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쉴 틈 없는데”...조선업계 노조, 3~5시간 공동 파업 돌입

슈퍼사이클 조선업계, 파업 리스크 직면
조선업종노조연대 이날 공동 파업 나서
파업 장기화시 일감 쌓인 조선사 직격탄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모습 [사진 HD현대중공업]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조선업계가 잠시 멈춘다. 국내 주요 조선사 노조가 일제히 부분 파업을 진행함에 따라서다. 수년 만에 ‘슈퍼사이클’ 본궤도에 조선업계에겐 직격탄이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및 납기 지연 등의 우려로 업계 전반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은 이날 ‘2024년 조선노연 1차 공동 경고 파업파업’에 나선다. 조선노연에는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 노조가 포함돼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HD현대삼호 노조는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3시간 30분 파업을 진행한다. HD현대미포 노조는 쟁의권(파업권)을 확보하지 못한 까닭에 오후 12시 20분 쟁위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조합원 결의대회를 갖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인상(호봉승급분 제외) ▲근속수당 지급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임금피크제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전날까지 본교섭을 약 20차례 진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큰 성과는 없었다. 

한화오션 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도 함께한다. 한화오션 전 조합원은 이날 오후 4시간 가량 부분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한화오션 노조는 지난 7월 15일 거제사업장에서 7시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한화오션 노사 갈등의 중심에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문제가 있다. RSU는 중장기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주식 또는 현금을 임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한화오션 노조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할 당시 RSU 300% 지급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78.6%의 동의를 얻어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다만 이번 파업에는 별도 참여하지 않는다. 천막농성을 통해 현장 투쟁을 진행할 방침이다.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노연은 이번 파업 이후에도 임단협 교섭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을 경우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조선노연은 이번 파업 이후 사측에서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오는 9월 4일 울산에서, 9월 9일 거제에서 금속노조·조선노연 공동투쟁을 전개한다.

조선노연은 “추석 전까지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내달 4일 대표자 회의를 통해 추석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이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말한다”고 전했다.

파업 장기화 전망에...선박납기 지연 우려도

조선 업계는 당장의 부분 파업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파업의 장기화다. 조선사 노조들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조선소 가동률 저하’ 및 ‘선박 납기 지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일감이 많이 쌓인 상황에서 인력 이탈은 조선사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HMM이 발주한 선박 6척 중 4척의 납기일을 지키지 못했다. HD현대미포도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선 7척 납기를 3~5개월 늦춰 인도한 바 있다. 일감은 많이 쌓여있는 반면, 일을 할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조선업계 초호황으로 3~4년 치의 일감을 확보한 조선 3사의 평균 가동률은 100%에 육박한다. 다만 업계의 우려대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조선사 실적 개선에도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조선사 가동률 평균은 105.2%다.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의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삼성중공업 112% ▲한화오션 100.7% ▲HD현대중공업 93.9% ▲HD현대삼호 118.2% ▲HD현대미포 101.4% 등이다.

조선업체들의 수주 잔고도 넉넉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조선해양 743만8600만 달러(102조원) ▲삼성중공업 329억 달러(45조원) ▲한화오션 318억 달러(43조7000억원) 규모의 생산 물량이 대기 중이다. 최소 3~4년치 일감이 쌓여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파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조선소 가동률은 떨어져 선박 납기 지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국내 조선사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인 만큼 노사간 합의점을 빠르게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가계대출 이용자 1인당 평균 대출 잔액 9500만원 기록…3년 만에 500만원 상승

2회계 부정 신고 올해 179건이나…최고 포상금 2억700만원

3“소송에 세금 사용하지 말라”…가수 이승환, 콘서트 취소한 구미시장에 법적 대응

4“한국은 경쟁국보다 규제 과도해”…대한상의 ‘첨단 전략산업 규제 체감도 조사’ 결과 발표

5실손보험료 내년에 더 많이 오른다…3세대 실손은 20%까지 올라

6 윤 대통령, 공수처 2차 출석 요구 불응…공수처 "기다릴 것"

7성탄절 낮 최고기온 11도까지…눈은 없지만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

8내년 주요 시공사 계획 분양 물량 14만6000여 가구…2000년 이후 최저치 기록

9한우부터 삼겹살까지 반값...홈플러스, 인기 먹거리 특별 할인

실시간 뉴스

1가계대출 이용자 1인당 평균 대출 잔액 9500만원 기록…3년 만에 500만원 상승

2회계 부정 신고 올해 179건이나…최고 포상금 2억700만원

3“소송에 세금 사용하지 말라”…가수 이승환, 콘서트 취소한 구미시장에 법적 대응

4“한국은 경쟁국보다 규제 과도해”…대한상의 ‘첨단 전략산업 규제 체감도 조사’ 결과 발표

5실손보험료 내년에 더 많이 오른다…3세대 실손은 20%까지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