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아빠가 세뱃돈 대신 사주는 종목은
연초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 ‘테슬라’
로보택시‧신사업 기대감 등 트럼프 수혜주 떠올라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연초 가장 많은 관심 보인 종목은 ‘테슬라’ 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사주는 주식도 서학개미 열풍과 맞물려 선호 종목이 바뀌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전체 해외 주식 중 순매수 1위 종목은 테슬라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초부터 지난 21일(결제일 기준)까지 3억6370만달러(약 5220억원)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순매수 2위 종목은 테슬라 일일 주가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으로, 서학개미들은 TSLL을 2억4253만달러(약 3480억원) 순매수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서학개미가 가장 사랑한 종목인 테슬라를 보유한 미성년(만 19세 미만)투자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테슬라를 보유한 미성년 투자자는 2022년 2465명에서 5700명으로 급증했다. 애플을 보유한 투자자도 4830명에서 7008명으로 증가했다. 미국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미국 S&P500’을 보유한 미성년 투자 역시 2318명에서 5155명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사주는 주식으로 삼성전자 같은 국내 우량주가 각광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서학개미 열풍과 맞물리며 해외주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주’로 꼽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투자자는 지난 14일 기준 4만1369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4만5198명에서 약 2년 만에 3829명이 감소했다. 카카오를 보유한 미성년 투자자는 같은 기간 1만2406명에서 1만674명으로 1732명 줄었다.
시장에서는 최근 서학개미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테슬라에 대해서 긍정적인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는 등 테슬라는 트럼프 정부 수혜주로 떠오르며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후 테슬라가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 출시 등에 규제 완화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13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테슬라 주가가 로보 택시 잠재력을 바탕으로 1년 이내에 8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이지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차세대 플랫폼 기반 Model 2 출시, FSD(완전자율주행) 매출 성장, 로보택시 규제 완화 등으로 본업 실적 개선과 신사업에 대한 모멘텀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반(反)전기차 정책이 테슬라에게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테슬라 경쟁사의 전기차 전환 계획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테슬라는 유일하게 전기차 판매로 이익을 내는 등 경제력을 확보한 만큼 타격이 크지 않아 ‘테슬라 독주 체제’가 굳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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