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결제 그 이상을 설계하다’…KG 모빌리언스의 B2B 금융 혁신[이코노 인터뷰]
- 20년 결제 명가의 변신, ‘현금 흐름 설계자’로 소상공인 막힌 혈맥 뚫는다
과거의 신용 대신 오늘의 매출을 읽는다...데이터 기반 금융 플랫폼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20년 전 ‘휴대폰 결제’라는 혁신으로 시장을 열었던 KG 모빌리언스가 자신의 상징과도 같던 이름을 내려놓는다. 새 이름은 ‘KG 파이낸셜’. 단순히 간판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결제 대행(PG)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소상공인과 중소 가맹점의 현금 흐름을 직접 설계하는 ‘B2B 전문 금융 플랫폼’으로의 완전한 체질 개선을 선언한 것이다.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만난 유승용 KG 파이낸셜 대표는 “결제 이후의 자금 흐름을 관리하지 못하는 금융은 반쪽짜리”라며 소상공인 B2B 시장을 향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결제 대행을 넘어 ‘현금 흐름 설계사’로의 체질 개선
유승용 대표는 리브랜딩의 결정적 신호로 ‘시장의 정점’과 ‘역할의 확장’을 꼽았다. 지난 20년간 결제 운영 중심의 사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단순 처리를 넘어선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유 대표는 “이제는 결제 회사가 아니라 가맹점의 자금 흐름과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금융 설계사로 거듭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결제 데이터가 가진 힘에 주목했다.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매출 데이터 속에 소상공인들이 겪는 자금 압박의 해법이 들어있다는 확신이다. 유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핵심 타깃은 소상공인과 중소 가맹점이다. 그는 이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이 ‘매출 부족’보다 ‘현금 유입 타이밍의 불확실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KG 파이낸셜의 새로운 슬로건 ‘Beyond Payment, Designing Cash Flow’(결제를 넘어, 금융으로 가맹점의 현금 흐름을 설계한다)는 바로 이 지점을 정조준한다. 단순히 결제를 대행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와 금융을 결합해 고객의 현금 흐름 전반을 설계하겠다는 약속이다. 매출이 아닌 ‘현금’을 실제로 돌게 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지다.
KG 파이낸셜의 핵심 경쟁력은 ‘과거 재무 상태’가 아니라 ‘현재 결제 흐름’을 기준으로 리스크를 판단한다는 점이다. 기존 금융권의 대출이나 선정산 서비스는 ▲재무제표 ▲신용등급 ▲과거 연체 이력 등 이미 확정된 과거 데이터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 구조에서는 업력이 짧거나 성장 국면에 있는 중·소형 가맹점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KG 파이낸셜은 실제 결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직접 보유·분석한다. ▲매출 발생 빈도 ▲결제 수단별 구성 변화 ▲매출 증감 패턴 ▲환불·취소 비율 등 사업이 ‘지금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를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리스크 관리는 사후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한도나 조건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괄적인 기준이 아니라 가맹점별 상황에 맞춘 탄력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결제 데이터 기반 금융의 구조적 우위라는 설명이다.
KG 파이낸셜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선정산 서비스는 단순히 정산 시점을 앞당기는 개념이 아니다. 중·소형 가맹점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매출 부족이 아니라 현금 유입 타이밍의 불확실성이다. 온라인 가맹점들은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정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며 이로 인한 현금 흐름의 불균형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소형 가맹점일수록 마케팅 비용, 운영비 등 선지출 부담이 크다.
KG 파이낸셜은 휴대폰결제와 PG 사업을 통해 축적한 거래 이력과 정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맹점의 매출 안정성과 리스크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이를 통해 신용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거래 기반의 선정산 구조 구현이 가능하다.
유대표는 “선정산은 단기 자금 지원이 아니라 가맹점의 사업 리듬을 안정화하는 금융서비스”라며 “결제 데이터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만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트래픽이 아닌 ‘현장의 깊이’로 승부한다
선정산을 통해 정산 주기가 예측 가능해지면 ▲재고 발주 ▲마케팅 집행 ▲인력 운영 등 주요 의사결정을 ‘버틸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성장할지’의 관점에서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단기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금리 대출 의존도 역시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된다. 결국 KG 파이낸셜의 결제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와 선정산은 자금을 공급하는 서비스라기보다 가맹점의 사업 흐름과 호흡을 맞춰주는 금융 구조 설계에 가깝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도 유 대표는 자신감을 보였다. 유 대표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금융은 플랫폼 트래픽을 확장하고 이용자를 묶어두기 위한 확장 전략의 일부다. 반면 KG 파이낸셜에게 금융은 확장이 아니라 결제의 완성 단계다. 결제 자체가 본업이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중·소형 가맹점의 현금 흐름 자체를 다루는 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빅테크 금융이 개인·소비 중심이라면 우리는 매출과 정산 사이에서 늘 자금 압박을 겪는 사업자, ‘얼마나 버느냐’보다 ‘언제 들어오느냐’가 중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며 “선정산과 정산 구조 설계는 플랫폼 금융에서는 우선순위가 낮지만 결제 회사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금융을 상품이 아니라 구조로 설계한다. 대출 한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정산 주기를 설계하고 ▲리스크를 나누고 ▲현금 흐름의 리듬을 맞춘다”며 “이 영역은 플랫폼 규모보다 현장 이해도와 결제 경험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 덧붙였다.
유 대표는 “빅테크가 금융을 ‘붙이는’ 회사라면, KG 파이낸셜은 금융을 ‘만드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래픽과 브랜드 경쟁이 아니라, 결제의 가장 낮은 레이어에서 가장 불안정한 현금 흐름을 실제로 안정시키는 금융. 이것이 KG 파이낸셜만의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B2B 시장으로도 향하고 있다. 그 도구는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는 이를 투자 수단이 아닌, 국가 간 장벽을 허무는 ‘정산 인프라’로 정의했다. 그는 “글로벌 결제 환경은 국가별로 분절돼 수수료와 시간이 계속 추가되는 구조”라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환전 리스크를 줄이고 정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 가맹점이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속도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향후 KG 파이낸셜은 수익 구조 전면 개편에 나설 전망이다. 과거 휴대폰 결제 사업이 거래량에만 매출이 직결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선정산이나 데이터 기반 금융 등 결제 이후 단계에서의 수익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금융 플랫폼 사업은 데이터와 리스크 모델이 구축될수록 추가 비용 대비 수익 증가 폭이 커지는 구조”라며 “거래가 늘어야 성장하는 회사에서, 거래가 쌓일수록 더 잘 버는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유 대표는 “금융을 ‘감’이 아니라 구조와 데이터로 설명하는 회사, 은행처럼 멀지도 플랫폼처럼 가볍지도 않은 현장의 금융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회사로 남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돈을 잘 빌려주는 회사가 아니라 ‘돈이 어떻게 흘러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금융회사’로 기억되고 싶다”며 “우리는 가장 화려한 금융 상품을 만드는 회사는 아닐 것이다. 대신 매출은 발생하지만 늘 자금 흐름이 불안정했던 가맹점이 ‘이 회사 덕분에 현금 흐름이 안정됐다’고 말하고 금융 이력이 부족해 늘 배제되던 이용자가 ‘처음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금융을 만났다’고 느끼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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