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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그리스보다 경기가 문제다

[Stock] 그리스보다 경기가 문제다

▎유럽 선진국이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그리스 지원을 꺼리고 있어 유로존의 재정 결속력이 약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로 각국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선진국이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그리스 지원을 꺼리고 있어 유로존의 재정 결속력이 약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로 각국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다시 유럽이다. 지난해 1월과 5월에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졌을 때도 유럽이 문제였다. 현재까지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는 그리스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서도 아래쪽인 B+까지 떨어지자 채권은행들은 그리스 정부가 2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막을 수 있을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보조를 취하던 유럽 국가도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는 일종의 만기 연장안을 제시했다. ECB(유럽중앙은행)는 부채 재조정 때 아일랜드를 비롯한 취약 국가로 여파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그리스 정부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 500억 유로에 달하는 공기업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그리스 사태가 주식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사안의 심각성과 주가 하락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선 사안의 심각성에 관해서는 지난해 상반기 그리스가 한참 논란이 됐던 때보다 인식이 더 나빠진 게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3월에 그리스가 ECB로부터 800억 유로를 대출 받아 부채 상환에 나선 후 ECB에서는 더 이상 담보물로 그리스 국채를 받지 않겠다고 얘기할 정도다.



유럽 상황 지난해보다 나빠져문제의 핵심은 지난해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수용한 그리스가 이 정도 자금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느냐 여부다. 지난해 그리스의 국가 채무비율은 GDP(국내총생산)의 140%, 순해외자산은 -89%에 달한다. 긴축을 보다 강화해 국가 채무를 최대한 억제하더라도 2015년에 채무비율은 165%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내년까지 그리스 구제자금으로 지불될 1100억 유로로는 돌아오는 부채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갭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합의가 없다. 유럽 선진국이 정치적·경제적 이유 때문에 추가 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자금 지원의 선행조건으로 강력한 예산 절감과 부채 재조정 등으로 재정 정비를 요구했는데 이 부분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합리적인 해결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유로존의 재정 결속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리프로파일링(reprofiling)이다. 만기 연장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합의될 경우 내년과 2013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맞추기 위한 부채 상환 만기일을 예정보다 늦출 수 있다. 그래도 부채 상환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어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6월의 전략을 짜기 전 5월 주가 조정의 본질이 무엇인가 살펴봐야 한다. 주가 하락이 그리스 재정 문제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포장은 그리스로 되어 있지만 내면에 경기 둔화 등 다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지난해 유럽 문제가 빠르게 수습된 건 경제 상황이 좋아서다. 재정적자 문제는 성격상 급격하게 상황이 나빠질 수 없고, 정책적 대응도 계속되기 때문에 뉴스에서 멀어지는 시점에 시장 영향력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경기 회복으로 주가를 밀어 올리는 힘이 가세할 경우 재료가 사라지는 시간이 더 빨라진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5월 하락이 단순히 그리스 재정 악화에서만 왔다면 주가는 이미 바닥을 만들었거나, 조만간 바닥을 만든 후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데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곧 유로체제의 붕괴를 의미하지 않는다.

반대로 주가 하락의 본질이 경기 둔화 등 다른 요인이고 그리스 문제는 단지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면 부정적 영향은 길게 남는다. 예를 들어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제1차 걸프전과 같은 경우다. 당시 시장에서는 다국적군과 전면전이 벌어지기 이전까지 주가가 계속 하락한 부분을 이라크 침공에 따른 유가 상승 때문이라고 얘기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도 주가 하락이 계속됐다. 전쟁이란 이벤트가 본질이 아니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4월 이후 국내외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1.8%를 기록했다. 주택시장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고용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소비 증가가 정점을 기록하고 조금씩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았던 점을 감안할 때 경기 모멘텀 약화는 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 재정위기는 경기가 한창 좋을 때 발생한 반면 지금은 위축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키우는 부분일 수 있다.



지지부진한 흐름 이어갈 듯종합주가지수 2200 선에 대한 부담과 국내외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점, 그리고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남부 유럽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시장 전체가 정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5월 말에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주가가 2100 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당분간 2000 선 밑으로 주가가 떨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추가적인 하락을 가정하기에는 시중 유동성이 너무 많아 주식 매수세가 만만치 않다.

6월 초까지 종합주가지수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이후 탄력이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리라 본다. 현재는 시장을 만들어가는 펀더멘털과 유동성 중 펀더멘털은 시장에 힘을 보태기 어렵지만 유동성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모습은 미국의 2차 양적 완화가 끝나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기존 주도주에 대한 기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미 자동차·화학 등은 대부분 투자자가 시장 주도주로 인정해 주고 있고, 기업 실적 역시 이에 부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가에 대한 부담을 벗어날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어렵다. 단기 급등과 고가에 대한 부담이 남아 있지만 당분간 현재의 주도주를 중심으로 매매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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