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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민금융기관’ 이름값 무색…상호금융, 저신용자 대출 비중 3% 그쳐

서민금융연구원·나이스평가정보 조사 결과
상호금융, 10% 이하 저신용자 신규 대출 3200억원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서민금융기관’이란 이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상호금융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나이스(NICE)평가정보와 ‘지난해 권역별 저신용자 신규 신용대출 및 비중’을 조사한 결과,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개인신용평가회사(CB)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의 신용대출 비중은 3.1%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은행(14.3%) ▲카드사(27.6%) ▲저축은행(36.3%) ▲대부업(10.0%) ▲기타(8.9%) 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CB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의 저신용자’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으며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은 물론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취약차주로 분류된다. 지난해 상호금융권이 이들에게 내준 신규 신용대출은 3200억원으로 ▲은행(1조4800억원) ▲카드사(2조8600억원) ▲저축은행(3조7600억원) ▲대부업(1조300억원) 등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금융권은 주로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으며, 저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 축소는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은행, 카드, 상호금융권의 신용대출 총액은 2022년 대비 각각 9조3000억원, 2000억원, 2100억원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신용자의 신규 신용대출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B평점 별로 하위 20%는 7조3000억원, 하위 10%는 5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축소..."서민금융 역할 강화해야"

일각에선 이 같은 신용대출 축소가 특히 저신용 서민의 금융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호금융권은 같은 비은행금융기관으로 묶이는 저축은행과 달리 비영리법인이다. 약 3500개에 달하는 조합(금고)이 있는데다, 조합원(회원) 중심 영업이 핵심적인 수익활동의 배경이다. 신용평점 등 정량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성적 정보를 취득·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이들 금융기관이 저신용자 신용대출에 소홀히 하는 것은 ‘서민금융’이라는 본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신용등급에 따른 금융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 상호금융회사가 서민금융회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대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상호금융권의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 강화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중심으로 고위험·고수익 영업 방식을 추구하면서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금융권은 지난 수년간 가계대출보다 공동대출을 통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확대하며 고위험·고수익 영업 전략으로 선회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규제를 강화하자 기업대출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강화 과정에 취약 차주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서민금융 역할 확대를 위해 상호금융권이 저신용자들의 재기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확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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