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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생리대 ‘라엘’, 美 아마존 ‘베스트셀러’ 된 비결[이코노 인터뷰]

백양희 라엘 창업자 겸 대표 인터뷰
한국 기술력 바탕으로 미국 시장 론칭…6개월 만에 아마존서 판매 1위
미국 성공 이어 한국 시장 역진출
위생용품·뷰티·건강기능식품 등 여성 토탈케어 브랜드 목표

백양희 라엘코리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라엘코리아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여성 웰니스 케어 스타트업 ‘라엘코리아’(이하 라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여성 용품 브랜드다. 한국계 여성 3인이 창업해 2016년부터 미국 유명 온라인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유기농 순면 커버 생리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유기농 생리대 부문에서 판매 1위를 기록, 2년 만에 생리대 전체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라엘은 한국으로 역진출했다.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미국으로 가져갔던 라엘은 2018년 한국 지사를 열면서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1인 오피스에서 시작했던 한국 사업은 현재 4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창업자 백양희 대표는 “(라엘이)생리대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우리는 여성의 웰니스(Wellness·건강함) 전반을 책임질 수 있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페미닌 케어뿐만 아니라 뷰티, 건강기능식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K-기술력으로 미국 사로잡아

백 대표는 미국 보스턴컨설팅 그룹에서 근무 후 월트 디즈니 영화사의 영화 배급 전략팀으로 7년 넘게 근무했다. ‘무형’의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했던 백 대표는 생리대라는 ‘유형’의 콘텐츠를 접했고, 공동 창업자들과 여성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브랜드를 구상하게 됐다. 

“생리대는 여성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제품이잖아요. 약 40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꼭 쓰는 제품이고,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에 ‘여성을 위한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유기농 생리대 제품을 판매하기로 결심했죠. 당시 미국에서는 대기업이 생리대 시장을 주도하던 상황이었지만 관련해서 특별히 기술 혁신이 이뤄지지는 않았어요. 그런 시장에서 여성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든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죠.”
백양희 라엘코리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라엘코리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백 대표의 확신은 현실이 됐다. 라엘 생리대는 미국 아마존 생리대 판매 1위를 시작으로 타겟·월마트·CVS· 월그린 등 대형 유통사를 포함해 약 2만개의 미국 리테일 매장에 입점했다.

2017년 설립한 라엘은 2022년 100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달성, 지난해에는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세를 보였다.

라엘의 성장에 주목한 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3월 프리 시리즈 A(280만 달러), 2018년 9월 시리즈 A(1750만 달러), 2022년 3월 시리즈 B(3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결국 라엘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기술력’과 ‘제품력’ 덕분이다. 

“기술력 하나로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어요. 저희 브랜드가 아마존에서 론칭할 때만 해도 유명한 브랜드가 전혀 아니었죠. 그런데 아마존의 장점은 인지도가 높지 않아도 상품평, 리뷰가 좋으면 잘 팔려요. 아마존에서 리뷰 관리를 철저하게 하거든요. 정말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상품평만 올라가요. 처음엔 저희도 리뷰를 쌓는 게 쉽진 않았지만 점점 리뷰가 쌓이면서 랭킹도 올라갔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죠. 천연 소재의 생리대 1등을 넘어서 2년 전부터는 일반 생리대 부문에서도 계속 1등을 유지 중입니다.”

여성 건강 위한 글로벌 브랜드 꿈꾼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라엘은 자연스레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계기는 2017년 한국에서 발생한 생리대 파동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아마존에서 유기농 생리대를 검색해 구매하는 한국인이 늘었다. 백 대표는 한국 시장으로 진출해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한국 시장은 미국처럼 대기업이 장악하지 않았고, 중소기업 간 경쟁이 치열했거든요. 생리대 파동 당시에 국내는 유기농 생리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었어요. 이때 라엘은 미국에서 먼저 검증받았다는 점, 여성 창업자들이 진심과 철학을 담아 만든 브랜드라는 점이 조명을 받으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아 갔어요.”

라엘은 창업자부터 상품 개발자까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됐다. 덕분에 라엘은 여성의 고민에 '진심 어린 공감'이 가능했다. 이는 라엘의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는 증상들을 직접 경험해봤기에 고통과 불편함을 잘 알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제품에 담았다.

그 결과물로 생리주기와 호르몬 변화에 따른 피부 트러블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라엘 뷰티’, 여성들의 편안하고 청결한 생리주기를 돕는 ‘페미닌 케어’, 여성들의 건강 고민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엘 밸런스’까지 론칭했다.
백양희 라엘코리아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라엘코리아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라엘은 여성에게 필요한 제품들을 자연 친화적인 성분으로 제공, 여성의 전 생애 주기를 다루는 ‘홀리스틱’(Holistic) 토탈케어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은 라엘은 이제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한다. 

“미국 본사를 중심으로 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로 사업 확장을 계획 중이에요. 한국 지사를 통해선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확대하려고 하죠. 생리대 분야에 집중했던 한국 시장은 이제 건강기능식품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하고, 미국 시장은 위생용품과 뷰티 스토리를 만들어 성장하는 것이 저희의 큰 목표예요.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서 인정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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