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점령 마친 로봇...노동 시장 울고, 라스트마일 웃고
[로봇이 점령하는 창고] ①
비용 절감 효과 큰 로봇
일자리 감소 우려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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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로봇의 점령이 시작됐다. 주된 활약 장소는 물류 창고다. 최근 글로벌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들은 물류 자동화를 위해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e커머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 역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물류 자동화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로봇의 점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물류 창고 넘어, 최종 배송 단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던 ‘로봇 시대’가 코 앞까지 다가온 상황인 셈이다.
‘아마존’ 통해 보는 ‘효자 로봇’
로봇의 덕을 본 대표적인 예가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로봇 물류 혁신’ 담금질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다. 아마존은 당시 물류 로봇 전문업체 키바 시스템스(Kiva systems)를 7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이후, 물류 로봇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 해왔다. 지난 2013년 약 1만대의 로봇을 운영하던 아마존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물류센터에서 약 75만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 중이다.
현재 아마존의 주요 물류 로봇은 6가지(▲Proteus ▲Pegasus ▲Xanthus ▲ Hercules ▲Robin ▲Cardinal)다. 다양한 종류 만큼, 역할도 세분화돼있다. Proteus는 아마존의 최초 완전 자율주행 로봇이다. 창고 내에서 선반을 이동시키며 다른 로봇 및 인간과 협력해 작업을 수행한다. Pegasus는 소형 패키지를 분류하고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로봇이다. 분류 오류를 줄이고 배송 속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밖에도 Xanthus는 맞춤형 물류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고, Hercules는 무거운 상품을 들어 올리고 이동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Robin은 소포와 박스를 자동으로 스캔하고 정리하는 시스템을 갖춰 분류 작업의 정확도를 높인다. 끝으로 Cardinal는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을 활용해 패키지 분류 및 정렬을 자동화한다.
이렇듯 아마존은 키바 로봇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물류 센터를 구축한 뒤, 추가로 다양한 로봇 물류 로봇을 도입해 정교성을 더한 셈인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적극적인 로봇 도입으로 인해 ‘물류 효율성’과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모건 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의 로봇 활용은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최대 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규모의 비용 절감은 기존 물류 시스템의 혁신에서 나왔다. 아마존은 노동집약적인 과정인 픽킹(picking)과 패킹(packing) 등과 같은 작업에 대한 자동화를 통해 대폭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물류로봇 도입을 통해 물류센터 운영비용 20% 절감과 순환 속도 3배 증가, 공간 활용도 50% 향상이라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도 로봇 도입에 잰걸음이다. 먼저 쿠팡의 경우 풀필먼트센터 내에서 AI 및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류 로봇을 이용해 상품의 입출고 속도를 높이고,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재고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쿠팡은 최근 피킹 및 패킹 자동화 시스템을 확대해 로봇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및 쇼핑몰과 연결된 물류 인프라를 최적화하기 위해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의 주문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창고 운영을 효율화하고, 파트너사와 협력하여 로봇을 활용한 물류센터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자동화 물류센터를 통해 로봇 기반의 피킹 및 패킹 시스템을 도입하여 주문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신선식품 배송 최적화를 위해 로봇과 AI를 활용한 물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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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가득 로봇들...나비효과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류 인프라 및 산업 전반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로봇 자동화와 AI 기술 도입으로 올해까지 전 세계적으로 8500만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단순 노동직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자동화 로봇 도입으로 AI 기반 물류 운영 및 유지보수 등 고숙련 인력은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맥캔지(McKinsey) 연구소 또한 비슷한 미래를 전망했다. 맥캔지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화가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노동자의 역할 변화와 일자리 재편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기술 중심의 업무와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 시장뿐만 아니라, 물류의 최전선 ‘배송’ 시스템에도 변화가 전망된다. 바로 ‘라스트마일’의 지각변동이다. 라스트마일 배송은 물류 프로세스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상품을 전달하는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인건비, 배송 실패 등의 이유로 전체 배송 비용의 약 53%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소요되는 곳이 라스트마일이다.
이를 절감하기 위해 아마존과 월마트, 쿠팡 등 주요 e커머스 기업들은 물류 창고를 넘어 도심지 인근에 소규모 풀필먼트 센터(MFC)를 구축하여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MFC는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피킹 및 패킹 작업을 진행하여, 당일 또는 1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도록 운영된다.
또 AI 기반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해 실시간 경로 최적화와 수요 예측 및 자동 재고 배치 등을 통해 배송 속도와 효율을 극대화 한다. 이밖에 드론 배송 및 자율주행 배달 로봇 도입을 통해 도심과 외곽 지역에서 빠른 배송을 실현 중이다.
시장 조사 기관 리서치 네스터(Research Nester)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반 라스트 마일 배송 시장은 2024년 약 14억4000만 달러에서 2037년에는 약 150억8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9.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인 공간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최근 로봇 도입을 통해 e커머스 기업들은 주문 처리 속도를 높이고 부가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AI와 결합된 로봇 기술은 추후 물류 운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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