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단 악재에 국내 시장 내 신뢰 추락…일본 시장 등 방향 전환 조짐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1세대인 MBK파트너스(MBK)가 국내 시장 내 신뢰가 흔들리면서 일본 등지로 투자 방향을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본 공작기계 제조업체 마키노 인수를 추진해온 MBK파트너스는 칼라일 등과의 경쟁 끝에 최근 배타적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MBK는 이번 인수를 위해 지난해 결성한 6호 블라인드 펀드를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10조원 상당으로 알려진 6호 블라인드 펀드에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온타리오교사연금(OTPP), 테마섹(Temasek)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주요 기관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MBK파트너스 최근 몇 년 간 일본 시장에서 활발한 투자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 2025년 2월, 일본의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인 FICT(옛 후지쓰 인터커넥트 테크놀로지스)를 약 1000억엔(약 95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반도체 검사 장비 기업 폼팩터와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MBK가 80%, 폼팩터가 20%의 지분을 인수했다.
또 2023년 12월에는 일본의 헬스케어 기업 히토와홀딩스를 900억엔(약 8200억원)에 인수했다. 히토와홀딩스는 일본 내 130여 개 시설에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보유한 일본 내 실버산업 관련 기업을 연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대형 인수합병(M&A) 거래에 참여가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MBK는 최근 기업가치가 5~6조원에 거론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인수에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올해 상반기 가장 큰 규모의 거래였던 SK실트론 인수전에도 MBK파트너스는 인수 의사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앞서 MBK가 국내에서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성사한 거래는 지난해 4월 지오영 이후 전무한 셈이다.
국내 자본시장 평판 리스크 대두…내부 분열 우려도
이는 MBK의 랜드마크 거래로 꼽힌 홈플러스의 투자 실패 여파로 활동에 제약이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MBK는 현재 ‘홈플러스 단기채권 사태’로 한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홈플러스 본사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미국 시민권자 김병주 MBK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했다.
주요 출자자(LP)이자 인수금융 등을 제공해온 공제회·연기금과 금융기관과의 신뢰도 불안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출자 운용사(GP)와의 계약에 적대적 M&A 제한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른 연기금, 공제회 역시 최근 MBK의 딜 소싱 및 리스크 관리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규 펀드 출자 검토에 ‘보류’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고려아연 사태로 MBK파트너스에 대한 출자가 보수적인 기조로 바뀐 데 이어 이번 홈플러스 사태까지 이어지며 평판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를 표방하는 MBK는 최근 2년 사이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이후 국내와 일본을 주요 투자처로 삼고 있다. 주 LP는 대부분 해외 연기금이다. 하지만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당분간 MBK가 국내에서 신규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제기된다.
PEF업계 관계자는 “MBK가 리스크 관리 등을 이유로 중국 투자는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한국에서도 평판 리스크로 인해서 경영권 인수 거래(바이아웃)는 신규로 하기 어려운 환경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KKR 등 주요 글로벌 펀드들이 일본 시장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MBK가 일본 투자를 늘리는 게 어느 정도 정당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대기업과 바이아웃 거래가 축소된 가운데 한국앤컴퍼니, 고려아연 등에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는데, 그런 시도들이 무산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최근 MBK 최고위층 인사가 일선 업무에서 물러나는 등 내부 분열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3월 박태현 전 MBK대표가 업무를 그만두고 안식년 형태로 휴식에 들어갔다. 그는 지오영 등 대형 투자 건에 깊이 관여하며 MBK가 국내 최대 PEF로 성장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고 내부 신망도 두터웠던 인물이다. 그러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반대한 이후 내부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사태 책임론을 두고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뿐 아니라 MBK 다른 경영진까지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파열음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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