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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에 '약자 편'은 없다...젤렌스키 향한 '잔혹한 조롱', 사퇴 압박까지

미국 SNL 이미지 캡처

미국 유명 정치 풍자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백악관 정상회담을 풍자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는 모습을 가감 없이 재연해,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잔인한 조롱" 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실제 회담 이후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협상 의지가 없다" 는 비판과 함께 사퇴 압박까지 가해야 한다는 주장 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약소국 지도자로서 미국의 압박과 조롱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처지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더욱 부각되는 형국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방송된 SNL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패러디한 코미디 극을 선보였다. 무대는 백악관 집무실을 재연한 세트로 꾸며졌으며, 배우들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역할을 맡았다.

극은 “트럼프와 젤렌스키 회담이 성공적이었다. 이를 본 모든 사람이 안심하며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됐지만, 이는 곧 풍자의 도구로 활용됐다.

극 중에서 트럼프로 분장한 배우는 “나는 ‘가자(GAZA) 호텔’ 사장”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이 믿을 수 없는 함정 속으로 초대한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곧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발언을 풍자한 것이었다.

또한 극 중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복 차림으로 회담에 참석한 것을 조롱하며, “오늘 정말 잘 차려입었다. 스타트렉처럼 격식 없이 입고 와줘서 고맙다”고 비꼬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을 문제 삼으며 "정장을 입지 않은 것은 무례한 행동"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극 중 ‘JD 밴스 부통령’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신은 15초 동안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잘생겼다고도 하지 않았다”며 비꼬았다. 이는 실제 회담에서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감사함을 표시하지 않았다" 며 무례하다고 지적한 발언을 반영한 것이다.

SNL의 풍자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 의지가 없다며 사퇴까지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보좌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과 협상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며, “그가 전쟁을 끝내겠다는 우리의 목표를 공유하는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담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개를 흔들거나 팔짱을 끼는 등 무례한 행동을 했다"며,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그의 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도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든가,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이끌고자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는 그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희토류 광물 협정과 관련한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존슨 의장은 "희토류 광물 협정에는 이미 안보 보장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이 협정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투자를 방어할 것이며, 러시아·중국·이란·북한 모두 이 메시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한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외교적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SNL의 풍자는 가벼운 정치 코미디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미묘한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후 미국 측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우크라이나가 전적으로 미국의 정책 방향에 순응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SNL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풍자하는 동시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조롱한 것은 미국이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을 비웃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강대국에 의존하는 약소국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그를 조롱하며 협상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한 손으로는 지원을, 다른 손으로는 조롱과 압박을 하는 모습 속에서, 약소국이 직면한 외교적 현실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같은 압박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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