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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떻게 위대한 브랜드가 됐나[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해리스 지지한 2억 팔로워...그가 '문화 아이콘'이 된 이유
공정함 중시하는 스위프트, 그는 천재적인 스토리텔러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6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허태윤 칼럼니스트] 지난 9월 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트럼프와 민주당의 새로운 구원투수 카멀라 해리스 간 TV토론의 결과만큼이나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세계적인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해리스 지지 선언이었다.

스위프트는 대선 토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의 팔로워 수는 2억8000만명이다.

해당 게시물은 24시간도 되지 않아 98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실제로 젊은 유권자들의 문화 아이콘인 그의 지지 선언으로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는 미국 대선판은 크게 움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3%가 스위프트의 팬일 만큼 인기가 높다. 특히 중도적 표심을 가진 사람들 중 스위프트의 이번 발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이 3분의 1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거대한 문화 권력을 가늠할 수 있다.

21세기의 시대정신 지닌 스위프트

가수로서의 그의 인기는 전대미문의 기록으로 대변된다. 우선 최근 내놓은 정규 11집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TTPD)’ 음반의 수록곡은 빌보드 1위부터 14위까지 모두 휩쓴 바 있다. 이는 빌보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그의 공연, 에라스투어(Eras Tour)의 티켓 판매는 공연 역사상 최고인 10억 달러(1조3000억원, 23년 12월 기준) 기록을 세웠다.

이 공연은 올해 말까지 계속 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티켓 판매 수익은 적어도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연 중에는 관객들의 환호와 춤 때문에 지진급의 진동이 발생해 화제가 될 정도다. 스코틀랜드 공연 시 영국지질조사국은 공연장에서 6km 이상 떨어진 연구소에서 진동을 감지해 지진으로 착각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속 한 장면.[사진 CJ CGV]

또 그는 투어공연이 열리는 도시의 경제 지표를 바꿀 정도의 경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그의 공연으로 이 지역의 여행과 관광이 활성화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른바 스위프트가 만드는 경제효과를 말하는 ‘스위프트노믹스’는 이제 세계 경제 학자와 문화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스위프트는 이처럼 음악 산업을 넘어 거대한 이 시대 문화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70년대의 비틀즈, 80년대의 마이클 잭슨, 90년대의 마돈나를 뛰어넘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이라고 예찬한다. 그가 21세기의 아이콘 브랜드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가사와 팬덤에 대한 진정성

스위프트가 만든 곡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이야기나 사회적 체험을 시적인 가사로 풀어낸 경우가 많다.

자신과 사귀었던 남자친구들과의 경험담, 당시 겪었던 절망과 희망을 스위프트만의 시적 감성으로 거침없이 솔직하게 노래한다. 이처럼 개인적 경험이 담긴 가사는 팬들에게 그의 개인적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팬들과의 관계 맺기에 있어서도 스위프트의 진정성은 빛을 발한다. 그는 앨범 발매 전, 소수의 평범한 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 ‘시크릿 세션’이라는 행사를 연다. 여기서 아직 발매되지 않은 곡들을 들려주는 작은 콘서트를 열고, 자신이 직접 만든 쿠키까지 대접하는 등 지금까지 어떤 스타들도 시도하지 않았던 소소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이벤트를 연다.

스위프트 자신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지켜봤던 팬들을 초청하고 그들의 근황과 이름을 기억함은 물론, 한사람 한사람과 같이 사진을 찍는다. 이를 통해 팬들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을 넘어 그녀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이스터 에그의 여왕-스토리텔링의 천재

두 번째 브랜딩 비결은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스위프트의 스토리텔링의 비결은 팬덤과의 감성적 연결이다. 앞서 언급한 진정성 있는 가사 내용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공연 등의 모든 시각적 영상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차 있다.

영어 표현에서 콘텐츠에 의미와 상징을 숨겨놓고 이용자가 찾는 재미를 주는 방식을 부활절 계란에 빗대어 ‘이스터 에그’라고 한다. 그래서 그를 ‘이스터 에그’의 여왕이라고도 부른다.

그의 음반과 공연에는 가사의 의미는 물론 공연과 음반 출시에 모티브가 된 서사가 담겨있고 팬들은 이를 찾아내는 데 재미를 느낀다. 결국 이러한 장치를 통해 팬들과 대화형 경험을 나누고 팬들이 더 깊이 서사에 빠져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스토리텔링의 힘은 스위프트의 글쓰기 능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의 서사와 노랫말은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의 대학들이 관련 강좌로도 개발할 정도로 학문적 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인물'이 됐다.[사진 AFP/연합뉴스] 

세 번째는 공정성(fairness)에 대한 스위프트의 철학다. 이는 일종의 브랜드 이념이다. 

2014년 스위프트는 미국의 음원사이트 스포티파이가 아티스트에 정당한 수익을 배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곡들을 서비스하지 못하게 했다.

또한 애플뮤직이 초기 가입자에게 3개월간 무료 음원서비스를 실시하자, 이에 대해 “애플에게 아이폰을 무료로 달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애플도 창작자들에게 3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라고 하지말라”는 메시지로 애플을 무릎꿇게 했다.

그의 이 두 가지 에피소드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끌려 다니던 창작자들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고 결국 스위프트는 그해 세계 최대 규모 시사주간지인 '타임지' 표지인물이 됐다.

자신의 마스터 녹음 소유권을 놓고 전 음반소속사인 빅머신(Big Machine)과 공개적으로 분쟁을 벌인 것 또한 스위프트의 철학을 엿볼수 있는 사례다.

정작 그가 노래했음에도 마스터녹음의 소유권이 초기 계약에 의해 소속사에 귀속되는 불공정으로 스위프트는 자기 곡들에 대한 수익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 이 사건의 배경에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그를 곤궁에 빠뜨렸던 가수 ‘칸니에 웨스트’를 지지했던 ‘스쿠터 브라운’이 빅머신 음반사를 인수했기 때문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프트는 1집 ‘Fearless’에서 4집 ’1989’까지의 모든 곡을 다시 녹음하는 기염을(?) 토했다. '테일러스 버젼'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빅머신’이 가지고 있던 음반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밖에도 스위프트는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의 약자)같은 소수의 권리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인종차별에 저항하고, 남성 중심의 문화 속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문화적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등 불공정에 항거하는 본인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 그를 아이콘으로 만든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천재적 음악성과 뛰어난 외모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성과 출중한 외모를 가진 가수들은 이전에도 많았다. 브랜드로서 그녀가 과거의 시대정신을 대변했던 스타들과 가장 큰 차별화 되는 점은 누구보다 관객에 대한 진정성을 가진 가수라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공감을 만드는 천재적 스토리텔러, 그리고 일관된 브랜드 이념의 실천자다. 이렇게 보면 결국 위대한 가수와 위대한 브랜드는 다르지 않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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