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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줍줍’은 넣고 본다”…정부 청약제도 개편 검토, ‘가점’ 문제 지적도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1명 모집에 294만명 몰려
20억 시세차익 ‘래미안 원펜타스’ 당첨 후 50가구 빈자리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 안에 설치된 재건축단지 모형[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가 제도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5일 “청약 시장이 과열된 상태에서 현행 (무순위 청약)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지 문제 의식을 갖고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순위 청약은 기존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자로 드러나 잔여 물량이 생기면 입주자를 다시 선정하는 제도다. 지난 2021년 5월 부동산 시장 과열로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무순위 청약 지원 자격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제한했었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미분양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2월 28일부터 이런 제한을 풀었다. 보유 주택 수나 거주지 등에 관계없이 사실상 누구나 ‘민영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세가 이어지고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청약 가입자들이 무순위 청약으로 몰리는 일이 계속되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 1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294만478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해당 아파트 현재 시세는 15억원 수준인데 분양가는 4억8200만원이어서 당첨되면 약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또 청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고 실거주 의무와 전매제한을 적용받지 않아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릴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7월 29일,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국부동산원은 청약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이날 접수를 진행한 9개 아파트 단지 마감 시간을 기존 17시30분에서 23시로 연장했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은 예정했던 접수 기간이 당일 하루였지만, 하루 더 연장해 30일 17시30분까지 접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영주택 무순위 청약 요건을 공공주택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 예상한다. 공공주택의 경우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에 신청할 수 있다.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 무순위 청약을 제외한 계약취소주택 4가구(신혼부부 특별공급 2가구, 일반공급 2가구) 모집에는 5만3888명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특별공급은 화성시에 거주하는 무주택 가구 구성원, 혼인 기간 7년 이내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일반공급 역시 화성시 거주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당첨되면 재당첨 제한 10년이 적용된다. 

7월 29일 오후 한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 팝업창에 '대기자 108만명 이상, 예상 대기시간 300시간 이상' 등의 내용과 함께 예상 대기시간은 단순 실제 대기시간과 다르다는 안내문이 떠 있다. [사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캡처]

당첨되면 ‘인생역전’…청약 제도 개선 필요 목소리↑  


‘청약 가점 제도’에 대한 조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청약 제도는 가점이 높을수록 당첨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점수를 높이기 위해 위장 전입 등 가점 부풀리기 시도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서 공급된 ‘래미안 원펜타스’에는 가점 만점자가 3명이 나오는 등 관심이 집중됐는데, 정부는 당첨자를 포함해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청약 가점 만점 요건을 채우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이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청약 가점 만점을 받으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등의 조건을 채워야 한다.

이후 부적격‧계약 포기 등으로 50가구의 잔여 물량이 나오며 다시 한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23일 래미안원펜타스 분양 홈페이지에 따르면 부적격 및 계약 포기 등으로 나온 잔여 세대는 특별공급 29가구, 일반공급 21가구 등으로 집계됐다. 일반분양 전체 물량이 292가구였던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규모의 잔여 물량이 나온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당첨되면 20억원가량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아파트였지만 부정 청약에 대한 정부의 전수 조사 예고, 20억원을 웃도는 높은 분양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해당 아파트가 후분양으로 공급된 탓에 자금 마련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무주택자에게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청약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지금은 당첨만 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로또처럼 성격이 변질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과도한 부의 쏠림 문제를 해결해 (청약 제도가) 원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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