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 10년’...누가 홈플러스를 이렇게 만들었나 [이슈+]
MBK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인수 당시 거액 차입금 발목
자산 매각에도 빚 부담 지속

갑작스러운 회생 신청...신용등급 강등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회생 신청 당일(3월 4일) 오전 11시 회생절차 개시결정 및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승인했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나선지 11시간 만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채무자 회사의 규모와 거래량을 고려하고,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하면서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선제적 구조조정’은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개월 이내에 지급불능 등 자금부족 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업이 회생절차를 거쳐 재무건전성 회복에 나서는 형태를 말한다.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는 ▲매입·매출 등 상거래 대금 ▲가맹점주에 대한 대금 ▲직원 급여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면서 회생절차를 밝는 것을 의미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달 공시된 신용평가 결과가 예상과 달리 A3-로 한 단계 하락해 기업어음(CP) 발행이 어려워져 단기자금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이에 휴일이 끝나는 3월 4일 바로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금융조달 비용 상승이 우려되며, 재무구조 개선이 없을 경우 오는 5월경 자금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의 갑작스러운 회생절차 돌입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신평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D로 하향조정했다. 이후 홈플러스 제휴사들은 상품권 사용 중단 등 후속조지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협력사는 정상 납품 등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결국 시장 내 영향력이 감소하고, 경쟁사들이 효과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홈플러스 측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하면서 대형마트가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홈플러스 측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 비중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한 비중은 11.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3.5%) 대비 1.6%포인트(p)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 비중은 50.6%로 전년(47.3%) 대비 3.3%p 늘었다.
홈플러스 몰락의 원인이 MBK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2015년 MBK는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바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당시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3호 펀드에서 투자한 자금(공동투자자 자금과 우선주 7000억원 포함)은 약 3조2000억원, 인수를 위한 차입금(인수금융)은 약 2조7000억원이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인수금융은 홈플러스의 이자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가 부담한 이자비용은 ▲2021년 회계연도 2658억원 ▲2022년 회계연도 2028억원 ▲2023년 회계연도 3025억원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이하 홈플러스 노조)가 공개한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비용은 3조964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4713억원에 불과했다.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20여개의 점포를 매각하며 자금 확보에 나서야 했다. 지난해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도 시도했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여전히 홈플러스는 빚에 허덕인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5조3120억원, 부채비율은 1408.6%에 달한다.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는 매출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기 자금 확보를 위해 점포 매각을 지속했다”며 “한신평 보고서는 점포 매각이 기업의 재무 안전성을 개선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켰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MBK에 대한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붙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풍과 손잡고 인수를 추진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비철금속 제조업의 특수성과 경영 노하우가 고려아연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MBK와 영풍의 적대적 공개매수 시 고려아연의 미래가 없다”고 비판해왔다.
홈플러스 본사는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무가 유예됐으나, 현재 홈플러스의 현금창출력과 소유부동산(감정가액 4조7000억원)을 고려할 때 현금수지는 곧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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