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리스크’ 부담 덜어낸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시동
내부 회의체 구성…"IMA 사업 추진, 자기자본 8조원 달성 목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대주주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삼성증권이 오랜 숙원 과제인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내부 회의체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적인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높일 수 있다.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기업대출 채권, 부동산금융 등 모험자본에 투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회사만 운영할 수 있다. 국내에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초대형IB 중 삼성증권만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단기금융업 심사에서는 재무요건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도 통과해야 한다.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나선 것은 약 8년만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이미 2017년 발행어음의 인가 기준인 4조원을 충족했다. 하지만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어 삼성증권은 2018년 ‘유령주식 배당사고’가 발생하며 영업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2년간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2020년 9월 검찰이 이 회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분식 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대주주 리스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회장이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다. 4년 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신규 사업 인허가 및 승인과 관련한 심사제도를 개편하면서, 검찰 기소로 인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1·2심 모두 무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심사를 재개하도록 했다.
대주주 리스크 해소…자기자본 확충 사활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시장 진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최근 2024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IMA사업 진출 계획을 드러냈다. 삼성증권은 “IMA 등을 고려해 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상향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2027년까지 자기자본 8조원 달성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IMA는 은행 예금처럼 증권사가 고객을 대상으로 수신한 금액을 투자해 이익을 투자자와 공유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가능하다. 현재 이를 충족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단 2곳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6조9306억원으로 IMA 진출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약 1조원가량 부족한 상태다. 삼성증권이 자본 확충을 위해 우선 발행어음 라이센스 인가에 속도를 내야 하는 배경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MA까지 가려고 하면 사실상 자기자본이 한 1조원정도 더 있어야 된다”며 “IMA는 굉장히 장기적인 프로젝트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초대형 IB 쪽에서 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위해 차근차근 스텝을 밟고 있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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