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제대로 준비된 시작은 없다”…아파트멘터리의 성공은 ‘끈기’ 덕분[이코노 인터뷰]
-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창업자
정보 불투명한 인테리어 시장…소비자 입장 대변해 혁신
지난해 설립한 홍콩 지사 올해 50억원 매출 예상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대학 합격의 기쁨도 잠시, 지방 출신 학생에게 서울살이는 고달팠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주거지를 찾는 것이었다. 친구와 같이 살기도 했고 친척 집에 의탁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내 집에 대한 대한 절실함은 커졌지만, 상상을 뛰어넘은 서울 집값은 낯설기만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MBC 방송국 PD로 취직을 했지만 내 집을 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PD 남편과 함께 ‘영끌’을 해서 처음으로 서울에 나만의 집인 구축아파트를 구했다. 신혼 분위기를 내려면 리모델링을 해야 했다. 부부가 쓸 수 있는 여력은 3000만원 정도. 여기저기 리모델링 시세를 알아봤다. 1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했다. 그는 리모델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직접 리모델링에 도전했다. 혼자 발품을 팔아 자재를 구하고 공구를 사고, 업자를 구하면서 그렇게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과 함께 아파트 리모델링을 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한숨과 눈물의 연속이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리모델링 분투기를 블로그에 옮겼다. 예상치 못하게 큰 인기를 끌었고, 출판사가 출판을 제안했다. ‘인테리어 원북’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왔고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바로 방송국 PD가 아닌 아파트 인테리어 관련 스타트업 창업가가 되는 길이 생긴 것이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윤소연 아파트멘터리(Apartmentary) 창업자(공동대표)다. 윤 대표는 “방송국 선배와 친한 지인의 아내분이 투자사 심사역이었는데, 그 분의 제안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게 벌써 10년 전 이야기이다.
2015년 12월 법인을 설립했고 창업을 제안했던 심사역의 많은 도움으로 시드 투자도 받았다. 법인 설립 1개월 만에 구축 아파트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이 준 또 하나의 선물은 윤 대표의 임신이었다. 딸의 나이와 아파트멘터리의 나이가 같은 셈이다. 그가 아파트멘터리를 ‘내 자식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방송국 PD로 9년 8개월을 일했는데 올해 말이면 아파트멘터리 운영 기간이 PD로 일했던 시간보다 길어진다”면서 웃었다. “아파트멘터리가 곧 10년을 맞이하는 데 성장의 기쁨보다 창업자로서 책임져야 할 것이 많다는 것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10년 만에 1000억원 매출 예상
창업 당시 인테리어·리모델링 서비스 스타트업은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보통신(IT) 서비스나 바이오, 플랫폼 등의 스타트업이 각광을 받았다. 윤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해 IR을 했을 때 한 투자사 대표는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은 적도 있었다”면서 회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파트멘터리는 보란 듯이 매년 성장을 지속했다. 창업 초기에는 그의 책을 읽은 고객이 찾아와서 일을 맡겼다. 앞뒤 생각할 게 없었다. 윤 대표는 직접 시공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하자가 생기면 고객에게 바로 고개를 숙이고 문제를 해결했다. 아파트멘터리에 대한 입소문은 그렇게 시공을 맡겼던 고객들이 내줬다. 그렇게 아파트멘터리는 예상을 깬 고속성장을 했다.
수치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은 645억원을 기록했고, 창업 후 지금까지 누적 시공 건수는 2000건을 넘어섰다. 매해 200건 이상의 리모델링 시공을 한 셈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공 파트너 팀도 200여팀이나 된다. 4명으로 시작했던 구성원은 어느덧 150명으로 늘었다. 아파트멘터리 성장을 지켜본 투자업계는 시리즈 C 라운드까지 580억원을 투자했다. SBVA·삼성벤처투자·우리벤처파트너스·신한금융그룹 등이 투자사로 나섰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부산 해운대점에 지방 지사를 설립했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지점은 수도권에 13곳이나 된다. 지난해에 사무 공간 인테리어 시공을 전문적으로 하는 ‘오피스멘터리’라는 자회사도 설립했다. 또 지난해 홍콩에 지사를 설립해 해외 시장 도전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인테리어 분야에는 해결해야 할 게 많다. 인테리어는 개인 취향이라는 특성 탓에 하자와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금액이나 재료 등의 정보가 거의 없기에 소비자들은 이 시장에 대한 신뢰감도 별로 없다. 이런 우려를 윤 대표는 소비자의 눈으로 대응해 아파트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을 혁신했다. 리모델링 시공을 도배·마루·필름·조명·타일 5가지 핵심 요소로 정했고, 시공 후 1년간 무상 AS를 하고 있다. 소비자의 불만에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상담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전담 매니저는 시공을 의뢰한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가격 정찰제를 시행해 평당 시공 단가도 공개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도 안심할 수 있는 아파트멘터리에 시공을 맡겼다. ‘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소통한다’는 철학을 사업에 반영하니 불만이나 하자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아파트라는 공간의 리모델링은 데이터화하기 수월했고, 이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면서 하자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콩 지사 설립, 7년 전 인연 이어져 가능
이와 함께 시공과 인테리어에 필요한 자체 상품(PB)도 개발해 2022년 선보였다. ▲타월 브랜드 그란 ▲소가구 브랜드 리튼 ▲러그 브랜드 란카 ▲호텔 베딩 브랜드 아우로이 ▲소가구 브랜드 리튼 등 PB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유명하다. 해외에서도 소비자들이 찾고 주문할 정도다. 또한 전기 스위치 등 리모델링에 필요한 세련된 부품 브랜드인 ‘파츠’를 2022년 론칭했고 파츠도 순항 중이다. 윤 대표는 “가장 유명한 것이 그란과 란카다. 유명인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도 어떻게 알고 우리 PB 제품을 주문하는데 특히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자랑했다.
윤 대표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성장의 사례는 지난해 홍콩에 설립한 해외 지사다. 7년 전 아파트멘터리 사업을 홍콩에서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던 사람이 현재 홍콩 지사를 맡고 있다. 윤 대표는 “7년 전 그 제안을 받았을 때는 상황이 안됐지만 그 후에 계속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이 홍콩 지사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올해 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할 정도로 벌써부터 15건이 넘는 시공 계약을 맺었다.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웃었다. “특히 K-컬처를 홍콩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다는 게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됐다”고 웃었다.
윤 대표는 대학생 때 만나 인연을 맺었던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김준영 대표를 영입해 3년 전부터 공동대표 체제로 아파트멘터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사업의 운영은 김 대표에게 맡기고 윤 대표는 홍콩 등 해외 진출과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윤 대표의 올해 목표는 “해외에서 아파트멘터리의 자리를 잡는 것“이다. 홍콩 지사의 성장 속도로 보면 그의 목표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올해 윤 대표는 아파트멘터리와 오피스멘터리, 해외 지사 등의 성과를 합쳐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사업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다. 영업이익보다 성장성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윤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창업부터 지금까지 그는 소비자에 중심을 두고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의 혁신에만 집중했고 그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환경과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제대로 준비된 시작이라는 것은 없다.” 윤 대표가 방송국 PD라는 부러움을 받는 직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정했을 때 되뇌인 말이다. 그는 창업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주변에 창업을 할까말까 고민하는 분들이 하는 말 중에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하는데, 저는 완성된 게 없으니 일단 시작해라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창업하고 10년 동안 아파트멘터리를 성장시키면서 느낀 것은 딱 하나다. 끈기 있게 살아남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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