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환율, 그 위기에서 벗어나는 법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고환율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한 달러 강세에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30원선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외환 당국이 개입해 상승 속도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상승 흐름을 꺾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1500원대는 IMF 외환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한 위험한 환율입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고환율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고통은 매우 큽니다. 당장 우리 기업들의 대외 채무가 급증해 재무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의 대외 채무가 1662억1200만달러(232조원)였는데요, 지금은 더 불어났을 것이고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그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두렵습니다. 고환율로 인해 원자재 수입 가격의 상승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입물가 상승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서민경제 악화를 초래해 내수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 부진으로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그 소리가 더욱 처절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고환율 대비에 취약한 만큼 유동성 문제로 부도 위험이 커지고 이는 금융권에도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로 인한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인데요. 환율 변동성이 커져 당국이 방어에 적극 나서면 4000억달러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고가 4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불안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위기 때는 우리가 순채무국이었지만 최근에는 순채권국이다. 과거 위기 상황과 지금은 외환 사정이 많이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는데요, 더욱 확실하게 환율 상승세를 잡는 방법은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입니다.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번 사태를 풀어간다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 국무부도 최근 사태에 대해 “시련과 불확실성의 시기에 우리가 보길 원하고, 지난 며칠간 기쁘게 목도한 것은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이라며 “법적 절차와 정치적 절차는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선량한 우리 국민들이 모두 알고 바라는 상식적 대응이기도 합니다.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비상계엄’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크게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보여주고 있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떨어진 국격을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힘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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