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점유율을 지켜라"...수장 교체 바람도
[명암 갈린 ETF 전쟁]①
ETF시장 1위 삼성운용, 3위 KB운용 위태
ETF 성과에 따라 수장 명운 갈리기도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되면서 ‘빅4’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부터 ETF부문 수장들의 교체 움직임까지 일며 ETF 점유율 지키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1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69조3039억원, 점유율은 38.26%를 기록했다.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 35.81%(순자산 총액 64조8769억원)과는 3%포인트(p) 이내로 좁혀진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기는 했지만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두 회사의 ETF 시장 점유율 격차는 지난 2020년 3월 말 30%에 달했다. 몇 년 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온 셈이다.
사실상 업계 1위 자리가 위태해진 삼성자산운용에서는 대대적인 수장 교체 움직임이 포착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와 ETF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ETF 1위 수성’이라는 중책을 안고 삼성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은 전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인 김우석 부사장이다. 김우석 신임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식 취임했다. 김 대표는 삼성화재, 삼성생명을 거치며 경영관리·기획·자산운용 등을 다양하게 경험한 금융전문가다. 삼성자산운용의 ETF시장 수성과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이 김 대표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ETF사업부문장에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박명제 신임 부문장은 지난해 12월 임기가 끝난 하지원 부사장 후임으로 삼성자산운용의 ETF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하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의 100%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신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신규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며 “시장 변화와 투자자들의 관심사를 신속히 반영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리브랜딩·상품 차별화 노력 지속
삼성자산운용과 달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수장 교체 움직임이 없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은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가 이끌고 있다. 1977년생인 김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운용팀장으로 일하던 삼성 공채 출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9년 김 대표를 ETF운용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 대표는 2년 만에 상무를 거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시장에서 매서운 성장세를 달성한 주요 배경으로 혁신적인 상품 출시가 꼽힌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 대표지수 ETF인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2종은 각각 아시아 최대 규모에 등극했다. 해당 ETF 2종의 순자산 총합은 12조원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상장한 ‘TIGER 미국필라델피아 AI반도체나스닥 ETF’도 눈에 띈다. 이 상품은 같은 해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가 협업해 산출한 ‘미국AI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ASOX)를 추종한다. 국내 운용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만 이 지수를 활용한 ETF를 사용할 수 있는 독점 계약권을 얻었다. 커버드콜 ETF 시장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ETF 시장 3위와 4위 다툼은 더 치열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의 순자산총액이 KB자산운용 ETF를 추월하며 연초부터 3위에 올라섰다. 이날 기준 한투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3조8406억원이며, KB운용은 13조8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양 사의 점유율은 각각 7.640%, 7.635%로 불과 0.005%포인트(p) 차이로 초접전 상태다. 한투운용은 지난해 12월 27일에도 단 하루지만 KB운용을 추월했다. 한투운용은 2023년 초 점유율이 4.89%였지만 2년 새 성장을 거듭하며 KB운용을 맹추격해 왔다.
한투운용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주역은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다. 배 대표는 최근 3연임에 성공하며 2026년 3월까지 회사를 이끌게 됐다. ‘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인 2002년 국내 최초의 ETF 상품인 ‘KODEX200’ 출시를 주도했다. 2022년 한투운용 대표로 취임한 이후 그는 회사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 왔다. 배 대표는 2022년 9월, 한투운용이 14년간 사용해 온 ETF 브랜드 ‘KINDEX’를 ‘ACE’로 전격 교체하며 “ETF시장의 에이스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최근 김승현 한투운용 ETF컨설팅담당이 사의를 표명하며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다. 김 담당은 한투운용에서 ETF 마케팅을 총괄했는데, 하나자산운용의 ETF사업부문 총괄로 영입됐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적임자를 찾고 있는 단계로 급하게 자리를 채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TF시장 3위 자리의 위협이 커진 KB자산운용도 최근 ETF 수장을 교체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노아름 ETF운용실장을 ETF사업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1982년생인 노 본부장은 2007년 삼성자산운용, 2021년 키움투자자산운용을 거친 ETF 전문가다. 앞서 김찬영 전 ETF사업본부장이 ETF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회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KBSTAR’에서 ‘RISE’로 리브랜딩을 마치고도 오히려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는 초기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한 전략으로 준비해 리브랜딩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을 선도하는 차별화된 상품과 이해하기 쉬운 마케팅, 안정적인 운용으로 개인·연금투자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며 “향후 개인·연금 계좌에서 많이 거래되는 ▲해외주식형 ▲미국대표지수 ▲국내외 배당 관련 상품들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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