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벼랑 끝에 몰린 美금융시장…‘아멕시트’ 우려[특파원 리포트]
- 주식·달러·국채 동시 추락…이례적 현상
출구전략 찾는 트럼프…미·중 긴장 완화 글쎄
중앙은행 독립성까지 훼손…美자산 투매 현상 가중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김상윤 이데일리 뉴욕특파원] 지난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 명명한 날. 전 세계를 상대로 11~50%에 달하는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 미국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다음 날 나스닥 지수는 6% 급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월가의 한 트레이더는 그날을 “악몽”이라 표현하며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프로그램 매도가 잇따르는 극심한 변동성 속에 넋 놓고 모니터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 조치를 발표하기 전까지 증시는 연일 하락했다. 현재도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
시장에서는 ‘아멕시트’(AMEXIT·America+Exi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말하는 브렉시트(BREXIT)를 빗대 미국 자산 이탈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정책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서 발을 빼고 있다. 주식시장 급락에 이어 달러 가치는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장기 국채금리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국채·달러 동시 매도…이례적 현상
미국 금융시장은 주식·국채·달러가 동시에 매도되는 비정상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이 급락하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나 달러로 자금이 몰려 금리는 하락하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러가치가 추락하는데 장기물 국채금리마저 급등(국채가격 하락)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는 98.28까지 하락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에 돌입하기 직전인 2022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0일 4.495%까지 치솟았다. 지난 3일 3.999%에서 5거래일 만에 0.5%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자금이 미국을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기능 자체가 완전히 붕괴될 정도의 큰 혼란이 온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압박이 감지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구조적 매력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빠른 탈달러화 과정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의 안전자산’이었던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전쟁’은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경제를 둔화시키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재발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중국에 대한 145%에 달하는 추가관세는 사실상 중국과 무역 단절을 의미한다. 미국 소비재 상당수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몇 달간 소비재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결국 소비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 미국 경제가 추락하면 미국에 수출하는 각국의 경제도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 곳곳에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2일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과 잘하고 있다”며 “현재 대중 관세율 145%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협상을 통해 실질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0%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대중 관세율 인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을 달랬다. 그는 이날 JP모건체이스가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비공개 투자자 서밋에서 “매우 가까운 시일 내 미·중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수준의 관세율로는 현 상황을 지속할 수 없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직접 통화만을 기다리면서 단기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무진들이 물밑작업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 주석 역시 미국의 압박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협상에 응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만 높여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1기 행정부에서 이미 시험을 치렀던 만큼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미국 없이도 경제를 굴러가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을 확보한 상태다.

중앙은행 흔드는 트럼프…미 금융시장 신뢰 악화 가중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미 연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중대한 패배자’로 지칭하며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이는 파월 의장 해임보다는 경기침체 책임을 연준에 돌리고, 동시에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아닌 연준의 금리 인하 중단이 경제를 둔화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프레임을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독립성은 미국 금융시장의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심화할수록 시장의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연준 의장 해임 시도는 ▲채권금리 급등 ▲달러 가치 하락 ▲주식 투매 등 시장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중앙은행 압박이 맞물리며, 미국 금융시장은 ‘안전자산’이라는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지 못한다면 ‘아멕시트’는 더 이상 신조어에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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