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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사장의 절규...“배달업, 이대로 가면 공멸”[이코노 인터뷰]

[소상공인에게 ‘독’ 된 배달 서비스]③
황지웅 점주협의회 회장 전화 인터뷰
“무료 배달이 문제...배달비 부담 입점업체에 모두 전가”
“이러다 공멸은 시간 문제...엑시트가 목표인가 생각도”

2010년 국내 배달플랫폼(배달앱)이 처음 등장한 이후 클릭 몇 번으로 음식 주문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이런 편의성은 매월 수천만명이 배달앱을 이용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배달 서비스는 플랫폼과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가 만족한 서비스인 듯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배달앱에 내야하는 수수료가 꾸준히 오르며 소상공인들은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업주들은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인상 및 배달비 전가 등의 횡포를 견디며 오늘도 억지로 배달앱 주문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러다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한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상생협의체 출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섰지만 상황을 해결할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과연 배달앱과 소상공인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은 존재하는 것일까.[편집자주]

서울 시내 한 음식점 거리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배달 플랫폼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수수료율 인상) 정말 이해를 못 하겠어요. 얘네들도 이러면 입점업체들이 다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텐데.. 왜 이렇게까지 고혈을 짜내는 건지...”

지난달 국내 배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배민1플러스의 중개수수료율을 기존 6.8%에서 9.8%로 올리면서 소상공인들의 울분이 더욱 거세졌다. 배민1플러스는 소비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내는 ‘배민 클럽’에 가입하면 무료 배달해 주는 서비스의 상품 이름이다. 업계 2~3위권인 쿠팡이츠나 요기요의 무료배달 서비스 상품의 중개수수율도 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사실상 업체들이 무료 배달 실시 후 소비자에게 구독료를 받으면서도 배달 비용은 모두 점주에게 전가한 셈이다. “이대로 가다간 배달앱도 소상공인들도, 배달 대행업체들도 모두 망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이코노미스트’는 황지웅 푸라닭 점주협의회 회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배달 플랫폼 이용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황 회장은 푸라닭 4년, 페리카나 17년 등 치킨 프랜차이즈 운영 경력만 21년에 달하는 베테랑 점주다. 

 
Q.현재 어떤 배달앱에 입점해 있나.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대형 3사에 모두 입점해 있다. 입점 안 하면 장사가 안 된다. 

Q.배달앱이 얼마나 가져가나. 

-주문 금액의 20~30%는 배달앱이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2만원짜리 주문이 들어오면 수수료가 5000~6000원 정도 나가는 셈이다. 원가 1만원을 제하면 사실상 4000~5000원이 남는다. 여기서 인건비, 임대료, 세금 등을 떼면 남는 게 없다. 특히 프랜차이즈는 본사로부터 필수 품목들을 구매해야 해서 이 비용이 더 나간다. 

Q.이번 수수료율 인상과 관련해 본사 차원에서 지원책이 있나.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들도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 이럴 때 정말 본사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들은 그들의 이익만 중요할 뿐이다. 올 3월에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회사 회장들이 만나서 대책을 논의했다고 들었는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Q.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점주들이 배달 가격 이원화(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올리는 것)를 원하는 것 같다.

-교촌치킨이나 BBQ 같은 큰 회사들이 나서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가격 이원화를 처음 시작한 업체에게 소비자 불만이 모두 쏠릴 수 있으니 눈치만 보는 거다. 당연히 점주들은 스스로 가격을 올리고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는 특수성이 있어 특정 지점들만 올리기가 사실상 어렵다.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가격 이원화를 하겠습니다’라고 해주는 것과 안 해주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큰 차이다. 

Q.가격 이원화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역시 수익 확대인가. 

-그런 부분도 있지만 길게 보면 소비자들의 배달앱 선택권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무슨 얘기냐면, 중개수수료율이 2%대인 중소형 배달앱에 입점하면 업체들은 당연히 가격 이원화를 실시해도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을 거다.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처럼 수수료율이 높은 배달앱의 메뉴 가격만 높이는 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배달앱을 선호하지 않겠나. 하지만 지금 시점에 수수료율이 낮은 ‘땡겨요’나 ‘hy의 상생 배달앱 노크(Knowk)’, 지자체앱들이 더 열심히 마케팅을 해서 소비자들을 유치해야 하는데 별로 의지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지난 7월 15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Q.배달앱들이 수수료율을 앞으로도 올릴 것으로 보나.

-이번에 올려서 당분간 안 오르겠지라고 안심하기 어렵다. 배달플랫폼들의 개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수수료 인상률도 더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조만간 또 올릴 지 누가 알겠나. 또 배달앱들은 광고 상품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배민의 경우 ‘우리가게클릭’이나 ‘깃발’(울트라콜) 같은 상단 노출 광고 상품이 있다. 이런 노출형 광고 상품들을 계속 내서 돈을 벌려 할거다.

Q.또 어떤 부분이 부당하다고 느끼나.

-배달앱들이 자기 마음대로 정책을 결정하고 우리한테 고지하는 식이다. 적어도 협의 정도는 하고 제도를 시행해야 하지 않나. 이번 배민 클럽 같은 무료 구독모델도 마찬가지다. 무료로 배달하면 배달료 부담은 100% 점주들이 진다. 여기서 소비자들은 구독료를 낸다. 그러면 배달앱만 배달료 부담에서 쏙 빠지는 셈이다. 우리는 결국 배달료를 메뉴 가격에 적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배달 플랫폼 구조에서 ‘진정한 무료 배달’은 불가능하다. 소비자들도 이런 부분을 알아야 한다.

Q.정부에 요청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배민의 경우 광고 상품 계약서를 임의로 변경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많으면 1년에 100번도 넘게 바꾼다. 이런 부분도 협의체를 만들어 배달앱들이 점주협의체와 협의 후 진행하게 하도록 법제화가 돼야 한다. 

Q.현재의 상황이 너무 답답할 것 같다.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배달앱이 생긴 초기, 배달앱 관계자들은 점주들을 찾아와 플랫폼에 입점하면 돈을 많이 번다며 달콤한 말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너무 어렵다. 교촌치킨만 해도 폐업률이 0%였다. 그런데 올해부터 폐업률이 늘기 시작했다. 결국 배달앱 때문이다. 배달앱은 싫지만 탈점하면 장사가 안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Q.배달앱들이 왜 이렇게까지 수수료율을 올렸다고 보나.

-업계 1위 배민은 대주주가 외국계이지 않나. ‘한국 시장에서 결국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목표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계속 가면 입점업체들은 다 망하거나 배달앱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 배달앱들도 힘들어진다. 판매자가 없는 플랫폼은 의미가 없지 않나. 최근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이 활성화되면 그때는 배달앱 플랫폼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걸 지금 배달앱들이 예상하고 이렇게 입점업체들 고혈을 짜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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