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 불씨 왜 남았나?…스텔란티스 보면 안다
[갈라선 혼다·닛산, 車업계 셈법은] ②
혼다·닛산 합병 시 현대차그룹 넘어서
합병 결렬은 ‘3위 현대차그룹’에 희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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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오는 합병 가능성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 한때 중단된 것으로 보였던 혼다와 닛산의 합병 논의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협의를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논의가 시작된 지 불과 두 달 만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합병이 무산된 직후에도 두 회사의 협상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 논의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혼다는 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가 물러난 후 내부 반대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CEO가 등장한다면 합병 논의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우치다 사장은 닛산 내부에서 혼다와의 합병을 강력히 지지해온 인물이었다. 하지만 닛산의 구조조정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에 대해 혼다 측이 불만을 가지면서, 양사의 최고경영자 간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합병 논의는 방향성 차이로 인해 결렬됐다. 혼다는 닛산과 독립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대신 닛산을 완전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닛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우치다 사장은 2026년까지 CEO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혼다와의 58억 달러(약 8조 4000억원) 규모의 대형 거래 협상이 무산되면서 닛산 이사회 내부에서 그의 퇴임 시기에 대한 논의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혼다는 닛산과의 합병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쓰비시 자동차와의 자본 관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술력,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강력한 입지 등이 협력의 주요한 이점으로 꼽힌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CEO는 협상 결렬 이후 “이런 방식으로 협상이 끝난 것은 후회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FT는 미베 사장의 측근을 인용해, 혼다가 합병을 재논의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는 우치다 CEO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혼다 측도 합병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혼다는 “향후 비즈니스 통합과 관련된 논의가 다시 이루어진다면, 합병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로 엿보는 혼다·닛산 합병
혼다와 닛산은 각각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다. 양사의 글로벌 시장망도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혼다의 세계 판매량은 398만대다. 닛산은 337만대를 팔았다. 이들의 판매량을 단순 합산할 경우 총 735만대다. 이는 기존 3위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인 730만대를 넘는 수치다. 즉, 혼다와 닛산이 합병에 성공했을 경우 현대차그룹을 앞서게 되는 셈이다.
혼다와 닛산은 일본을 포함해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EV) 중심의 생산 거점이다. 미국에서는 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 등이 생산된다. 중국에서는 중국 내 인기 모델인 닛산 실피, 엑스트레일과 함께 혼다의 세단 등이 생산된다. 유럽의 경우 혼다는 지난 2021년 영국 스윈든 공장 폐쇄 후 생산을 축소하고 있지만, 닛산은 스페인에서 전기 밴과 픽업트럭 등을 생산하는 중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 거점을 마련해 둔 만큼, 이들이 합병 했을 때 얻는 이점도 명확하다. 바로 생산 최적화다. 양사는 중복되는 생산 시설을 통합거나 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된다. 동일한 시장에서 중복 생산되는 차량 모델의 생산을 한 공장으로 집중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와 푸조 시트로엥(PSA) 합병으로 출범한 ‘스텔란티스’ 사례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들은 합병 후 ▲벨기에 샤를루아 공장 ▲미국 일리노이주 벨비디어 공장 ▲그루글리아스코 공장 등을 폐쇄했다. 아울러 생산 라인도 조정했다. ▲프랑스 멀하수으 공장 ▲독일 오펠 공장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생산시설 조정의 주요 이유로는 중복 생산시설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과 공급망 최적화 및 조달 비용 절감이 꼽혔다. 결국 폐쇄와 생산라인 조정 모두 공통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셈이다.
실제 합병 당시 이들은 운영 효율 개선으로 연간 50억 유로(약 6조6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했는데, 스텔란테스는 지난 2023년까지 목표의 70% 이상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중복 연구개발(R&D) 비용 축소를 통해 지난 2022년 R&D 비용을 전년 대비 12% 절감했다.
스텔란티스 출범 사례를 미뤄봤을 때,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성사됐을 경우 일본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두 회사의 연구개발(R&D) 역량과 생산 인프라가 통합되면, 전기차(EV) 및 하이브리드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합병이 결렬되면서 한국 자동차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여전히 3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 무산은 일본 자동차 업계에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금이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인 혼다와 닛산을 넘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 평가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합병 결렬이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킬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수소전기차에 대한 기술고도화와 함께 저가형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해야할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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