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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지역’의 선택, 공멸이냐 공생이냐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중소도시의 새로운 기회가 한국에도 올까③
위기의 대학, 지방 도시·중소 규모 사립대학은 생존 위기
대학의 역할, 산학 협력 통한 지역발전도 고민

경상도의 한 대학에서 학생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 대학은 2023년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가 지원자 0명이었다. [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전 국회의원]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에 위기감이 느껴진 지는 이미 꽤 됐다. 그러나 대학의 위기도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 하는 지역에 따라, 혹은 규모에 따라 온도 차가 크게 나타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교육 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중심으로 본 소규모 대학의 현황과 개선 과제)에 의하면 모집 정원 500명 이하인 소규모 대학 48개교의 2022년 신입생 충원율은 76.01%로 2019년보다 10.6%포인트 하락했다고 한다. 중규모(3.16%p 하락)나 대규모 대학(0.61%p 하락)들에서도 충원율이 하락했지만, 소규모 대학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전국 4년제 사립대의 신입생 미충원 규모는 1만 507명이었는데 이 중 91.5%가 비수도권에서 나타났다.

교육부는 매년 정부 ‘재정지원가능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지가 대학의 생존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재정지원가능대학으로 선정되는 대학 중 소규모 대학은 10%에도 못 미친다. 반면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된 학교 중 소규모 대학은 점점 늘고 있다. 중소 규모의 지방 사립대의 생존 위기가 무척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이들 대학들은 이미 부족한 정원을 외국인이나 성인 학습자로 메우고 있지만 재정지원이 중단되면 사실상 버티기가 어렵다. 폐교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지역대학 폐교되면 지역 인구 감소 불가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안돼

이미 대도시에서도 저출생으로 초등학교가 폐교되거나 폐교 위기에 놓인 곳이 적지 않다. 그나마 초등학교는 학교 용지가 넓지 않고, 주거지역 내 공공시설로의 활용 가치가 커 폐교 이후의 대안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지방의 사립대학이 폐교할 경우 그 문제 해결은 간단하지 않다. 대학교가 폐교되거나 운영이 축소되면 지역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지역경제에도 치명적이다. 대학은 지역 내 고용 창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수 ▲직원 ▲연구원뿐 아니라 대학과 연계된 ▲식당 ▲카페 ▲숙박업 ▲상점 등 많은 서비스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이들의 소비가 사라지면 지역 경제는 당장 타격을 받는다. 지금도 대학을 마치면 대도시로 청년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사라진다면 지방의 인구 유출은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다. 대학교는 지역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로서 기능한다. 폐교 시 ▲도서관 ▲예술 공연 ▲강좌 등 지역 주민이 누리던 문화적 혜택이 사라진다. 동시에 지역 주민들에게 상실감을 주며 지역 정체성과 활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의 획일적인 대학평가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특별한 설립 목적을 가지고 오랜 전통을 이어왔던 소규모 사립대학의 경우 일방적인 취업률이나 충원율로 학교의 존립 여부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국가재정지원으로 연명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지자체, 상생에 명감 가져야

‘지역과 대학의 상생’이라는 이슈는 이미 대학의 역할과 기능전환이 대두됐던 1990년대부터 논의돼 왔다. 전통적인 대학의 역할을 ‘교육-연구-사회봉사’에서 경제, 사회 문화적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임무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로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은 대학의 연구 과제가 지역문제 해결, 지역발전 수요와 연계돼 있다. 여기에는 지역 산업과의 산학협력을 통한 기여도 포함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진국의 경우 쇠퇴한 산업도시의 도시재생에 해당 지역 대학의 주도적인 역할이 매우 컸다. 물론 해당 지자체와의 유기적인 협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협력의 중심에는 지역혁신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s)라는 개념이 대학과 지역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또한 지역대학의 생존과 발전 문제는 교육의 문제를 넘어 지역 전체의 경제 및 사회발전과 직결돼 있음을 대학이나 지자체, 시민들이 서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 국가와는 달리 수도권 일극 체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심화는 ▲인력수급 ▲지식 전달 ▲창업 루프의 작용을 막아 지역대학의 혁신역량에 격차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지역대학의 지식 전달 창출이 부진하게 되면 또다시 해당 지역혁신 생태계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방 소멸과 지방대학소멸은 서로를 가속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나 지역 정치인, 행정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면 모두가 이 악순환의 구조 탓을 한다. “지방정부의 의지나 인식이 아직도 약하다” “지방이나 대학 모두 재정적 자립이 되지 않아 그럴 여유가 없다” “대학이나 지방정부가 뭘 하고 싶어도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권한이 없다” 등이다. 이러다가 막상 지역대학이 폐교 위기에 몰리면 그제야 목소리를 낸다. 사후약방문이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s Education‧RISE) 가 약 2조원의 예산으로 재편돼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지방 살리기 정책의 하나로 그동안 분산돼 시행하던 지방대 활성화 사업, 산학연 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LINC 3.0) 등 8개 사업을 통합하고 대학 행·재정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 생태계를 거점으로 과감한 혁신을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지방대학을 육성하는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는 인구절벽-지역 소멸이라는 대학과 지역 앞에 놓은 난제 해결에 ‘지방정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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