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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떨고 있니?...한반도 침투하는 차이나머니

[한반도 덮친 중국風]①
외국인직접투자 지난해 중국 266% 증가
알리·테무·BYD 등 글로벌 기업 한국 진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셀러 포럼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중국자본의 한반도 침투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접국가인 한국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무역 긴장 상태 고조도 중국이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기업들은 하나 같이 ‘가성비’ 전략을 내세운다. 이는 고물가로 시름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최근 흐름을 보면 이 같은 전략이 적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거세게 밀려오는 차이나머니

중국자본이 한국 시장에 물밀듯이 유입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외국인직접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 기준 투자액은 345억7000여만달러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이 기간 중국의 신고 기준 투자액은 57억9000여만달러로 전년 대비 266.2%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대(對)한국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제조업으로 나타났다. 해당 투자 규모는 44억6000여만달러로 전년 대비 243% 늘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은 12억7000여만달러로 전년 대비 356.9% 증가했다.

이 같은 중국의 투자 규모는 한국의 대표 우호국가로 분류되는 미국보다도 많은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신고 기준 투자액은 52억4000여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4.6% 감소한 수치다.

중국자본은 특정 산업군을 가리지 않는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오프라인 유통채널 ▲철강 ▲렌터카 ▲자동차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상용차만 판매하던 중국의 비야디(BYD)는 올해 들어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첫선을 보인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는 사전예약 일주일 만에 계약건수 1000대를 넘길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3대장으로 불리는 알·테·쉬도 한국 시장에 공들이고 있다. 모두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지난해 성수동에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쉬인은 최근 잠잠한 모습이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여전히 공격적이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세계그룹을 등에 업고 한국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섰다. 조만간 알리바바그룹과 신세계그룹의 합작법인을 통해 한국 시장 내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한 테무는 올해 한국인 인력 채용 등 현지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철강기업은 현지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후판(선박·제조·건설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철판)을 한국에 쏟아내고 있다. 중국산 후판의 가격은 한국산보다 10% 이상 저렴하다. 해당 품목은 지난해 117만9328톤(t)으로 전년 대비 5% 이상 늘었다.
중국의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는 지난해 말 한국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지난 2021년 한국 시장 철수 후 3년 만의 재진출이다.

과거와 다른 점은 단순히 값싼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니소는 가성비 제품 외에도 해리포터 등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전략 상품으로 국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미니소의 이 같은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한국에 디자인센터도 설립했다. 유명 IP와의 협업을 통한 전략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위함이다.

중국자본이 한국으로 대거 유입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중국 현지 내수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현재 중국은 건설경기 침체 등 내수 부진 여파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2월부터 0%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수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발점은 당해 5월 미국이 발표한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 계획이다. 이후 중국과 미국은 번갈아 보복을 가하면서 세계 1~2위 경제대국 간 갈등이 심화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서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직후 대중국 10% 추가 관세 부과 계획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자본 이대로 괜찮을까

학계에서는 중국자본의 유입에 대해 긍정 보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중국의 가성비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에 대한 국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딥시크 앱의 국내 서비스는 지난 15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잠정 중단됐다. 딥시크 서비스는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선 및 보완이 이뤄지면 재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게 약관 시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딥시크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모두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것이 정부의 제재 이유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알리, 테무를 비롯해 BYD까지 다양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들이닥치고 있다”며 “한국 시장을 발판 삼아 동남아 등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가성비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미국처럼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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