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은행장들 새 키워드는 ‘영업·신뢰·위기극복’
[막 오른 5대 은행장 리더십 경쟁] ①
5대 시중은행장 중 4명 교체
영업 강화 통한 경쟁력 확보 목표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주요 금융회사 수장들이 을사년(乙巳年) 새해를 맞아 새로운 리더십 전략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은행권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경영 환경에 ▲계엄·탄핵사태 여파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 둔화 등 대내외적 불안 요소가 존재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먹거리 찾기 필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변화가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라는 위기의식을 반영하면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인사를 기용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코노미스트]는 5대 은행 수장들의 주요 특징과 2025년 경영 전략을 살펴봤다.
‘영업의 달인’ CEO 전진 배치
은행장들 면면을 보면 ‘영업의 달인’들이다. 이들을 전면 배치해 치열해지는 금융사 경쟁 속에서 고객군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먼저 KB금융은 국민은행장으로 연임이 예상됐던 이재근 전 행장 대신 이환주 전 KB라이프 대표를 발탁했다. 이는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첫 사례다. 은행·비은행·지주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이 대표는 그룹 시너지 극대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아울러 영업통이자 재무통으로서 신사업 확장 및 기업가치 제고 등 주요 과제를 원활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성 신임 하나은행장도 그룹 내·외부의 네트워크와 협력 경험을 지닌 ‘은행 영업통’ 출신이다. 하나카드 수장 재임 시절, 특유의 공격적인 영업과 전략으로 지난해 카드 업계 대표 상품이자 수많은 파생작을 만든 트래블로그 카드 시리즈를 성공시킨 바 있다. 정진완 신임 우리은행장은 기업 영업통 출신이다. 그는 1968년생으로 5대 은행장 중에서 가장 젊으며 기업금융 관련 경력 대부분을 국내·외 영업 현장에서 쌓았다.
강태영 신임 NH농협은행장 역시 디지털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영업통’이란 평을 받고 있다. 강 행장은 인사·기획·영업을 거쳐 NH농협은행 디지털전환(DT) 부문 부행장을 지냈다. 내부에서는 기획력과 영업력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 역시 ‘영업통’이다. 압구정중앙지점 부지점장·분당지점 부지점장·둔촌동지점장·삼성동지점장·역삼역금융센터장·성수동기업금융센터 커뮤니티장 등으로 무려 11년간 영업 현장을 누볐다. 영업 실적으로 수상한 횟수만 28회에 달한다.
이들은 올해 영업 경쟁력 제고로 리딩뱅크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5대 행장에 영업통을 전면 배치한 이유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국내보단 성장 가능성이 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목소리로 ‘위기 극복’ 강조…1순위 과제로 ‘신뢰 회복’
5대 은행장들은 한목소리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제1순위 과제로 금융사고 방지와 고객 보호를 위해 힘쓴다는 방침이다. 실제 은행장들은 취임 당시 한목소리로 위기 극복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평소 좌우명인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넌다)를 소개하며 “어떠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하나답게’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공의 이정표를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신뢰’와 ‘동행’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 엄격한 윤리 의식에 기반한 정도 영업으로 ‘KB국민은행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고객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취임 일성은 ‘신뢰 회복’이었다. 전 금융지주 회장 관련 부당대출 등의 금융사고로 리더십이 교체된 만큼,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정 행장은 취임 첫 행보로 서울 중구 회현동 남대문시장상인회를 방문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은행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중소기업그룹장으로 재임하며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스마트카드결제 단말기 지원, 주말 시장 방문 고객에 본점 및 인근 지점 주차장 개방 등을 추진했다.
또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 방안으로 강조한 책무구조 도입을 완료했으며, 조직 개편과 인력 확충을 통해 빠른 안착에 힘쓰고 있다. 외형 확장에만 치중하는 경영 전략이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따라 내실에 집중하는 방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챗GPT 개발한 '오픈AI'...4개월만 몸값 2배 올라
2시프트업, 지난해 영업익 1486억원…전년 대비 33.8%↑
3"김치 원산지는 중국" 딥시크 충격 발언…언어별 답변 달랐다?
4솔루엠, 스페인 ‘ISE 2025’서 AI 기반 첨단기술 공개
5이지스자산운용, '마곡 랜드마크' 원그로브 본격 운용
6대구 북구, 오겜 패러디해 '정월대보름 축제' 홍보
7호텔서 트럼프 취임식 본 홍준표, "국익 해칠 우려 있다"며 출장내역 비공개
8영주시, 12일 '2025 정월대보름 행사' 개최
9‘푸른 고래’ 딥시크, 영어보다 한국어 공격에 18% 더 취약…보안성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