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5000억원 ‘항공기 선물’...韓 대통령이 받는다면
- 미 대통령이 받은 선물 가운데 역대 최고가
“韓 대통령 개인이 선물 받을 경우 뇌물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카타르 왕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하늘의 여왕’으로 불리는 보잉 747-8 항공기를 선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전용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가격만 5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선물로,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 중 역대 최고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런 어마어마한 선물이 한국 대통령에게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통령이 이를 개인 소유로 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대통령이 외국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이런 고가의 선물을 받을 경우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선물을 받더라도 반드시 법적 절차를 거쳐 국가 재산으로 귀속돼야 하며, 이후 국가가 공식적으로 보관·관리하게 된다.
‘늙고·낡은’ 에어포스 원, ‘젊고·새로운’ 카타르 선물
12일(현지시간) ABC·BBC·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 왕실은 약 4억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보잉 747-8 항공기를 미국 정부에 임시 제공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개인 재단으로 넘기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료 제공’이라고 표현하며, 노후한 에어포스 원(VC-25A) 교체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임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운용하는 항공기는 ‘트럼프 포스 원’으로 불리는 보잉 757-200 기종이다. 지난 1991년 제작돼 상업 항공사에서 운항하다 2011년 트럼프가 인수했다. 길이 약 47m, 최대 항속거리 약 7200km의 중형 항공기로, 트럼프는 이 항공기를 침실과 회의실, 샤워 시설 등을 갖춘 초호화 전용기로 개조해 대선 캠페인과 개인 일정을 소화해 왔다. 하지만 군사적 보안 시스템이나 첨단 통신장비는 탑재돼 있지 않아 국가 최고위급 임무 수행용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도 늙고, 낡았다. 현재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 747-200B를 기반으로 한 VC-25A 기종으로, 1990년부터 운용되고 있다. 이 항공기는 대통령의 이동 수단일 뿐만 아니라, 공중 지휘 통제 센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기내에는 대통령 전용 사무실·회의실·의료 시설·통신 장비 등이 갖춰져 있고 비상 상황에서도 국가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카타르 왕실이 트럼프에게 선물하겠다고 밝힌 보잉 747-8은 다르다. 해당 항공기는 상업용 항공기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긴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하늘 위의 궁전’으로 통한다. 보잉 747-8은 길이 76.3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민간 항공기다. 트럼프가 현재 사용하는 757-200(47.3m)보다 무려 30m 가까이 길다. 최대 날개 길이도 68.4m에 달한다.
항속거리는 1만4000km 이상으로, 미국 본토에서 중동 도하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도시를 단 한 번의 급유 없이 오갈 수 있다. 대륙 간 논스톱 비행이 기본인 초장거리 전용기다. 엔진은 최신 제너럴일렉트릭(GE) GEnx-2B67 터보팬 4기를 장착했다. 해당 엔진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에 장착된 GEnx 계열의 파생형으로, 연료 효율과 저소음, 장거리 성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블데크 구조도 혹할만하다. 보잉 747-8은 1~2층으로 구성된 더블데크(2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일반 상업용 기준 최대 467석을 수용할 수 있지만, VIP 전용기로 개조할 경우 침실·집무실·회의실·응급의료실·라운지·다이닝룸 등 다양한 맞춤형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사실상 무한 변신이 가능한 VIP 공간인 셈이다.

만약 韓 대통령이 ‘카타르의 선물’ 받는다면
만약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고가 항공기를 ‘선물’ 형식으로 일방 수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우선 공직자윤리법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걸림돌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는 외국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재산상 이익을 받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설령 ‘국가를 위한 기부’라는 명분이 붙더라도, 이는 사적 이익 수수나 외국의 영향력 행사로 해석될 수 있어 법적 검토와 공식 승인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선물로 분류돼 국가 기록물로 관리해야 한다. 개인이나 가족이 소유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특히 항공기 같은 고가 자산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반드시 국가 재산으로 귀속돼야 하며, 기획재정부의 기부채납 승인을 거쳐야 한다. 국가가 이를 공식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수락 자체가 불법 소지가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정부 및 기관으로부터 고가의 선물을 받을 경우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대가성이 없더라도 포괄적 뇌물죄 성립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통령 직무 범위가 국정 전반에 걸쳐 있어, 명확한 청탁이 없더라도 포괄적 청탁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에 하나,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이 항공기를 선물 받더라도, 대통령 개인 소유나 사적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법적 절차를 거쳐 국가의 재산이 되며, 국가가 공식적으로 관리한다. 개인이나 가족이 임의로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금액과 관계없이 모두 국가 소유가 된다. 대통령이 공직 수행 과정에서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국유재산으로 귀속되고, 대통령 기록물이나 의전 선물처럼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한다. 대통령이 퇴임 후 그 선물을 개인적으로 쓰는 건 법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美도 의회 승인 없인 ‘불법 선물’ 그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 역시 쉽지 않다. 개인 전용기가 아닌 국가 자산이자 미국 대통령 전용기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까다로운 공식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 헌법이다. 미국 헌법 제1조 9항 8절(외국 이익 수수 금지 조항)은 대통령을 포함한 연방 공직자가 의회의 동의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가 카타르가 제공하는 항공기를 에어포스 원으로 사용하려면 상·하원의 공식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를 무시할 경우 헌법 위반 논란과 정치적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의회 승인을 받더라도 항공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공식 운용하려면 국방부와 국토안보부, 국무부의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의 민간 항공기 상태로는 군사 통신망, 전자전 방어, 미사일 회피 장비 등 대통령 안전을 위한 군사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보잉 또는 전문 방산업체를 통한 대규모 군사 개조 작업이 필요하다.
군사용 개조를 마친 항공기는 미 공군 대통령 전용기 부대(89th Airlift Wing)에 소속돼야 공식 에어포스 원으로 운용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탑승하는 순간 ‘에어포스 원’ 콜사인을 사용하는 규정상, 이를 위한 공군 자산화 절차가 필수적이다. 또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비행 안전 인증과 군용기 전환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대통령 전용기로서 운항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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