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문과 학생 3년 새 급증… 이과 쏠림 기조에 이상 기류 [임성호의 입시지계]
- 물리, 화학 등 과목 기피 현상
사탐런 현상도 크게 나타나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수학 영역 기준, 문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응시 비율은 59.0%로, 2025학년도 52.3%, 2024학년도 51.6%에 비해 최근 3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문과 학생 수의 증가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이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 ‘기하’ 응시 비율은 2024학년도 48.4%, 2025학년도 47.7%, 2026학년도 41.0%로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의대 선호, 대기업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정부의 첨단학과 집중 육성 정책, 취업 시장에서 이과의 상대적 우위 등으로 이과 쏠림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흐름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물론 일부 이과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부담으로 문과 과목인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응시 비율의 큰 폭 증가를 감안하면 문과 지망생이 늘고 있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고교 내신에서는 문·이과 학생이 동일한 과목 시험을 치르더라도, 이과 학생들이 내신 성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수능에서도 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이과생의 고득점 비율이 높다.
이로 인해 동일 대학 내에서도 수시 내신과 정시 수능 점수 기준은 문과보다 이과에서 더 높은 편이며, 상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하다.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를 제외하더라도 순수 자연계 일반학과의 합격 점수는 문과 학과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이과에서 내신이나 수능 점수를 바탕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는 문과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이과 성향의 학생이 문과로 전향할 경우, 예상보다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과생 문과 침공 현상
실제로 통합수능 도입 이후인 2022학년도부터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이 늘어나며, 이른바 ‘이과생 문과 침공’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같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이과에서 수능을 준비하기보다 문과 과목으로 수능을 치러 더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하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대학 진학 후 복수전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문·이과 융합적 학업도 가능하다.
과학탐구 영역에 대한 수험생들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2025학년도부터는 이과 학생임에도 과학탐구 과목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문과 사탐 과목을 선택하고, 이후 수시 또는 정시에서 이과 학과에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상위권 대학 수시 전형에서는 이과 학과에 지원하더라도 수능최저학력기준으로 사탐 과목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어, 사탐 선택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현재 과학탐구 영역은 생명과학, 지구과학, 물리, 화학 각 I·II 과목을 포함해 총 8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수험생의 약 70%가 생명과학 I과 지구과학 I에 집중 응시하고 있으며, 물리와 화학은 난이도 부담으로 인해 기피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이공계 육성 정책 및 첨단학과 확대 기조와는 상반된 현상이다.
올해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 기준, 지구과학 I 응시자는 전년 대비 1만4005명(16.9%) 줄었고, 화학 I은 1만2375명(39.8%), 생명과학 I은 1만1878명(14.1%), 물리 I은 6771명(17.0%) 감소했다. 전체 과학탐구 응시 인원은 4만4810명(17.1%) 줄어든 셈이다.

수능에서는 등급별 인원이 일정 비율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응시자 수가 줄어들수록 해당 과목의 등급 확보도 어려워지고, 수시·정시 모두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과학탐구 응시 인원이 더 줄어들 경우, 현재 해당 과목을 준비 중인 고2 학생에게도 영향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반면 사탐 응시자는 같은 시험에서 전년 대비 10만707명(30.2%) 증가했다. 특히 사회문화는 4만5952명(44.7%), 생활과 윤리는 2만6114명(24.9%), 세계지리는 8172명(38.6%) 증가했다. 이들 과목의 응시자 증가로 인해 수시·정시 모두에서 지난해보다 유리한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사탐 응시 증가 현상은 과학탐구 부담을 느낀 이과생의 사탐 과목 선택, 이른바 ‘사탐런’ 현상과 문과 학생 수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과 쏠림 현상으로 문과 학과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와 달리, 문과 지망생 증가 현상은 문·이과 융합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대학 문과 학과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이과 학과에서는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 학문 역량 저하가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학 내 프로그램 개발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28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될 문·이과 통합 대입 전형에서 이러한 변화가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이스라엘-이란 사흘째 충돌…'5차 중동 전쟁' 치닫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혜성, 결별 3년 만 새 출발… “인생이 힘들 때 위로가 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스라엘-이란 사흘째 충돌…'5차 중동 전쟁' 치닫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위클리 크레딧]석화 업황 부진에 SK지오센트릭 등급 '위태'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암 8종 가능성 OO점"…아이엠비디엑스 피검사 직접 해보니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