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SK 유입 여부 두고 치열한 공방
[대법원에 간 SK성장사] ①
‘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에서도 300억원 비자금 나오지 않아
300억원 비자금 SK에 어떻게 전달됐는지 특정하지 못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2심 결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최 회장 측은 즉시 상고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지게 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슈가 되는 네 가지 사항을 본지가 정리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세기의 이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결국 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내 이혼소송 재산분할 최고액이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순재산 규모가 4조115억원이라고 산정했고, 이중 노 관장 몫을 35%라고 본 것이다. 항소심 판결대로 재산분할을 하면 SK의 경영권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022년 12월 6일 이뤄진 제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20배가 넘는 재산분할 액수를 판결했다.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린 데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김옥숙 여사 비자금 메모의 ‘선경 300억’ 진실 놓고 공방
이는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비자금 메모에 적힌 ‘선경 300억’이라는 내용을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1995년 이뤄진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던 게 이번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노 관장 측은 이 비자금 메모에 대해 ‘1991년경 최종현(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에게 300억원 상당의 금전적 지원을 했고, 이에 대한 증빙으로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발행의 액면금 50억원(발행일 1992년 12월 16일)으로 된 약속어음 6장을 노태우 측에 교부했다’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약속어음은 노태우가 1991년경 최종현에게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한 다음 그 증빙의 의미로 교부받은 것이다’라며 ‘이는 노 관장 측의 유형적 기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이 간접 증거로 제시한 어음은 SK가 300억원을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약속어음은 발행인이 정해진 금액을 소지인에게 지급하겠다는 약속이지 돈을 받았다는 증빙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978년부터 1998년까지 선경그룹의 경영기획실장으로 일했던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도 “그런 돈이 회사에 들어오면 아무리 자금세탁을 하더라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실체가 없는 약속어음이어서 선경건설이 300억원을 부채로 인식하지도 않았고 회계처리도 한 바 없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도 선경건설에 이 어음을 행사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전달됐다면 현금인지, 수표인지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1990년대 초반에는 5만원권이 없던 시기다. 만약 비자금 흔적을 지우려면 현금 300억원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20kg 사과 박스 120개 분량이다. 현금으로 비자금을 전달했다면 목격자가 나와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또한 수표로 비자금을 전달했다면 이는 1995년 비자금 수사에서 흔적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 측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근거가 없다. 계좌이체인지, 수표인지, 트럭 운반인지 등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 최종현 선대회장도 세간의 의혹들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을 때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김창근 SK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소문이 이미 언론에 보도됐다. 특수부 검사들이 회사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전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고 말한 바 있다.
300억 유입 여부에 따라 재산분할액 달라져
항소심 과정에서 새롭게 나온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의 SK 유입 여부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가 달라지게 된다.
민법 제839조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는 것이다.
노 관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이 혼인 초기에 양가 부모로부터 다양한 지원이 있었고, 양가 부모에게서 받은 현금이 혼화되어 부부 공동재산으로 함께 관리·사용됐다. 최 회장의 대한텔레콤 주식취득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증여금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1994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2억8000만원을 최태원 회장에게 증여해 대한텔레콤 주식(1994년)을 매수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식은 1998년 SK C&C로, 그리고 2015년 SK㈜로 변환했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은 선대회장의 증여재산이자, 선대회장이 상속 승계한 그룹 지배권이 이식된 특유재산”라며 “혼인 중 본인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추정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비자금을 기업에 주고 이후 기업에 다시 해당 비자금의 수익 등을 요구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노 관장 측에 300억원에 관련된 의견을 들으려고 했지만 본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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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세기의 이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결국 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내 이혼소송 재산분할 최고액이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순재산 규모가 4조115억원이라고 산정했고, 이중 노 관장 몫을 35%라고 본 것이다. 항소심 판결대로 재산분할을 하면 SK의 경영권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022년 12월 6일 이뤄진 제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20배가 넘는 재산분할 액수를 판결했다.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린 데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김옥숙 여사 비자금 메모의 ‘선경 300억’ 진실 놓고 공방
이는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비자금 메모에 적힌 ‘선경 300억’이라는 내용을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1995년 이뤄진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던 게 이번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노 관장 측은 이 비자금 메모에 대해 ‘1991년경 최종현(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에게 300억원 상당의 금전적 지원을 했고, 이에 대한 증빙으로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발행의 액면금 50억원(발행일 1992년 12월 16일)으로 된 약속어음 6장을 노태우 측에 교부했다’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약속어음은 노태우가 1991년경 최종현에게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한 다음 그 증빙의 의미로 교부받은 것이다’라며 ‘이는 노 관장 측의 유형적 기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이 간접 증거로 제시한 어음은 SK가 300억원을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약속어음은 발행인이 정해진 금액을 소지인에게 지급하겠다는 약속이지 돈을 받았다는 증빙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978년부터 1998년까지 선경그룹의 경영기획실장으로 일했던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도 “그런 돈이 회사에 들어오면 아무리 자금세탁을 하더라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실체가 없는 약속어음이어서 선경건설이 300억원을 부채로 인식하지도 않았고 회계처리도 한 바 없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도 선경건설에 이 어음을 행사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전달됐다면 현금인지, 수표인지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1990년대 초반에는 5만원권이 없던 시기다. 만약 비자금 흔적을 지우려면 현금 300억원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20kg 사과 박스 120개 분량이다. 현금으로 비자금을 전달했다면 목격자가 나와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또한 수표로 비자금을 전달했다면 이는 1995년 비자금 수사에서 흔적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 측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근거가 없다. 계좌이체인지, 수표인지, 트럭 운반인지 등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 최종현 선대회장도 세간의 의혹들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을 때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김창근 SK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소문이 이미 언론에 보도됐다. 특수부 검사들이 회사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전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고 말한 바 있다.
300억 유입 여부에 따라 재산분할액 달라져
항소심 과정에서 새롭게 나온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의 SK 유입 여부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가 달라지게 된다.
민법 제839조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는 것이다.
노 관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이 혼인 초기에 양가 부모로부터 다양한 지원이 있었고, 양가 부모에게서 받은 현금이 혼화되어 부부 공동재산으로 함께 관리·사용됐다. 최 회장의 대한텔레콤 주식취득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증여금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1994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2억8000만원을 최태원 회장에게 증여해 대한텔레콤 주식(1994년)을 매수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식은 1998년 SK C&C로, 그리고 2015년 SK㈜로 변환했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은 선대회장의 증여재산이자, 선대회장이 상속 승계한 그룹 지배권이 이식된 특유재산”라며 “혼인 중 본인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추정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비자금을 기업에 주고 이후 기업에 다시 해당 비자금의 수익 등을 요구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노 관장 측에 300억원에 관련된 의견을 들으려고 했지만 본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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