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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P 배터리 시장 진입 위해 한국 기업이 해야 할 것들

[LFP 격차를 줄여라]⓶
2024년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들 LFP 배터리 양산 못해
한국 기업들 R&D 투자를 위해 정부도 아낌없이 지원해야

삼성SDI가 선보인 LFP+ 배터리. [사진 삼성SDI]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글로벌 시장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채택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LIB)의 최대 수요처인 전기차 분야에서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탑재를 공식화했다. 심지어 완성차 업체인 테슬라와 현대자동차는 LFP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LFP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중국 포함) 내 LFP의 비중은 2024년 현재 40%를 넘었다. 글로벌 ESS 시장에서 LFP는 80% 이상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2024년 현재 글로벌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고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아직 양산을 시작하지 못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르노(Renault)로부터 LFP 배터리 수주를 받았고, 삼성SDI와 SKOn도 내부적으로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양산 시점은 여전히 2025년 후반 또는 2026년 이후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한국의 배터리 기업이 LFP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적 진보와 ‘가격’ 경쟁력 함께 이뤄야 

LFP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가격과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가격으로 LFP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과 정면 대결하면 경쟁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LFP 배터리와 관련한 원료·소재·장비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이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에서 뒤진다면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결국 기술력이다. 중국 기업들이 LFP 분야에서 이미 오랜 시간 업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기술 경쟁도 쉽지 않지만,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차별화된 기술을 도입하여 이른 시일 내 차세대 LFP 배터리를 상용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은 기존 LFP 배터리가 가지고 있던 단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령 저온 성능저하의 문제 해결을 위한 탄소나노튜브(CNT) 코팅, 에너지 밀도의 한계 개선을 위한 실리콘(Si) 음극재 적용 확대 및 망간계 도핑·혼합, 리사이클링 가치 제고를 위한 공정 기술개발 등이 핵심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원가 상승을 유발해 LFP 배터리의 근본적인 장점인 ‘가격’을 해쳐서는 안 된다. 건식공정을 조기에 도입해 공정 비용을 줄여야 하고, 업스트림 공급망 구축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준비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인산염(PO4)과 리튬(Li)을 확보하기 위해 모로코·칠레·호주 등의 국가에 투자해 업스트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건식공정의 파일럿 라인도 구축하고 있어 기대해 볼만하다. 

다만 이러한 연구 개발과 업스트림 투자는 민간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는 LFP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양산을 위한 연구 개발 프로젝트 발주를 확대하고, 예산삭감으로 인해 다소 위축된 R&D 부문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현재 법적으로 막혀있는 공공부문의 해외 자원개발 및 투자 기능을 부활시키는 방법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기업의 R&D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과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CATL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억775만위안을 시작으로 매년 중국 정부로부터 2022년 27억203만위안, 2023년 57억2456만위안 등 매년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화로 약 1조900억원에 달하는 57억2456만위안의 지원을 받았다.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한 투자와 외교적 노력도 지속 확대하고 있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한국 기업이 LFP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미국과 EU 등 선진국 시장이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팽창을 견제하고 있다. 한국은 이 국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동화 추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저렴한 보급형 배터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2024년 현재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국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우수한 품질로 LFP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을지가 단기적으로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중국 기업에 불리한 환경이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이러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국도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 외교적 역량 집중해야 

미국에서 기업들의 로비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유리한 국면이 지속될 수 있도록 로비 및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와 기업 상호 간 긴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교환해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상·하원 및 주의회 의원 등 정계 인사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합법적 로비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수혜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징벌적 관세부과 등 견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배터리에 대해서는 중국을 특별히 차별하고 있지 않다. 유럽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차별적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특히 배터리 공급망을 내재화하고자 역외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 기업의 생산 투자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에는 페널티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EU의 배터리법(EU Battery Regulation) 역시 차별적 조치가 없다. 이에 우리 정부는 EU 내 주요국들과 외교적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가령 ▲국제 표준 및 규범 협력 ▲환경 및 인권 문제 협력 ▲공급망 협력 등을 강화해 한국 기업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LFP 배터리의 여러 장점을 넘어설 수 있는 보급형 전지의 개발이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하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밀도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처럼 저렴하고 안전한 배터리를 개발해야만 장기적으로 LFP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다. 

업계에서 개발 중인 고전압 미드니켈·코발트프리 등의 상용화가 앞당겨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들의 R&D 투자 여력이 감소하거나 행여 소홀해지지 않도록 정부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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