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미슐랭 선정 7년...금돼지로 '명품 삼겹살'을 만들다[이코노 인터뷰]
- 박수경 금돼지식당 대표 인터뷰
최상급 고기로 숙성...내외국인 입맛 사로잡아
이달 대만점 오픈 예정..."오랫동안 사랑받는 가게 되고파"

약수역의 한 거리. 이 요리사의 꿈이던 미슐랭 가이드 배지가 무려 7개나 붙어있는 가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꿈같은 일이 이곳에서는 7년째 벌어지는 일상 같은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평범한 ‘삼겹살집’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삼겹살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며 수년째 ‘줄서는 식당’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수경 금돼지식당 대표(40)는 어떻게 이곳을 ‘명품 삼겹살집’으로 만들었을까.
미슐랭 선정 7년...‘명품 삽겹살’을 만들다
박수경 대표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평일 낮 3시쯤 금돼지식당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입구는 여전히 문전성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총 3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전 층이 고객용 좌석으로 구성됐다. 1층과 3층은 홀좌석, 2층은 바테이블 형식으로 구성돼 가운데서 직원들이 고기를 구워주는 식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어마어마한 직원 수다. 홀에 보이는 직원 수만 대략 20명 정도다.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방식이라 직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점장에게 물어보니 주방직원과 아르바이트생까지 하면 약 40명 정도란다.
내부는 고객으로 가득 찼다.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가게를 알리려 굳이 언론 인터뷰를 할 이유가 있을까. 점장은 “대표님이 40명을 먹여 살리려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하신다”며 웃었다. 다음은 박수경 대표와의 일문일답.
Q.직원 수가 굉장히 많다.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하면 한 40명 정도 돼요. 지금 직원 몇 명은 오픈 준비 중인 대만점(해외 1호점) 오픈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고요. 일단 인터뷰 제안이 오는 것 자체가 감사하죠. 저희가 뭐라고...이렇게 시간 내서 찾아주시는데 안 할 이유가 없어요.
Q.줄을 선 고객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던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명인(베컴, BTS, 블랙핑크, 지드래곤(GD) 등)들이 다녀간 것이 컸어요. 또 입소문 영향도 무시 못하는 같고요. 예전에 1층에서만 금돼지식당을 운영하던 때였어요. 하루는 일본 고객들이 단체로 오신 거예요. 저희 가게가 알려지기 전이라 저희 모두 의아해했죠. 알고 보니 이 근처 장충체육관에서 장근석 팬미팅이 열린 거였어요. 다녀간 일본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줬는지 이후에도 일본 손님들이 많이 왔어요.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식당이 유명해진 부분이 있죠. 낮 시간대에는 주로 관광을 온 외국인들이 주 고객이지만 저녁 시간에는 한국 고객들이 더 많아요.
Q.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7년 연속(2019~2025) 선정된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선정 당시 기분이 어땠나.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저희가 2016년 4월에 금돼지식당을 오픈했는데 당시에는 미슐랭 가이드가 한국 식당 평가(2018년부터 시작)를 하기 전이거든요. 그때 남편이 휴대폰에 미슐랭 배지를 배경화면으로 해놨었어요. 뭐 언젠가 저 배지를 받겠다는 포부 정도였죠. 그런데 정말로 저희가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이 된 거죠. 얼마나 좋았겠어요.




미슐랭 가이드 홈페이지에 게시된 금돼지식당 평은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이다. 금돼지식당의 삼겹살(본삼겹) 1인분(150g) 가격은 1만9000원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기준, 올 3월 서울의 삼겹살 평균값(200g 기준)은 2만276원이다. 중량 차이를 감안해도 금돼지식당 삼겹살 가격이 특별하게 비싼 편은 아닌 셈이다. 여기에 맛을 고려하면 이 가격은 제법 합리적이라는 것이 미슐랭의 평가다.
또한 미슐랭은 금돼지식당이 ‘이전 YBD(요크셔, 버크셔, 듀록 교배)품종에서 최상급 선별육으로 변경해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의 좋은 돼지고기 품종 고집은 금돼지식당이 맛에 있어 다른 삼겹살집들과 차별화되는 요인 중 하나다.
Q.품종을 바꾼 이유가 뭔가.
-4~5년 전에는 YBD품종을 썼어요. YBD품종은 듀록의 형질이 많이 나타나거든요. 저희가 추구하는 돼지맛이죠. 그런데 요크셔와 랜드레이스가 교배된 돼지를 듀록과 한 번 더 교배시킨 YLD품종은 듀록의 형질이 100% 나타나요. 훨씬 맛도 좋았고요. 그래서 비용이 더 들어도 YLD품종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했어요. 저희와 계약한 전용 농장에서 100% 듀록 형질의 YLD품종은 일주일에 딱 5마리만 나올 정도로 귀해요. 싼 고기를 싼 가격에 파는 것보다 좋은 고기를 비싸게 파는게 더 낫다고 판단했죠.
Q.금돼지식당만의 숙성 비법이 있나.
-도축된 돼지는 마트나 식당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자연 숙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중에서 먹는 삼겹살은 모두 숙성돼지인 셈이에요. 다만 어떤 품종으로, 어떤 조건을 만들어 숙성시키냐에 따라 맛은 달라지죠. 기본적으로 저희는 육즙이 최대한 덜 빠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온도나 습도 이런 조건들을 미세하게 조정해서 최대의 숙성 환경을 만드는 거죠. 아주 작은 온도 차이에도 맛의 변화가 심할 수 있거든요.


