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도 책상에도 필요한 것만 둡니다” [CEO의 방]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소통할 ‘疏’ 벗을 ’脫’
‘여백의 美’가 드러나는 집무실
‘CEO의 방’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CEO가 머무는 공간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언제나 최적을, 최선을 선택해야 하는 CEO들에게 집무실은 업무를 보는 곳을 넘어 다양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창의적인 공간입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비전과 전략이 탄생하는 공간, ‘CEO의 방’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성공의 꿈을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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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우리나라 ‘국토종합개발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국토연구원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다. 심교언 국토연구원장의 집무실은 국토연구원 건물 3층에 자리한다.
집무실에 처음 들어서면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오고, 창 너머로 멀지 않게 금강이 내려다보인다. 높은 건물이나 언덕이 없어 시야를 가리는 게 없어 시원한 느낌을 먼저 받았다. 고개를 돌려 집무실 안을 둘러보면 허전하리만큼 휑한 공간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여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공공기관장의 방과는 다르게 책장에서 여백의 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원장의 책상 뒤편 벽을 통째로 가로지르는 책장에는 띄엄띄엄 책이 꽂혀있었다. “제가 필요 없는 책들은 다 치우라고 했지요.” 심 원장은 꼭 필요한 서류나 참고 도서를 제외하면 굳이 책을 진열해 놓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라도 책장을 가득 채우고 ‘이 책을 모두 읽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만큼 깨끗하게 꽂힌 책을 전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심 원장은 이런 포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책장에도 모두 문을 만들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이지 않게 가렸으면 하는데,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실제 그렇게 할 만큼 가려야 할 것도, 지저분한 것도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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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장만큼이나 책상도 깔끔했다. 놓인 것이 별로 없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 원장이 주로 사용하는 컴퓨터가 놓인 보조 책상에는 모니터 두 개, 짬 날 때 읽는 영어 원서로 된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메인 책상에는 결재 서류 파일과 전화기, 전화기 뒤에 세워놓은 직원들의 건의 사항이 담긴 보드가 전부였다. 웬만한 책상이라면 있을 법한 연필꽂이나 메모지, 갑 티슈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콘센트는 물론 휴대전화 충전기도 눈에 띄지 않았는데 그의 책상 왼쪽 보조 테이블 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상 위에는 딱 필요한 것만 있어야 한다”고 심 원장은 말했다.
그래서 더 눈에 띈 것이 작은 글씨가 빼곡하게 들어찬 흰 바탕의 보드였다. 2023년 초에 국토연구원 임직원‧연구원들의 건의 사항을 듣고 그것을 인쇄해 둔 판이라고 했다. “모든 건의 사항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해결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지우지 않고 그대로 볼 수 있게 둔다”고 했다.
“같은 문제를 보면서 저는 해결됐다고 생각하는데, 연구진들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따로 협의하죠. 그렇게 조금씩 제도가 계속 바뀌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장과 책상의 여백과는 달리 빽빽한 ‘건의 사항 보드’는 심 원장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식이자, 불편한 제도를 개선하는 통로 같았다. “올해에는 2월에 직원들의 건의 사항을 다시 받을 예정입니다.”
그의 집무실 왼쪽 벽에는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의 축소판으로 짐작되는 고지도가 담긴 액자가 걸려있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진품은 아니다”라고 했다. 화려지 않지만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고민하는 국토연구원에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물건 같았다. 사람도 공간도, 그 공간에 자리한 물건들도 소탈(소통‘疏’ 벗을 ‘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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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국토연구원장은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공학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TF 팀장, 서울특별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2023년 8월 국토연구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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