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쓸라” 내년까지 비아파트 11만가구 매입하는 LH…속도전에 우려
정부 주택 공급 정책 오른팔 된 LH
비아파트 시세 파악 기준마련 시급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지난달 8일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년까지 빌라, 오피스텔 등 신축 매입임대주택 11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아파트 위주로 거래되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고 비아파트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LH는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물량(내년 25만2000가구)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받는 부분이 비(非)아파트 공급이다. 정부는 신축 매입임대 방식으로 11만4000가구(2024∼2025년)를 공급할 방침인데, 이 중 LH의 몫이 10만 가구에 달한다. LH는 이보다 더 많은 1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자체 목표치를 잡았다.
매입 대상은 교통이 편리하고, 생활 인프라가 구비된 지역을 중심으로 신축하는 빌라, 오피스텔, 소규모 단지 내 아파트 등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LH 부채는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게 부채를 끌어와 자산을 취득하는 구조라 5∼6년 후 토지를 매각하면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H 자금력보다 목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LH에 집을 매각하겠다고 신청한 가구가 예년의 4배 수준인 10만3000가구에 이르지만, 모두 사들일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공실 발생 우려가 있는지, 설계와 품질 기준은 충족하는지 평가를 받는데, 보통 LH와 매입 약정까지 맺는 비율은 신청 건의 4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유독 신청이 몰린 올해의 경우 기준을 통과하는 비율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의 경우 매매 시세를 정하기 어려워 호가로 평가하는 일이 많은데, 공실이 발생한 건물주의 경우 해당 건물을 LH에 비싸게 매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LH가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매입 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H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아파트를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하면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덜기 위해 가격 감정평가 때 매도인(사업자)의 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신축 매입임대주택은 2개 감정평가 기관이 산정한 금액의 평균을 내 매입 가격을 정한다. 기존에는 감정평가기관을 LH가 1곳, 사업자가 1곳씩 추천했으나, 앞으로는 감정평가사협회와 LH가 추천한 감정평가기관만 가격 산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협회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감정평가서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이를 통과한 평가서만 LH에 제출토록 하는 절차도 신설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깡통주택이 문제가 됐던 빌라의 경우 시세 설정과 전세자금대출 등이 이와 비슷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LH가 책임지고 기준을 세워 꼼꼼하게 파악하지 않는다면 혈세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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