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 재도전…KB‧하나금융, 주주환원 쏟아내
[속내 복잡 금융사]②
CET1비율 관리·총주주환원율 높여
연말 거래소 밸류업 리밸런싱 겨냥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금융사들의 관심사가 ‘상생금융’에서 이젠 ‘밸류업’으로 옮겨졌다. 특히 지난 9월 30일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경쟁이라도 하듯 ‘밸류업’ 방안을 쏟아냈다.
양종희 회장, 직접 밸류업 발표…기준 넘으면 ‘무조건 환원’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9월 24일 3분기 실적발표에 앞서 밸류업(Value up) 강화 방안을 먼저 공개했다. 해당 내용 발표자로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직접 나서 눈길을 끌었다.
양 회장은 “KB금융의 주주환원은 업계를 선도할 것이며, 총주주환원율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밸류업의 핵심은 ‘무조건 환원’에 있다. KB금융은 내년부터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총주주환원율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2025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2025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CET1비율과 연계한 주주환원은 JP모건과 같은 글로벌 선도 금융사의 주주환원 방식으로 CET1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총주주환원율도 증가한다.
또한 ‘주당가치 성장’으로 주주환원의 프레임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10% 수준, 자사주 매입·소각 연평균 1000만주 이상 수준의 목표를 제시했다.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의 수익성 강화 계획과 더불어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을 과거 10년 평균 수준(6.1%) 이하로 관리해 CET1비율을 연간 13%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성도 드러냈다.
KB금융 관계자는 “단순히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제시하는 경쟁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방안이 주주환원과 연결돼야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실현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이번 밸류업 공시를 준비했다”며 “이날 발표한 KB의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주주환원 프레임이 대한민국 금융회사 주주환원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도 KB금융의 밸류업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지난 9월 25일 KB금융에 대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 대부분은 목표가를 5∼10%가량 올렸다. 한국투자증권(11만→12만1000원), NH투자증권(11만5000→12만5000원), 키움증권(12만→12만6000원), 하나증권(11만→11만5000원) 신한투자증권(10만5000→11만원), 한화증권(10만4000→11만5000원) 등이다.
하나금융, 밸류업 진심 드러내…적극적 주주환원
하나금융도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밸류업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하나금융은 ▲주주환원율 ▲CET1 ▲자본이익율(ROE)을 기업 밸류업의 3대 핵심 지표로 선정하고, 각각의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세 가지 목표와 이행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현금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확대해 EPS, 주당순자산가치(BPS) 등 주요 지표를 개선하고,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해 배당의 일관성도 향상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매년 단계적으로 총주주환원율을 증대할 계획이다.
또한 자본관리 정책을 개선해 CET1비율을 13.0~13.5%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해당 구간 내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을 일관되게 이행하기로 했다. 게다가 하나금융은 RoRWA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ROE를 10% 이상으로 유지한다. 그룹의 중점추진과제 항목에 밸류업 계획을 반영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내재화를 통해 실질적인 이행을 담보할 방침이며, 매년 이사회 중심의 점검 및 평가도 실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저평가된 주가를 회복하고, 주주가치를 증대하려는 그룹의 이사회와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밸류업 계획이 단순 목표 설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매년 점검 및 평가를 거쳐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밸류업 경쟁, 앞으로도 치열해질듯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이번 실적발표에서 유독 밸류업에 힘을 준 것은 한국거래소가 올해 말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구성 종목 조정)에 나서는 것과 관련이 깊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 9월 거래소가 공개한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지만, 시장 기대치 이상의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면서 특례 편입 가능성을 높였다.
추후 금융사들의 밸류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밸류업 지수’ 편입 조건을 충족했어도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이 발생한 기업이라면 거래소가 핀셋으로 제외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이 지속해서 밸류업 관련 방안을 점검하고 이행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나금융연구소 또한 최근 ‘2025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금융사들이 지난해부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을 늘리며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주주환원 확대가 자본비율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RWA 관리 중요성이 증가해 대출 부문별 성장률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상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의 밸류업 드라이브로 금융회사는 적극적인 수익성 제고 방안을 요구받을 수 있기에 밴처캐피탈(VC)·사모펀드(PE) 투자, 인수합병(M&A) 등의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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