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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그늘, 식품 사막이 가져오는 불평등의 심화[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음식과 도시②
편리해진 도시, 풍요로운 먹거리
‘건강한’ 음식 찾기는 더 어려워

사진은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부산점 모습. [사진 농협유통]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드디어 흑백 요리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식재료, 요리 음식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준 프로그램이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왔던 셰프들의 식당에 예약을 하려고 줄을 선다고 한다. 어떤 식당은 이미 한 달치 예약이 다 찼다고도 한다. 설사 예약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비용이 문제다. 이 식당의 대부분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접근이 쉽겠지만 서울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식당까지 오는 것도 시간과 비용이 든다. 거기다가 어떤 식사는 한끼에 수십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번이면 몰라도 프로그램에 나왔던 쉐프들의 식당을 모두 돌아보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흑백요리사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편의점에서 구하는 식재료로 경연을 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은 고령층보다는 젊은층이 더 자주 이용하는 식품구입장소다. 편의점은 원재료보다는 가공식, 편의식 등을 주로 판매한다.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는 패스트 푸드가 많다. 먹기는 쉽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적정하지만 고나트륨, 고칼로리의 음식이 대부분이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쉐프들은 이곳의 음식으로도 ‘성대한 식탁’을 만들었지만 일반인인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소형 마트나 수퍼마켓 등이 많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편의점이 대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퍼마켓은 근린단위에서 가장 빈번히 이용하는 식료품점이며 20세기 우리나라 공동체 문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식품구매를 하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인구·산업구조등이 변화하면서 이제 근린단위의 수퍼마켓은 좀 더 광역단위의 창고형 마트와 초근린형 편의점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광역단위의 대형마트는 차량을 타야지만 접근이 가능하고 대용량 단위로 구매해야한다. 편의점은 가까이 있고, 소용량 구매가 가능해서 1인 가구들에게는 편리하나, 고령층 1인가구의 입맛에는 적절하지도 않고 끌림도 없다. 물론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면 좀 더 손쉽게 더 다양한 식품들을 구입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노인가구 중 온라인 구매를 자식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식품 사막(Food Desert)’ 건강과 소득의 양극화 

식품 사막(Food Desert)이란 ‘건강한 식품을 판매하는 식료품까지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일컫는다. 가공식품이 아닌 신선한 채소, 과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1990년대초 스코틀랜드의 공공주택지구 거주민들이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을 조달받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시작된 이 표현은 이제 다양한 도시와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공통적으로 식품사막지역이 저소득층의 밀집거주지역, 특히 저소득 고령자들의 밀집 거주지역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도시 저소득·빈곤층 밀집 지역, 교통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식품사막화가 진행된다.

일본의 실증연구 결과에 따르면 1㎞ 반경에서 이용가능한 식료품점이 적을수록 노인들의 건강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연구가 아직 많은 것은 아닌데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수기, 국토계획 V56 No1, 2021)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20년 사이 서울의 저소득층 및 고령자 밀집 지역에서 슈퍼마켓의 감소와 편의점의 급증이 나타났으며 이로인해 신선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악화했다고 한다. 이 연구는 특히 서울 외곽과 내륙의 일부 지역에서 식품사막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있다. 저소득층 고령자의 식품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식품사막 문제는 서구에 비해 연구가 부족하지만, 고령화와 저소득층 문제가 심화함에 따라 점차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문제다. 과거에는 단순히 많이 먹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식품의 조리법과 먹는 순서에도 관심을 갖는다. 최대한 노화를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제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를 일상화하고 있다. 나아가 좀 더 많은 고민과 투자가 가능한 이들은 ‘저속노화’를 위한 음식과 섭취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

건강한 음식에 차별 없어야

앞서 말한대로 우리는 흑백요리사에 나온 쉐프들의 그 비싼 음식들을 다 먹어볼 수는 없다. 아니 그런 ‘경험적 요리’는 일상이라기 보다는 어쩌다 가는 해외여행이나 기념일 같은 이벤트 음식에 가깝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먹어보면 좋은 것이지 그리 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먹는 일상의 음식은 당장의 문제이다. 서울에서 일산으로 이사와서 가장 만족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근거리에서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먹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에서 운영한 로컬마켓에 가면 고양시나 파주시에서 자기의 이름을 걸고 농산물을 재배해서 로컬마켓에 내어 놓는 신선한 먹거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서울에서 늘 물뿌린 상추만 보다가 이곳에서 매일매일 수확하는 신선한 농산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축복같은 일이다.

그러나 이곳도 적지 않은 곳에서 수퍼마켓이 편의점으로 대체되고 있고.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는 신선한 농산품을 제공하기에 로컬마켓은 여전히 부족하다. 비단 고령자들뿐만 아니라 청년 1인가구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현상은 ‘건강한 도시’의 모습이 아니다. 나는 ‘공간이 복지’라는 말을 계속 설파하고 있다. 좋은 공간에 산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공간에 차별이 없는 것이야 말로 복지다. 늘 주택가격만을 놓고 도시와 지역을 비교하고 격차를 논하는 이 시대가 식품사막이 과연 어디어디에 있는지를 놓고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건강한 도시’를 찾는 세상으로 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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