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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판도라 상자’…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연쇄 공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배터리 제조사 공개
BMW·벤츠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 동참
정부는 배터리 정보 자발적 공개 권고

지난 1일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소방관들이 진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이어 수입차 업계까지 배터리 제조사를 하나, 둘 공개하기 시작했다. 명목은 ‘고객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다. 사실상 발단은 최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다.

해당 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자구책으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 방안을 택했다. 

13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배터리 제조사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간 벤츠코리이는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인천 청라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화재 전기차 수입사다.

이날 공개된 차종은 전기차 8대다. 지난 1일 화재가 났던 차량 EQE 350+에 탑재된 배터리는 파라시스 제품이다. 2022년식부터 2024년식까지 모든 차량에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됐다. 이에 더해 ▲EQE 53 4MATIC+ ▲EQE 350 4MATIC ▲EQE 500 4MATIC SUV ▲EQS 350에 모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EQE 300의 경우 CATL 배터리가 적용됐다.

EQC모델의 경우 2020년식부터 2021년식 까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됐다. EQA 모델의 경우 2021년식부터 2022년식까지 CATL 배터리가 사용됐다. 이후 2023년식부터 2024년식은 SK온의 모델이 사용됐다. EQB 모델에는 SK온 배터리가 각각 탑재됐다.

파라시스는 중국 배터리 업체다. 벤츠 EQE에 들어간 파라시스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배터리다. 해당 배터리는 지난 2021년 중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리콜을 실시해 품질 우려까지 제기된 바 있다.

CATL도 중국 배터리 업체다. 지난 2011년 창립한 CATL은 글로벌 1위 배터리 제조업체로 아직까지 화재가 발생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코리아와 함께 수입차 1,2위를 다투는 BMW코리아는 수입차 중 처음으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난 12일 BMW코리아는 홈페이지에 ‘BMW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안내’ 항목을 통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밝혔다.

BMW코리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X1과 iX3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 다른 전기 SUV인 iX xDrive50과 iX M60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됐다. 전기 세단 모델의 경우 ▲i4(eDrive40·M50) ▲i5(eDrive40·M60) ▲i7(xDrive60·M70) 모두 삼성SDI가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번 연쇄 배터리 공개와 관련해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업체는 현대차그룹이다. 지난 10일 현대자동차는 자사 홈페이지에 현대차 10종과 제네시스 3종 등 총 13종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를 전면 공개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제조사 목록에 따르면 소형 SUV ‘코나 일렉트릭’ 2세대에는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그 외 나머지 12종에는 모두 SK온 및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적용됐다.

차종별로 보면 ▲구형 아이오닉 ▲1세대 코나 일렉트릭 ▲캐스퍼 일렉트릭은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들어갔다. 제네시스 전기차 ▲GV60 ▲GV70 ▲G80 전동화 모델과 ▲아이오닉5 ▲ST1 ▲포터 EV에는 SK온 배터리가 들어갔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에 동참했다. 기아는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자사 전기차 7종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밝혔다.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다.

공개 대상은 단종된 쏘울EV를 포함해 전용 전기차 ▲EV3 ▲EV6 ▲EV9 ▲니로EV ▲레이EV ▲봉고Ⅲ EV 등 총 7종이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출시된 레이EV와 니로EV 일부 모델(SG2)에는 중국 CATL의 배터리가 적용됐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생산된 ▲레이EV와 ▲EV6 ▲EV9에는 SK온의 배터리가 적용됐다.

최근 출시된 EV3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들어갔다. 나머지 ▲니로EV 모델(DE) ▲봉고Ⅲ EV ▲쏘울EV에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이원화돼 적용됐다.

13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전기차 안전 관련 관계부처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자동차 업계의 배터리 공개 움직임에 정부도 거든다. 정부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각 제작사에서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 및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조치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각 부처에서 지금까지 점검·검토해온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시설의 안전성 강화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시스템 구축 ▲지하 주차시설에 대한 다양한 안전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전기차 소유주의 화재불안 우려 경감을 위해 전기차 특별 무상점검과 함께, 그간 비공개해왔던 국내 보급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모든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동주택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화재대응 취약요인에 대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긴급점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대책은 국민의 일상생활 속 안전과 직결된 사항인 만큼 대책 발표 이전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사항들은 조속히 시행하고, 개선방안은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토해 줄것”을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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