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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매'의 기술?…시장 흐름과 제도 이해하고 투자와 자산관리까지 가능해야[김현아의 시티라이프]

[부동산도 리터러시(Literacy)가 필요하다]①
서브프라임 사태 겪은 美, 정부가 직접 부동산 교육
'주택 구매 교육 받으면 대출 연체율 19~50% 감소' 연구도

2024년 4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청년정책 박람회에 청년들이 몰렸다.[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전 국회의원] 요즘 ‘○○ 리터러시(Literacy)’라는 단어가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리터러시(literacy)란 ‘읽고 쓰는 능력’인 문해력을 의미하는데, 사회가 변화하면서 그 개념과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문자를 해독하는 수준을 넘어 텍스트 이면의 의미를 파악하는 ‘비판적 리터러시’, 그리고 개인이 사회문화적 소통을 위한 종합적 사고력을 갖추는 ‘문화적 리터러시’ 까지 그 개념이 넓어졌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금융 ▲건강 등 실생활에 밀접한 분야와 결합하여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정보의 폭발적 증가와 기술 발전의 가속화가 단순한 지식 격차를 넘어 개인 간의 기회 격차(Opportunity Gap)와 경제적 격차(Economic Divide)를 더욱 심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부동산 리터러시, 매매의 기술 넘어 투자‧자산 관리까지

부동산은 단순한 재화가 아니라 삶의 공간이자 자산이며, 주거 안정과 자산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부동산 리터러시는 단순한 부동산 매매 기술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주택금융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관련 법률과 제도를 알고 투자와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을 의미한다.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주거정책과 금융 지원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아는 것과 그 기회를 실제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주택 마련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설사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거래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 최근 전세사기에서도 주된 피해계층은 청년들이었다.

얼마 전 지인의 자녀 결혼소식을 들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결혼식 대신 그 비용을 종자돈 삼아 정부의 신혼희망타운 주택에 청약할 계획이라고 한다. 워낙 집값이 비싸지고 고금리에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환경이지만, 정부가 신혼부부에 한해 지원하는 공공주택은 가격과 금융지원(대출 한도와 금리)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청약을 위해 혼인신고도 미리 했다고 한다. 과거 결혼은 하되 혼인신고를 미루었던 세태와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그 동안 많은 청년들이 주택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결혼도 출산도 포기해야 했던 모습에 비하면 다소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비단 신혼부부뿐 아니라 20대 청년층에서도 정부의 청년임대주택에 대한 지원에 힘입어 부모로부터 독립과 자립을 계획하려는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 아직 이들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의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이런 정보를 얻고 실제로 활용하는 이들에게 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부동산만큼 자산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도 없을 것이다. 집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자산격차는 말할 것도 없다. 집을 소유하더라도 어떤 지역의 집을 소유했는가에 따라 한 개인의 자산규모와 거주이전의 선택지가 달라진 지는 한참 됐다. 다수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부모가 주택을 소유한 경우, 자녀가 주택 취득 확률이 더 높고 특히 수도권에서 그 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자녀의 소득보다 부모의 주택 소유 여부가 자녀의 주택소유에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를 살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주변에서 목격할 때마다 청년세대의 ‘N포’가 수긍이 된다. 청년들이 무수히 많은 것들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美, 정부가 부동산 교육

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연체와 차압(Foreclosure)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부동산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보다 더 크고 치명적이었던 ‘서브 프라임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주택 구매자와 임차인을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대출 비교 방법 ▲계약서 이해 ▲신용 점수 관리 ▲차압 방지 전략 등을 교육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재정교육 및 주택 소유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주택 구매자 대상 교육을 받은 경우 대출 연체율이 19~5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부동산 리터러시는 개인의 재정 안정뿐만 아니라, 주택 소유 유지와 장기적인 경제적 자립에도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부동산 리터러시가 부족하면 무리한 대출 선택, 전세 사기 피해, 부적절한 계약 체결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개인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지원‧체계적 지식‧정보 투명성 강화 필요

그렇다면 우리는 부동산 리터러시를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부동산 리터러시를 키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을 넘어, 체계적인 금융·법률 지식을 갖추고, 신뢰할 만한 자료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부동산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부동산 리터러시가 실제로 어떻게 자산 형성과 기회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지, 해외의 교육 프로그램과 정책적 대응 사례는 어떤지, 그리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부동산 리터러시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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