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리아 특허 소송에 기업 골머리…美 진출 “쉽지 않네”
[바이오시밀러 특허 전쟁]①
리제네론, 아일리아 시밀러 개발사 상대로 소송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항소했지만 기각
아일리아 미국 내 제형 특허 2027년 만료 예정
‘특허 무효’ 가능할까…미국 특허심판원에 청구

리제네론은 블록버스터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를 개발한 기업이다. 아일리아는 환자들을 실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돕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아일리아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으며,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출시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인 만큼 특허를 피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성분이나 방식으로 만들려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돼야 판매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아일리아의 물질 특허가 만료돼 몇몇 기업이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올해 물질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라, 곧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특허 문제가 다소 복잡하다. 아일리아는 미국에서 일찍이 물질 특허가 만료됐지만, 추가 특허가 남아있다. 이 특허는 2027년 만료된다. 추가 특허는 종류가 다양해한데 국내 기업이 이 문제까지 해결해야 미국 진출이 수월할 전망이다.
삼성에피스·셀트리온, 항소 모두 기각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최근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출시하지 말라는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의 항소를 각각 기각했다. 리제네론은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미국의 한 법원은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예비금지명령을 내렸다.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오는 항소했고, 항소심을 진행한 법원은 다시 리제네론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특허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미국에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지 못하게 됐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세계 제약·제약바이오 시장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일리아도 마찬가지다. 아일리아는 2023년 기준 연간 13조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인데,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아시아 시장에만 이들 기업이 진출할 경우 글로벌 시장의 절반만 공략하는 셈이다.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아일리아와 관련한 특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된 특허는 ‘865 특허’로 알려진 제형 특허다. 제형은 의약품을 목적과 용도에 맞게 만든 ‘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865 특허에는 아일리아가 ‘혈관 내피 성장 인자(VEGF) 길항제(특정 물질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억제하는 물질)와 유기 보조 용매(organic co-solvent)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유리체 내 투여에 적합한 안과용 제제를 포함하는 바이알’이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 이런 부분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특허 무효’ 가능할까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모두 항소가 기각된 상황이다. 미국에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려면 별도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허 소송을 다시 제기하거나, 특허 무효 소송을 별도로 제기하는 방식이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미국 특허심판원에 아일리아의 제형 특허와 관련한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리제네론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며 시장 진입을 막으니, 아예 해당 특허가 무효하다고 주장해 특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특허심판원의 특허 무효 심판이 잘 개시될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먼저 미국에서는 특허권자를 제외한 누구나 특허와 관련해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특허가 ‘신규성’과 ‘진보성’이 없었을 때만 무효가 된다. 단순히 해당 특허가 출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적격하지 않다는 이유는 특허 무효 사유가 아니다. 이럴 경우 특허 무효 심판이 아예 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항소에서 모두 기각된 점이 특허 무효 심판의 개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 소송을 주로 담당한 미국의 한 변호사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1심 법원의 판단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린 만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신청한 특허 무효 심판은 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특허 무효 소송이 다른 소송과 병행되고 있다면, 미국 특허심판원은 다른 요건이 충족됐더라도 소송의 재판(trial) 날짜와 소송의 내용 중복 여부, 당사자의 동일성을 검토해 특허 무효 심판의 개시를 기각(discretionary denial decision)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8월까지의 자료를 살펴봤을 때 제약·바이오 분야의 심판 개시 비율은 70% 정도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이 리제네론과 특허 무효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 마일란과 아일리아의 투여 방법과 관련한 ‘338 특허’, ‘069 특허’의 무효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아일리아의 제조 방법과 관련한 특허인 ‘226 특허’에 대해서는 소송을 통해 리제네론과 합의한 경험도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앞서 아일리아의 투여 요법과 관련해 ‘601 특허’, ‘681 특허’에 대해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리제네론이 국내 기업만을 대상으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출시하지 못하도록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 리제네론은 ▲암젠 ▲마일란 ▲바이오콘 ▲포미콘 등을 상대로도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바이오시밀러의 진입을 늦추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의 소송 결과가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 법원은 대다수의 기업들이 미국에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지 못한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암젠만 이를 벗어나 현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암젠의 바이오시밀러만 다른 기업과 달리 별도의 완충제(buffer)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약물의 구성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아일리아의 제형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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