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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환율 혼돈의 장세…경제 위기 경고음↑

[경제 덮친 탄핵 정국]①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되면 증시·환율 변동성 불가피
외환당국 환율 방어 과정서 외환보유액 축소 우려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증시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닷새 만에 반등했지만 정국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환율 변동성도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시장안정조치를 총동원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12월 12일 코스피 지수가 사흘 연속 강세를 보이며 2480선까지 올라섰다. 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가 커졌던 지난 9일 연내 신저가를 경신한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9.61p(포인트)(1.62%) 오른 2482.12에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홀로 1533억원을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479억원, 236억원을 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7.43p(1.10%) 상승한 683.3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65억원, 761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이 홀로 141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계엄 사태로 인한 하락 이후 연일 반등했다”며 “여전히 정치적 상황은 불안하지만 경제적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한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그동안의 낙폭에 대한 저울질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강한 반등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증시가 저점을 확인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무산된 후 첫 개장일인 9일 코스피는 3% 가까이 급락하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5.19% 폭락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환율 방어선도 위협받고 있다. 12월 11일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동안 급등한 탓에 1400원대 고착화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1300원대 초중반이던 환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강달러 기조에 1400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지난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원·달러는 1~2시간 만에 40원 넘게 급등하며 한때 1446.5원까지 치솟았다.

고환율 지속 시 국내 경제 타격 우려도

증시·환율 혼돈의 장세…경제 위기 경고음↑

시장에서는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했던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 세 번뿐이다. 정국 불안 장기화로 극단적인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며 “수출 업체는 고환율이 채산성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입 업체의 비용 상승을 유발해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면, 경제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환율이 저항선을 뚫고 1500원대로 치달을 경우 외환당국이 방어를 하는 과정에 외환보유액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론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자본 유출이 더 빨라지고 내국인 자본 유출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이후 3년 동안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0월 말(4156억9000만달러)보다 3억달러 줄었다. 이는 지난 7월 4135억달러 이후 잔액 기준 최저치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등으로 상황별 대응 계획을 가동할 예정이지만, 단기 처방으로 환율 방어가 가능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내년 2월까지 비정례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비상계엄 선언에 따른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가 상방을 제약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자산 보유액이 과도한 시장 불안과 원화 가치 급락 발생 시 증권·외환시장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12월 초 한국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고유 리스크가 확대됐다”면서도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500억달러 연장과 RP매입 등 무제한 유동성 공급 의지가 확인되며 추가 상승 압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대내 정치 리스크와 연동된 단기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나 결국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바꿀 만한 재료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 “내년 1분기는 불확실성 지속 가능성이 높으나 연간으로 보게 되면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초중반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곧 해소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은 1450원, 외환보유고는 3500억달러만 유지하면 외환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최근에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어서 외환시장도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가 될 기미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며 “여전히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분할 매수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설령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증시 활성화 대책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큰 우려는 안해도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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