에 달한다. 이를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아낌없는 연구개발·설비투자 빛난다
오리온이 이처럼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및 생산설비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관련 지표 등을 보면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더 공격적임을 알 수 있다.
오리온은 2017년 R&D 역량 및 글로벌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법인을 헤드쿼터로 뒀다. 글로벌 통합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법인별 R&D 노하우를 공유하고, 각국 소비자 특성에 맞춘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체 법인의 연구인력은 총 143명이다. 국내보다 해외 연구인력이 더 많다. 오리온의 법인별 연구인력은 ▲한국 56명 ▲중국 41명 ▲베트남 30명 ▲러시아 12명 ▲인도 4명 등이다.
오리온의 생산설비도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오리온의 해외 생산공장은 ▲중국(랑팡·상해·광주·심양공장) ▲러시아(트베르·트베르2·노보시비르스크공장) ▲베트남(미폭·옌퐁공장) 등 9곳이다. 국내 생산공장(익산2~3·청주4~5·안산)은 해외보다 적은 5곳이다.
적극적인 투자도 오리온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최근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 등 해외법인 설비 확충에 약 1000억원을 투입했다. 중국에 젤리 수요가 증가하자 오리온은 관련 라인을 증설하고 젤리 라인업을 확대했다. 비건육포 등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도 단행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 쌀과자·비스킷·파이 신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도 추가로 구축했다. 러시아 및 인도의 경우 파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신규 라인을 구축하고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도 오리온은 해외법인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오리온은 지난달 중국에 약 200억원을 투자해 심양공장 내 감자플레이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오리온은 중국에 감자창고도 건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매출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오!감자·예감·고래밥 등 감자스낵 원료의 자체 생산능력을 더욱 견고히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은 올해 안으로 베트남 하노이 옌퐁공장도 증축·증설할 계획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에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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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중국에서는 초코파이의 현지 제품명인 ‘하오리요우’가 ‘절친’(좋은 친구)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 사전에도 없는 이 단어는 오리온 중국 법인이 ‘하오리요우, 좋은 친구’라는 슬로건을 장기간 홍보한 결과물이다. 마치 국내 소비자들이 반창고를 구매할 때 특정 기업명을 붙여 “ㅇㅇ밴드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초코파이가 현지인들의 마음 속 깊이 뿌리내렸다는 얘기다.
‘입맛·취향저격’ 현지화 전략 통했다
오리온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제품은 ▲초코파이 ▲오!감자 ▲스윙칩 ▲예감 ▲고래밥 ▲포카칩 ▲마이구미 ▲카스타드 ▲초코송이 등 총 9종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오리온의 판매 전략이다. 이 회사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식품업체들처럼 동일한 제품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현지화) 전략을 활용했다.
오리온은 1993년 첫 해외 시장 진출 이래로 줄곧 현지 시장에 특화된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세계는 넓고 인종은 다양하며 입맛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펼쳤다. 오리온 중국법인의 매출 1위 제품인 야투도우(오!감자)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2006년 중국에 데뷔한 오!감자는 2016년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단일 국가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현지에서 연매출 217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 없는 토마토·스테이크·허니버터·치킨맛을 다양하게 내놓으며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결과다.
오리온의 맛 개발 원칙은 철저한 현지화다. 중국 사람들이 토마토를 활용해 스튜를 만들거나 얇게 썰어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오!감자 토마토맛 등을 출시했다는 게 오리온 측 설명이다. 오리온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토마토 양념을 만들기 위해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감미료 회사의 양념을 모두 연구했다.
오리온은 현지인들의 식습관에도 주목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주식이 쌀국수라는 점을 착안해 쌀과자 안(An), 양산빵 쎄봉(Cest Bon) 등을 출시했다. 특히 쌀과자 안은 오롯이 베트남 현지인을 공략하기 위해 2년간 개발해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이상 늘어날 정도로 현지 반응이 긍정적이다.
오리온이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 잼을 활용해 선보인 러시아 맞춤형 초코파이도 마찬가지다. 차(tea)와 케이크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한 러시아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내용물이 담긴 초코파이를 현지 생산 및 판매한 것이다. 현재 오리온의 해외법인 중 가장 많은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하는 곳이 러시아다. 12종의 러시아 초코파이는 현지인들이 차와 함께 곁들이는 대표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리온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현지에서 원재료를 직접 조달한다는 것이다. 오리온은 2008년부터 베트남 농가와 재배 계약을 맺고 고품질의 현지 감자를 조달해 관련 제품 생산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오리온의 현지 감자 사용률은 30%에 달한다. 이를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아낌없는 연구개발·설비투자 빛난다
오리온이 이처럼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및 생산설비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관련 지표 등을 보면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더 공격적임을 알 수 있다.
오리온은 2017년 R&D 역량 및 글로벌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법인을 헤드쿼터로 뒀다. 글로벌 통합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법인별 R&D 노하우를 공유하고, 각국 소비자 특성에 맞춘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체 법인의 연구인력은 총 143명이다. 국내보다 해외 연구인력이 더 많다. 오리온의 법인별 연구인력은 ▲한국 56명 ▲중국 41명 ▲베트남 30명 ▲러시아 12명 ▲인도 4명 등이다.
오리온의 생산설비도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오리온의 해외 생산공장은 ▲중국(랑팡·상해·광주·심양공장) ▲러시아(트베르·트베르2·노보시비르스크공장) ▲베트남(미폭·옌퐁공장) 등 9곳이다. 국내 생산공장(익산2~3·청주4~5·안산)은 해외보다 적은 5곳이다.
적극적인 투자도 오리온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최근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 등 해외법인 설비 확충에 약 1000억원을 투입했다. 중국에 젤리 수요가 증가하자 오리온은 관련 라인을 증설하고 젤리 라인업을 확대했다. 비건육포 등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도 단행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 쌀과자·비스킷·파이 신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도 추가로 구축했다. 러시아 및 인도의 경우 파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신규 라인을 구축하고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도 오리온은 해외법인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오리온은 지난달 중국에 약 200억원을 투자해 심양공장 내 감자플레이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오리온은 중국에 감자창고도 건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매출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오!감자·예감·고래밥 등 감자스낵 원료의 자체 생산능력을 더욱 견고히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은 올해 안으로 베트남 하노이 옌퐁공장도 증축·증설할 계획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에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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