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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전쟁’ 시작…韓 기업인 경제사절단 미국으로

트럼프, 캐나다·멕시코 관세부과 한 달 유예
한숨 돌렸지만, 갈등 불씨 여전…中과는 힘겨루기
대한상의, 주요 기업 CEO 20여 명 꾸려 19일 미국 방문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 부과 시행을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한시적인 조처여서 당초 유지됐던 무관세 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유럽‧중국과의 관세 갈등 불씨도 남아있다. 언제든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양국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통화를 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캐나다가 마약 및 이민 단속을 위해 국경을 강화키로 했다”며 “저는 이 첫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캐나다와 최종적인 경제 협상이 성사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지난 1일 발표된 관세는 30일간 유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셰인바움 대통령과의 통화 뒤에도 멕시코가 국경 강화를 약속했다며 한 달간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 단속에 미흡하게 대처한다며 이달 1일부터 양국에 각각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10%의 전면적인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의 적자 개선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위협용’으로 관세를 언급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이 “협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며 4일부터 이들 관세를 시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1일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행동을 취하면서 미국과 캐나다‧멕시코의 관세 전쟁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캐나다는 미국에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 임명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달러 투입 ▲국경에 마약 차단을 위한 인력 1만명 유지 ▲마약 범죄 조직을 테러리스트로 지정 ▲마약 및 범죄, 돈세탁 대응을 위한 양국 합동 타격 부대(Joint Strike Force) 발족 등을 약속했다. 멕시코 역시 마약 및 불법 이주민 단속을 위해 국경 지역에 1만명의 군인 파견 등의 방침을 밝혔다.

북미 3국의 사정과는 달리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중국은 석탄·석유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1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텅스텐 등 원료의 수출을 통제하기로 하는 등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다. 또 미국 빅테크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도 개시했다.

관세 전쟁은 물론 세계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2.75포인트(0.28%) 내린 4만4421.91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5.96포인트(0.76%) 떨어진 5994.57, 나스닥종합지수는 235.49포인트(1.20%) 하락한 1만9391.96에 장을 마쳤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24.49포인트(3.36%) 내린 703.80을 기록했다. 같은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1452.7원)보다 14.5원 오른 1467.2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이튿날 미국의 관세 정책 유예 소식이 전해지며 코스피는 27.74포인트(1.13%) 상승, 코스닥지수는 16.12p(2.29%) 상승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여기서 중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산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구리 ▲석유 ▲가스 등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대선 기간에 모든 국가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그는 2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당해 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의 등 韓 기업인 경제사절단, 19일 미국행

우리 기업들도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다음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한국이 거론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 대미 수출과 부가가치 효과를 중심으로’를 보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대와 보편 관세 부과 정책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의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에는 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 한국 등 포함한 그 외 국가들에 20%를 부과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 효과는 13.1%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오는 19~20일 국내 20대 그룹 CEO로 구성된 ‘한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이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한다고 4일 밝혔다. 민간 기업인들로 구성된 경제 사절단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절단은 고위급 면담 등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일에는 백악관과 의회 인준을 마친 장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 인사와 면담을 통해 양국의 소통 채널을 확대하고 정부 간 경제협력 논의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액은 트럼프 1기부터 2023년까지 1600억달러로 주요국 가운데 1위이고, 미국 내 83만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을 홍보, 미국의 대미 흑자국에 대한 관세 정책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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