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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불쌍하지도 않은지"…올 설엔 '尹 뉴스' 틀지 않기?

연령·지역별로 쩍 갈라진 민심…'싸울라' 귀성 고민

1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경남 밀양 출신 연세대학교 재학생 원모(22)씨는 이번 설 연휴 고향에 내려갈지 고민이다.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구속 같은 정치 얘기로 집안이 시끄러워질 걸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려서다.

지난 17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만난 원씨는 "탄핵 촉구 집회에 나갔을 때도 아빠한테 '그런 데 나가지 말고 방에 있어라'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았다"며 "'이게 다 민주당 때문'이라고 하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택시 기사 김원택(71)씨도 수원 사는 아들이 설에 찾아오는 게 고민이라 했다.

김씨는 "아들은 윤 대통령 때문에 국격도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박살 났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혼내니 도리어 큰소리를 치더라"라며 "윤 대통령이 불쌍하지도 않은지…"라고 말을 아꼈다.

대체공휴일 지정으로 긴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지만 현 시국을 생각하면 그리 달갑지 않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이 생길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가족이 모이면 뉴스 틀지 않기', '신문은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기' 같은 '설 행동 강령'마저 공유되고 있다. '수능 잘 봤는지·취업했는지·언제 결혼하는지 묻지 않기' 같은 명절 지침의 2025년 판인 셈이다.

지난 5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서 열린 대통령 체포 및 탄핵 찬성 집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현 정국 상황에 대한 연령별, 지역별 인식 차는 실제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서울과 인천·경기에서는 53%와 63%로 절반이 넘었지만, 대구·경북(TK)에서는 34%에 그쳤다.

18∼29세와 30대 등 MZ 세대의 경우 각각 61%, 63%가 탄핵에 찬성했지만, 이들의 부모 격인 60대와 70대 이상은 41%와 37%로 큰 격차가 났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선 가정에서부터 서로 다른 입장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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