계속된 폐업, 그래도 희망을 품다
박 대표가 금돼지식당 창업 전 동대문에서 도매상인들을 대상으로 배달 장사를 했었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20대 중반부터 당시 남자친구(현 남편)와 함께 과일주스, 수제버거, 뼈없는 치킨, 족발, 아구찜 등 안 해본 장사가 없다. 하지만 잇따라 폐업하며 빚이 2억원 가까이 쌓였다. 그래도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Q.왜 ‘삼겹살 가게’를 생각하게 됐나.
-남편과 동대문 시장에서 도매상인들을 상대로 배달 장사를 했었는데 그때 제 나이가 겨우 29~30살이었어요. 아직도 한창 젊은데 ‘더 새로운 거를 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계속 폐업을 하긴 했지만 장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삼겹살이었어요. 원래 ‘배달 삼겹살’ 업종을 한 적도 있었고 제가 원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삼겹살이기도 해요.(웃음)
Q.힘든 시기였지만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손님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은 시기였던 것 같아요. 특히 배달 장사할 때는 전화 한 통의 소중함을 깨달았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배달앱이 있던 것이 아니어서 전부 전화로 주문을 받았거든요. 주문 전화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어요. 또 지금도 저희는 브레이크 타임과 휴일이 없어요. 손님이 저희 가게에 왔다가 문을 닫은 상태면 다른 가게로 갈 수밖에 없고 그 가게가 더 좋아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제가 지금의 남편과 장사를 하다가 결혼을 했거든요. 근데 결혼식 전날에도 새벽 5시까지 일을 했고 당일에도 일하다 결혼하러 갔어요.(웃음) 당연히 결혼식 끝나고 다시 장사하러 왔고요. 신혼여행은 언감생심이었죠. 이유는 손님이 너무 소중하니까요.
Q.당시 함께 고생한 남편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청담동에 ‘뜨락’이라는 유명한 소고기집이 있어요. 거기 대표님과 함께 SMC라는 외식관련 회사를 만들어서 운영 중이에요. 영동장어, 제주 거부갈비, 하니칼국수 등 여러 브랜드를 관리하는 곳이에요.
Q.사장이지만 여전히 테이블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손님과 일일이 대화도 나누던데.
-아무래도 외국인 고객이 많아서 제가 직접 고기를 구우며 쌈을 먹는 방법이나 고기의 맛 같은 것을 설명해주는 편이에요. 또 외국인 고객들의 경우 돼지껍데기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어요. 그들에게는 익숙한 음식은 아니니까요. 그럴 때는 간단히 ‘포크 하리보’(젤리)라고 얘기하면 다 알아듣죠.(웃음) 음 제가 되게 습자지 같은 사람이라 누구랑 대화해도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또 고객들과 대화하면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제가 언제 또 이런 젊은 친구(고객)들과 대화를 해보겠어요. 저는 정말 이 일이 천직인 것 같아요.


Q.제2의 금돼지식당을 만들려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게 진짜 어려운 얘기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직원들한테 매일 얘기하는 것이 ‘본인의 길은 본인이 찾아야 된다’거든요.(웃음) 나의 성공방식이 꼭 다른 사람한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최대한 노력을 많이 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조언을 하자면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예요.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는 거 같아요.
Q.금돼지식당 대만 지점(중산역 인근)이 5월 13일에 오픈한다. 첫 해외 지점으로 대만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일단 현지에서 고기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지, 고기 퀄리티가 좋은지가 최우선 조건이었어요. 대만에 가서 테이스팅을 해봤는데 현지 고기가 저희가 추구하는 맛과 가장 흡사했어요. 또 식자재 수준이 굉장히 높았어요. 그래서 대만으로 결정했죠. 일단은 아시아 위주로 해외 지점을 낼 생각이에요. 앞으로 일본이나 중국 쪽에도 지점을 내려고 검토 중입니다.
Q.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식 디저트 가게를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일단은 금돼지식당을 잘 운영하는 것이 목표죠.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식당은 되고 싶지 않거든요.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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