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인기 넘보는 김치·빼빼로…글로벌 홀리는 K-푸드
[‘30년 뚝심’ 오리온의 해외 성공신화]④
현지화 초점 맞춘 식품사들,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강화
롯데웰푸드·대상·풀무원 등 해외 입점·생산거점 확보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는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던 식품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풍부한 인구를 등에 업고 급속 성장했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우리의 먹거리를 해외시장에 선보이고 판매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제조분야에서 정상을 찍었지만 먹거리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각 나라마다 먹는 것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몇십 년 전부터 기업들은 장시간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을 외쳐왔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한 회사는 아직 드물다. 이런 측면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성공 사례는 국내 유통업을 넘어 여러 기업들에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리온의 히트 과자들이 어떻게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자국 과자로 뿌리내렸는지 알아봤다.[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K-푸드의 글로벌 인기에 국내 식품 기업이 분주해졌다. 내수 부진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던 식품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고공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사 실적이 이제 해외 매출에 좌우되는 상황이 되면서 기업마다 각국의 문화와 소비자 기호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는 모습이다. 식품 기업들은 해외 핵심 시장으로 부상한 미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와 유럽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토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3조 클럽’ 달성 배경엔 ‘글로컬라이제이션’
에프앤가이드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식품사들은 역대급 실적 달성이 전망된다. 연 매출 3조원 이상인 ‘3조 클럽’에 속하는 기업 수와 매출액이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2022년 7개사였던 3조 클럽 식품사는 지난해 9개사로 늘었고 올해는 11개사에 달할 전망이다. 3조 클럽에 속한 기업들의 총 연간 매출도 50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 식품사가 매출 신기록을 쓴 배경은 해외에서 K-푸드 판매량이 급증한 효과다. 글로벌 전략 제품이 미주 지역 가공식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데다, 호주와 유럽 등 신규 진출 국가에서도 주요 유통망에 입점하는 등 해외 식품 사업이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간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식품사들의 노력도 이제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 전략을 실현시킨 결과다. 라면·김치·스낵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들의 브랜드 파워가 높아지고, 현지에서 국민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단순 수출을 넘어 맛부터 원료, 마케팅까지 철저하게 현지화한 식품사들의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K-푸드, 현지화 전략으로 도약
식품사들은 제품과 마케팅, 영업·유통의 현지화 및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컬라이제이션에 나서고 있다. 또 해외 대규모 생산 거점을 마련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근방 타 국가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웰푸드는 대표 스낵 ‘빼빼로’를 내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해외 판매 채널을 확대, 해외 생산 라인을 추가 구축해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첫 번째 빼빼로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인도 현지 법인인 ‘롯데 인디아’(LOTTE India)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롯데웰푸드는 식문화와 기후에 따른 취식 환경 등을 반영한 현지화 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당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는 “초코파이에 이어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빼빼로를 앞세워 인도시장 내 롯데 브랜드력 제고와 매출 확대를 목표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김치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대상의 ‘종가’는 김치의 세계화를 목표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루텐프리(무글루텐), 비건 등 현지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종가는 서구권 현지 맞춤 김치를 내놓고 있다. 비건 김치·백김치·비트김치·양배추김치 등을 생산 중이다. 또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을 위해 ‘마일드 김치’를 선보였으며, 비건 소비자를 고려해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버전으로도 출시했다.
