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딜레마…찬‧반 논란 ‘시끌’
- [디지털자산 시대 열릴까]②
“통화 주권 확보” vs “금융 안정성 위협”
美, 스테이블코인 통해 디지털 통화 패권 움직임
업권, 합종연횡 조짐…당국, 발행 주체 두고 '고심'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산업계와 정책당국 간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디지털화폐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 자산이라는 기대와 함께, 금융 안정성과 통화정책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모양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원화 등 법정화폐와 1 대 1로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의 일종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송금 ▲결제 ▲리스크 헤지 등 실생활 금융거래에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결제 시장을 대체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제도화…패권 경쟁↑
세계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해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통합하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통화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채 수요를 확대하고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안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을 발행량만큼 갖고 있어야 한다. 이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게 되면서 미국 국채 시장의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부채 조달을 지원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 (GENIUS Act)도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최종 표결을 통과했다. 법안은 하원 표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명 절차 등을 남겨놓은 상태다. 이번 법안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5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은행과 신용조합, 비은행 기관 등도 연방 또는 주정부의 발행 인가를 받으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미카’(MiCA)를 통해 유럽중앙은행(ECB)에 발행 통제권을 부여하고, 유형별로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은행·송금업자 등 허가된 기관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자산 예치 및 송금 한도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이런 흐름 속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통화 주권 확보와 디지털 결제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를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10일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자기자본 5억원 이상 등의 요건만 충족하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회사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국내 간편결제사들이 주요 수혜 주체로 거론된다. 이미 전자결제 시스템과 금융 인프라를 갖춘 이들 기업이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의 유통채널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 훼손 시 금융리스크 확산 우려도

그러나 한국은행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 2일 열린 ‘2025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에만 적용할지 비은행권에도 허용할지 금융안정 측면에서 생각 중”이라며 “자본규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어 미국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서둘러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관련 부처와 논의 후 제도를 마련하고,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은행권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비은행권 등으로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실효성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으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 및 자본 유출을 방어하고,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경제 패권 확장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결제 수수료 절감 ▲자산 거래 효율성 향상 ▲글로벌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시장 내 한국 자산 유통 확대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많아지면 관리·감독이 어려워지고, 달러·원화 사이의 자본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은행권의 진입 장벽을 낮출 경우 영세업자의 진입으로 예기치 않은 ‘무질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자금 세탁 방지(AML) 및 고객 확인(KYC) 시스템 미비, 심각한 보안 위험으로 대규모 상환 요구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야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은 6월 25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준비자산에 관한 신뢰가 훼손될 경우 디페깅(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연동 자산의 가치와 괴리되는 현상)과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하면서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이 경우 단기자금시장 충격, 은행 유동성 리스크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블록체인 관련 제도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탓에 기술적 오류가 발생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등 결제·운영 측면에서의 위험도 내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이 보편화할 경우 통화의 신뢰성 저하, 은행의 신용 창출 약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약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은은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시장·규제 동향에 대한 점검을 유지하는 한편, 스테이블코인 기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거시건전성 정책·통화정책 측면에서의 잠재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정립될 수 있도록 정부·금융당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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