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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연회비 올린대”...韓 마트에 기회 될까[코스트코 전성시대]②

고물가 부담·소비위축 창고형 할인점 인기
연회비 의무 없는 이마트·롯데마트 기대감

2월 14일 오픈한 트레이더스 마곡점의 모습. [사진 이마트]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미국의 대표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오는 5월 국내 멤버십(연회비) 인상을 예고하면서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경기 불황 장기화 및 고물가 부담에 대용량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국내 창고형 할인점은 코스트코와 달리 연회비를 의무적으로 받지 않는다. 코스트코 연회비 인상 시 가장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이마트다. 최근 국내 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중 가장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연회비 올리는 코스트코...트레이더스 힘주는 이마트

코스트코 한국법인(코스트코코리아)은 지난 2월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연회비 인상 소식을 알렸다. 오는 5월 1일부로 연회비를 최대 15% 이상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2017년 6월 이후 약 7년 만의 연회비 인상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분위기다. 코스트코코리아의 실적이 성장세임에도 8% 내외인 미국·캐나다보다 국내 인상률이 더 높아서다.

업계에서는 코스트코의 연회비 인상이 국내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가성비가 우수한 창고형 할인점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국내 업체의 경우 코스트코처럼 회원제를 강제하지 않고 있으며, 마트와의 통합 매입 등으로 신선식품 경쟁력을 끌어올려 최근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마트 3사 중 현재 창고형 할인점을 운영하는 곳은 이마트와 롯데마트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8년 창고형 할인점을 도입했지만, 2022년부터 신석식품 등 먹거리에 주력하는 메가푸드마켓 전환으로 전략을 바꿨다.

국내 마트 중 창고형 할인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이마트다. 이는 점포 현황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트레이더스 점포 수는 2015년 10개에서 지난해 22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몇 년 간 흐름만 놓고 보면 이마트가 트레이더스를 늘리고 일반 대형마트(할인점)는 줄이는 모양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21년 138개였던 할인점 수는 2월 말 현재 132개로 6개 줄었다. 같은 기간 트레이더스는 20개에서 23개로 3개 늘었다.

이마트는 올해도 트레이더스 경쟁력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 14일에는 거주인구 120만명이 넘는 서울 강서 지역에 마곡점을 오픈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천 지역에 24번째 점포인 구월점의 문을 열 계획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창고형 할인점인 맥스(전신 빅마켓)가 있다. 현재 영등포점을 비롯해 금천점·송천점·상무점·목포점·창원중앙점까지 총 6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공격적인 점포 확장보다 자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성비를 갖춘 맥스 전용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지속 출시하고, 직소싱 상품을 확대해 그로서리(식료품) 중심의 창고형 할인점으로 고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맥스 송천점 외관 사진. [사진 롯데마트]

온라인 강세·소비위축에도 창고형 성장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창고형 할인점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온라인 쇼핑 강세와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른 내수 시장 침체 관련 대응이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마트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예전 같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의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49.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 비중은 50.6%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에는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온라인을 앞섰지만, 해를 넘기면서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특히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형마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13.5%)과 비교해 1.6%포인트(P) 줄어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불황 장기화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전국 소매판매액지수(대형마트·백화점·전문소매점 등의 판매액)는 전년 대비 2.2% 줄었다. 이는 지난 2022년부터 3년 연속 하락세다. 이런 흐름은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의 창고형 할인점은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조54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할인점 매출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맥스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 증가했다. 전용 PB 상품(대용량)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일례로 맥스 1A 신선한 우유 2.3L는 타사 대비 20% 이상 저렴한 4000원대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가공식품 전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고객 반응을 얻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일반 할인점보다 창고형에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용량 구매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경우 두 가족이 함께 구매해 나누는 문화가 형성된 것 등을 보면 당분간 긍정적인 분위기가 계속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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