대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유럽에도 김치 생산 설비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북부 하이즈엉성과 흥옌성 생산 공장에 김치 제조 공정을 설립했다. 유럽 폴란드 크라쿠프 김치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며 2030년까지 연간 3000톤(t) 이상의 김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관계를 강화, 현지 공장 설립으로 원가와 물류비를 대폭 절감시키며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 식품인 두부는 미국에서 현지화 전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두부의 단백질 함량을 1.8배 이상 높인 ‘하이 프로테인 두부’(High Protein Tofu), 경도를 국내 두부보다 2~4배 높여 물성이 단단한 ‘슈퍼 펌 두부’(Super Firm Tofu), 콩냄새를 없애고 소스를 넣어 구운 다양한 시즈닝 두부 등 미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기준 8년 연속 미국 두부시장 점유율(67%)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증가하는 현지 두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풀무원은 현재 미국 서부에 1곳(캘리포니아주 풀러튼), 동부에 2곳(매사추세츠주 아이어, 뉴욕주 타판)에서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 미국법인은 향후에도 추가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를 통해 현지 대응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성장 한계에 놓인 내수 시장보다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는 게 낫다고 판단, 현지화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특히 지난해 식품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현지 생산기지 증설 등 투자에 대해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도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해외 현지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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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K-푸드의 글로벌 인기에 국내 식품 기업이 분주해졌다. 내수 부진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던 식품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고공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사 실적이 이제 해외 매출에 좌우되는 상황이 되면서 기업마다 각국의 문화와 소비자 기호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는 모습이다. 식품 기업들은 해외 핵심 시장으로 부상한 미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와 유럽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토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3조 클럽’ 달성 배경엔 ‘글로컬라이제이션’
에프앤가이드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식품사들은 역대급 실적 달성이 전망된다. 연 매출 3조원 이상인 ‘3조 클럽’에 속하는 기업 수와 매출액이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2022년 7개사였던 3조 클럽 식품사는 지난해 9개사로 늘었고 올해는 11개사에 달할 전망이다. 3조 클럽에 속한 기업들의 총 연간 매출도 50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 식품사가 매출 신기록을 쓴 배경은 해외에서 K-푸드 판매량이 급증한 효과다. 글로벌 전략 제품이 미주 지역 가공식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데다, 호주와 유럽 등 신규 진출 국가에서도 주요 유통망에 입점하는 등 해외 식품 사업이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간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식품사들의 노력도 이제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 전략을 실현시킨 결과다. 라면·김치·스낵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들의 브랜드 파워가 높아지고, 현지에서 국민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단순 수출을 넘어 맛부터 원료, 마케팅까지 철저하게 현지화한 식품사들의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K-푸드, 현지화 전략으로 도약
식품사들은 제품과 마케팅, 영업·유통의 현지화 및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컬라이제이션에 나서고 있다. 또 해외 대규모 생산 거점을 마련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근방 타 국가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웰푸드는 대표 스낵 ‘빼빼로’를 내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해외 판매 채널을 확대, 해외 생산 라인을 추가 구축해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첫 번째 빼빼로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인도 현지 법인인 ‘롯데 인디아’(LOTTE India)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롯데웰푸드는 식문화와 기후에 따른 취식 환경 등을 반영한 현지화 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당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는 “초코파이에 이어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빼빼로를 앞세워 인도시장 내 롯데 브랜드력 제고와 매출 확대를 목표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김치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대상의 ‘종가’는 김치의 세계화를 목표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루텐프리(무글루텐), 비건 등 현지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종가는 서구권 현지 맞춤 김치를 내놓고 있다. 비건 김치·백김치·비트김치·양배추김치 등을 생산 중이다. 또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을 위해 ‘마일드 김치’를 선보였으며, 비건 소비자를 고려해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버전으로도 출시했다.
대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유럽에도 김치 생산 설비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북부 하이즈엉성과 흥옌성 생산 공장에 김치 제조 공정을 설립했다. 유럽 폴란드 크라쿠프 김치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며 2030년까지 연간 3000톤(t) 이상의 김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관계를 강화, 현지 공장 설립으로 원가와 물류비를 대폭 절감시키며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 식품인 두부는 미국에서 현지화 전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두부의 단백질 함량을 1.8배 이상 높인 ‘하이 프로테인 두부’(High Protein Tofu), 경도를 국내 두부보다 2~4배 높여 물성이 단단한 ‘슈퍼 펌 두부’(Super Firm Tofu), 콩냄새를 없애고 소스를 넣어 구운 다양한 시즈닝 두부 등 미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기준 8년 연속 미국 두부시장 점유율(67%)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증가하는 현지 두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풀무원은 현재 미국 서부에 1곳(캘리포니아주 풀러튼), 동부에 2곳(매사추세츠주 아이어, 뉴욕주 타판)에서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 미국법인은 향후에도 추가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를 통해 현지 대응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성장 한계에 놓인 내수 시장보다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는 게 낫다고 판단, 현지화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특히 지난해 식품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현지 생산기지 증설 등 투자에 대해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도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해외 현지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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