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수천억 흑자 내던 車보험의 위기...보험료 다시 오를까
- [꿈틀대는 車보험료]①
코로나 이후 안정적 손해율, 최근 다시 오름세
지난 3년 흑자 본 사업인데...장밋빛 시절 끝났나

이미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에서 적자를 기록한 손보사들은 올해 더 큰 폭의 실적 하락을 예상 중이다. 이러면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내년에 자동차보험료 인하는커녕, 동결 혹은 인상까지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안정적이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왜 다시 급증세를 보이는 것일까.
손해율, 그동안 왜 하락했나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2018년 7237억원의 손실을 봤다. 손해율이 93%에 달했던 2019년에는 무려 1조6445억원 적자를 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도 흑자를 본 해는 손에 꼽을 정도다. 거의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냈다.
또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병원에 드러눕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 늘었고 경상환자들은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방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자동차보험에서 치료비를 모두 보장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걱정없이 병원을 수시로 방문했다. 장마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차량 침수 등이 발생한 해는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
손보사들은 손해를 봐도 보험료를 올려 메꾸기도 어렵다. 가격 조정권이 사실상 정부에 있어서다. 민간보험사가 판매하고 있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 변동에 수천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손보사들은 정부와 협의하에 자동차보험료 조정에 나서고 있다. 손보사 입장에서 자동차보험은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인 셈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고 이들이 매년 계약을 갱신하다 보니 무시할 수는 없는 시장"이라면서 "다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적인 면에서 메리트는 없고 가입자를 유치해 다른 상품을 연계해 파는 등 고객DB(데이터베이스) 확보용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 2020년 85.7%를 기록했지만 이후 ▲2021년 81.5% ▲2022년 81.2% ▲2023년 80.7%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자연스레 자동차보험 보험손익도 2020년에는 -3799억원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부터 ▲2021년 3981억원 ▲2022년 4780억원 ▲2023년 5539억원 흑자를 냈다. 투자손익(보험료 운용 수익)까지 감안하면 손보사들은 지난 2021~2023년에 자동차보험에서만 매년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애물단지 사업에서 수천억원대 보험손익을 기록하게 됨 셈이다.
2021년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락한 것에는 시기적인 특성이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코로나19가 발발하며 차량 운행량이 급속히 감소했다. 운행량이 줄다보니 자연스레 사고가 감소했고 손해율도 줄어든 셈이다.
또한 2020년 이후부터 차선이탈 경고, 전방충돌방지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탑재 차량 비중이 증가하면서 가벼운 접촉사고 등이 크게 감소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 여름철 장마기간이 짧아지고 폭염일수가 길어진 것도 손해율 감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지난 3년간 손해율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꿈틀대는 손해율, 보험료 오르나
하지만 손해율은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손보사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3.8%로 치솟았고 보험손익은 -97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료 수입 자체가 줄었고 지난 3년간 보험료를 인하한 효과도 누적됐다는 것이 손보사들의 얘기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치솟으며 지난 4년간 인하됐던 자동차보험료가 다시 인상 기조로 돌아설지 관심이다. 손보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금융당국의 상생기조 및 손해율 안정화를 이유로 매년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왔다.
평균 인하율은 ▲2022년 -1.2% ▲2023년 -1.9% ▲2024년 -2.5% ▲2025년 -0.8%다. 하지만 올해 손해율이 치솟으며 앞으로 동결 내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빅4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도 비상이다. 이들은 지난해 약 2200억원의 보험손익을 냈다. 하지만 올 상반기(1~6월) 평균 손해율이 82.6%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79.5%) 대비 3.1%p나 상승했다. 대체로 하반기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 오른다고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 1%가 올라가면 약 1500억원대 손해가 날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손보업계는 자동차 수리비와 관련해 과거와 달리 손해율이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차 가격이 크게 뛰며 수리비용 자체가 뛰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정비공임은 2.7% 인상됐다. 하반기를 넘어 앞으로도 손해율이 떨어지긴 쉽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다만 오는 8월 16일부터 자동차 부품을 교환·수리할 때 대체 부품을 포함하도록 하는 자동차보험표준약관이 시행돼 장기적으로 손해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새 약관이 적용되면 차주는 보험을 통해 자동차 수리 시 정품을 대체할 대체 부품이 존재하면, 대체 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이러면 손보사 입장에서는 수리비 부담이 낮아져 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하 여건이 생길 수 있지만 효과가 당장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또 새 약관 시행은 소비자 반발이 심해 정착까지 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올 하반기나 내년에 손보사들이 손해율 증가를 이유로 보험료 조정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물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자동차보험료가 오를 경우 정치·사회적 반발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서민경제 안정 기조를 보이는 것도 손보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당국과도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 손해율이 올랐다고 해서 당장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실한 것은 계속된 손해율 인상으로 보험료 인하는 이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사는 "지금으로선 보험료 조정과 관련해 특별히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 "하반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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