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네파‧영화엔지니어링까지…MBK, 인수기업 줄줄이 ‘빨간불’
1000억대 적자 네파…법정관리 영화엔지니어링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과거 MBK가 인수한 기업이 경영악화에 빠진 사례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한 핵심 자산의 매각, 고배당 등의 악순환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 이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한기평과 한신평은 신용등급을 A3-에서 디폴트 단계인 ‘D’로 일제히 추가 하향조정했다.
업계에서는 MBK 주도의 잇따른 자산 처분이 홈플러스의 경쟁력 저하를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K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 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이때 발생한 차입금을 갚기 위해 그동안 홈플러스가 보유한 점포 등 부동산을 순차적으로 유동화했다.
결국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반복되면서 자본이 급감했다. 이런 영향에 2024년 11월 말 기준으로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1408.6%로 크게 악화했다. 총 차입금은 5조4620억 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60.3%에 달했다. 현금성자산을 제한 순차입금은 5조3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말 대비 1194억 원 늘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 네파 역시 MBK의 무리한 인수 이후 실적 악화에 빠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네파는 한 해 1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우량 아웃도어 브랜드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파는 2023년 기준 1054억728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네파는 MBK 인수 시점인 2013년에는 1052억1500만원의 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MBK는 2013년 당시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5000억 원 가량은 특수목적법인(SPC)의 금융 채무로 조달했는데, 이후 SPC와 네파가 합병하며 네파가 인수 금융 채무 원리금을 부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네파는 MBK 인수 이후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네파가 2023년까지 부담한 이자 비용만 2708억원에 달한다. 2013년 34%이던 부채비율도 2023년 231%로 급등했다.
문제는 MBK가 네파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MBK는 인수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배당을 시작해 2013~2021년까지 총 833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K는 회사가 순손실 등을 기록하며 실적이 좋지 못했던 2017~2021년에도 보유 우선주에 대해 주당 평균 4만7000원 수준의 배당을 총 204억원 집행하기도 했다. 이는 액면가 500원의 9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철제 구조물 제조사 영화엔지니어링의 경우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와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가 2009년 1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영화엔지니어링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해외수주에 따른 운전자금 소진, 원청기업의 플랜트사업 수익성 저하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경영난에 직면했다. 결국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MBK는 2017년 회사 지분을 496억원에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매각하며 손실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MBK의 경우 부실기업을 개선하는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기능과 역할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는 MBK식 기업경영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며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금과 빚을 갚다 보니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윤석열 대통령 측 “조작과 허위의 시간은 끝났다…내란죄 음모 파헤쳐야”
2 박찬대 "심우정 즉시 고발…사퇴 거부시 탄핵포함 모든 조치"
3한 달에 '1억 개' 필요한데...美, 한국에게 "팔아주세요" 요청
4中 소비자물가 13개월 만에 하락 전환…디플레이션 우려 확산
5尹 석방 이틀째…서울 곳곳서 탄핵 찬반 집회
6트럼프 관세 압박에 컨테이너 운임 8주째 내리막…해운업계 우려
7'전 세계 가장 멋진 동네 4위' 성수동은 어떻게 '팝업 성지'가 됐나
8서학개미들 테슬라·이더리움 레버리지 ETF 베팅했다가 '폭락 수렁'
9'싫어요' 100만개?...'구리빛 백설공주' 논란에 英시사회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