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에 낙찰된 '게이샤 커피', 그만한 가치 있을까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역대 최고가 커피 경신...커피인들 입 모아 '엄지척'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둘러싼 논쟁, 해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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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라비카 커피 지수 350을 기준으로 일반 커피 대비 1000배가 넘는 역대 최고가다. 과연 해마다 세계 최고 가격을 경신하는 BOP 커피 대회와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 ‘게이샤 커피’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게이샤 커피, 어떻게 탄생했나
BOP 커피 대회는 1996년 파나마에서 시작한 커피 경진대회로 브라질, 콜롬비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파나마의 지역 커피 축제로 시작됐다. 다만 2004년 우승한 에스메랄다(Esmeralda) 농장의 게이샤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인들에게 화제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BOP 커피 대회는 게이샤, 파카마라, 카투라와 같은 커피 품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세계 최초로 게이샤 커피를 소개한 에스메랄다 농장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엘리다 농장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들이 사랑하는 데보라 농장의 게이샤 커피가 해마다 최고 가격을 경신하고 있다.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1930년 리차드 웨일리가 에티오피아 게사숲에서 발견한 커피 품종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한 게이샤 커피는 코스타리카를 거쳐, 1960년도 파나마 보케테 농업 사절단을 통해, 에스메랄다 농장으로 전달됐다.
에티오피아, 코스타리카를 거쳐 파나마에 정착한 게이샤 커피 품종은 보케테가 일교차가 큰 고산 지역이라는 점과 함께 풍요로운 토질인 화산토의 영향으로 색다른 테루아의 커피 품종으로 자연스럽게 변화됐다.
당초 게이샤 커피는 ‘티피카’와 ‘버번’처럼 당시 비싼 가격에 판매된 고가 커피 품종의 보호수(다른 품종에 그늘을 제공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대형 묘목)로 재배가 됐다. 그러던 중 밀레니엄 시기 이후 파나마를 휩쓴 ‘커피 묘목 전염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캘리포니아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출신인 에스메랄다 농장주 프라이스 피터슨의 눈에 띄게 됐다.
우연히 게이샤 커피를 맛보고 깜짝 놀란 피터슨은 당대 최고의 커피 테이스터들을 섭외해 커피 맛을 평가했다. 당시의 과정은 마이클 와이즈먼의 ‘신의 커피’라는 책을 통해서 생생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면,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연구자 윌렘부트는 게이샤 커피가 파나마의 테루아에서 절대 발현되지 않는 커피라고 단언했다. 또 미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업체 ‘인텔리젠시아’의 제프와츠는 장미향이 가득한 커피 향미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린 마운틴’ 커피의 품질매니저 돈 홀리는 “내가 게이샤 커피를 마셨을 때 잔에서 신의 얼굴을 봤다”(I saw the face of God in a cup)라는 표현과 함께 만점 평가지를 제출하면서 게이샤 커피에 대한 논쟁을 정리했다.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는 이후 10년 연속 BOP 커피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명성을 떨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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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에 1만원...결국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
게이샤 커피는 과일향이 나면서도 꽃, 초콜릿, 캐러멜과 같은 복합적인 향미와 질감이 입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산딸기와 같은 신선한 과일향 ▲자몽과 같은 선명한 산미 ▲장미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우아함 ▲샴페인과 같은 청량한 산미를 지녔으며 아이스 와인과 같이 달콤하면서 향기롭다. 마지막으로 진득한 초콜릿의 질감을 거쳐, 캐러멜과 같은 달콤함과 깔끔함으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질감과 밸런스, 후미까지 흔들림이 없다는 점에서 게이샤 커피는 모든 커피인들에게 완벽하다고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게이샤 커피의 가격은 적절한 것일까. 게이샤 커피는 한 잔값이 1만원 내외로 다른 커피 대비 고가다.
다만 게이샤 커피를 둘러싼 가격 논쟁에 대해 커피인들의 의견 역시 매우 복합적이다. 참고로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생산된 1946년 빈티지, 로마네 콩티 와인은 한 병에 51만8000달러(약 7억9000만원)에 판매된 바 있다.
이 기록으로 비교하면 세계 최고가인 게이샤 커피는 와인 대비 100분의 1 규모 가격에 불과하다. 고가의 가격이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있지만 게이샤 커피가 BOP 커피 대회를 통해 판매수익을 산지 농민에게 환원하고, 커피 산업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빈티지 와인과 싱글몰트 위스키의 가격이 수천만원을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커피인들에게 ‘완벽한 커피’라는 평가를 받는 게이샤 커피의 가치를 어떻게 환산해야 할까. 결국 커피 가격 논쟁은 소비자들의 판단 영역에 맡겨야 할 듯하다.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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