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STX 10년, 강덕수 회장의 광폭 경영_ 샐러리맨 신화, 재계 9위 노린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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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STX 10년, 강덕수 회장의 광폭 경영_ 샐러리맨 신화, 재계 9위 노린다

[CEO] STX 10년, 강덕수 회장의 광폭 경영_ 샐러리맨 신화, 재계 9위 노린다



‘M & A의 귀재’로 불리는 강덕수 STX 회장. 샐러리맨에서 거대 그룹 창업주로 올라선 그가 하이닉스 인수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룹 출범 10년째를 맞는 올해 안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사업의 최일선에서 발로 뛰는 것으로 유명한 강 회장이 이번 인수전 역시 직접 총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을 비롯해 몇 차례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어 이번 기회에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7월 10일 열린 STX그룹 상반기 경영전략회의 석상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 불과 이틀 뒤에 모인 자리. 회의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침묵을 먼저 깨트린 것은 강덕수(61) STX 회장이었다. 임직원들의 속내를 다 헤아리고 있다는 듯한, 짐짓 여유로운 말투였다.

“인수건 관련해서 임직원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번 판단에 관해서는 최고경영진을 신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거나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방향을 제시하고 자신 있게 밀어붙이는 것. 강 회장의 경영 스타일다웠다.

강덕수 STX 회장을 언급할 때마다 ‘입지전적 인물’ ‘샐러리맨의 신화’ ‘자수성가형 오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월급쟁이에서 출발해 CEO를 거쳐 대기업 오너가 된 이력 때문이다. 동대문상고를 나와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강 회장은 쌍용그룹 계열사에서 경영관리, 기획직 등을 거쳐 2000년 쌍용중공업 CFO(최고재무관리자)에 올랐다. 쟁쟁한 명문대 엘리트들 틈에서 야간으로 대학을 졸업한 강 회장은 재무통으로 활약하며 주목을 받았다.

외환위기를 맞은 이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쌍용중공업은 외국계 컨소시엄에 지분을 넘겼고, 컨소시엄은 CFO인 강 회장을 CEO로 임명했다. “내가 몸담은 회사이니 내가 오너라는 자세로 일한다”고 평소 말하던 강 회장은 인생을 바꿔놓을 결심을 이때 하게 된다. 자신의 평생 일터였던 회사를 직접 사들이기로 한 것. 쉰 살의 그로서는 큰 모험이었다. 갖고 있던 아파트 등 20억원의 전 재산을 털었다. 자신이 가진 스톡옵션과 상여금으로 받은 자사주에 사 모은 주식을 더했다. 결국 개인최대주주로 올라선 강 회장은 자신이 다니던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한 오너 경영인이 됐다.

2001년 5월 2일 STX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한 뒤 강 회장은 빠른 속도로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기존 사업체의 선박용 엔진 부품사업 부문을 분리해 STX엔파코(현 STX메탈)를 설립하며 기업 구상의 밑그림을 그린 것.

강 회장은 STX로 새 출발한 그해부터 당장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섰다. 가장 먼저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노렸다. 다섯 번이나 주인 찾기에 실패해 오랫동안 법정관리 중인 기업이었지만 강 회장의 눈에는 ‘흙 속 진주’였다. 기존 STX의 사업 부문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입찰 가격이었다.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상황에서 강 회장은 “경쟁사의 예상 입찰가 2배를 써내라”고 지시했다. 당시에는 무모한 투자라고 비판 받았지만 지금은 재계 14위 STX그룹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해 지난해 매출 2조9402억원을 올렸다. 강 회장의 예상이 들어맞은 셈이다.

▎강덕수 회장(오른쪽에서 셋째 )을 비롯한 그룹 주요 경영진이 해외 유학생 출신 입사 지원자들을 화상으로 면접하고 있다.

▎강덕수 회장(오른쪽에서 셋째 )을 비롯한 그룹 주요 경영진이 해외 유학생 출신 입사 지원자들을 화상으로 면접하고 있다.

첫 번째 인수합병은 시작에 불과했다.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를 인수하고 2004년에는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그룹으로 끌어들였다.

엔진, 선박 건조, 해운, 에너지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불과 4년 만에 이뤘다. STX의 연이은 광폭 행보에 업계에서는 불안감을 표했지만 무분별한 확장은 아니었다. 강 회장의 측근들은 “잠재력이 큰 사업을 가려낼 줄 아는 것이 그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M & A의 귀재’라는 호칭까지 단 강 회장은 2007년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사인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사들여 다시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아커야즈가 유럽의 대표적 건조사였던 만큼 노조의 반발이 심했는데, 강 회장이 현지로 날아가 경영진과 임직원을 설득하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면담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끝에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STX는 세계 최초로 일반상선, 크루즈, 해양플랜트, 군함 등 조선 4개 분야 선종을 모두 생산하는 회사로 올라섰다.



발로 뛰는 대기업 총수강 회장이 인수합병할 기업을 선택할 때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각하는 기업, 미래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처럼 인수를 진행하던 도중이라도 아니라고 생각되는 경우 미련 없이 던지고 나오기도 한다. STX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강 회장은 “M & A는 전략적으로 생각해야지 룰을 정해 놓고 하는 게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효율적이고,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기업을 신규 설립하는 게 좋다”며 평소 자신이 생각한 인수합병 지론을 밝히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강 회장에게 “기업 욕심이 많다”고 하겠지만 그는 “인수합병은 회사가 아니라 사람을 사는 것”이라며 ‘사람 욕심’을 자주 드러낸다. 강 회장은 인수한 기업을 구조조정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범양상선 인수 작업이 완료된 후에도 인수를 반대해 온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고용승계 했다.

의아해하던 임원 한 사람이 강 회장에게 묻자 “나는 회사가 아니라 자네 같은 인재를 산 것”이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대한조선을 인수하려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채권단과의 협상에 실패했다. 거액의 인수자금을 들이는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부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법인 투자 등의 재무부담으로 지난해 말 STX조선의 부채 비율이 670%까지 치솟았다. STX의 지난해 순차입금 규모는 7조5373억원, 부채비율이 458.4%에 달한다. 급속한 사업 확장과 무리한 투자가 만든 그늘이다.

수직계열화 전략은 호황기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조선·해양 분야에 치우진 구조 때문에 해운 시황에 영향을 크게 받아 실적 변동이 크다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2·3세 경영체제로 넘어간 가운데 10년 만에 창업주로서 재계 순위 14위까지 올라선 저력은 강 회장의 결단력과 도전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STX는 조선·기계, 해운·무역, 플랜트·건설, 에너지 4개 부문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해외 지사와 법인 숫자만 15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32조원의 자산 규모로 성장해 6만4000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 회사의 오너로 출발해 거대 그룹의 총수로 올라섰지만 강 회장은 여전히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일선을 지휘하는 업무 스타일을 고수한다.
▎2009년 9월 11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강덕수 회장의 안내를 받아 STX 다롄 조선해양생산기지를 둘러보고 크루즈선 모형을 선물 받았다.

▎2009년 9월 11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강덕수 회장의 안내를 받아 STX 다롄 조선해양생산기지를 둘러보고 크루즈선 모형을 선물 받았다.

STX 관계자는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는 글로벌 기업 STX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도 1년의 절반 이상을 출장으로 보내는 강 회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지난해에 방문한 나라만 12개국이다. “실무에서 협상력이 달리면 내가 직접 나서겠다”며 직원들에게 신신당부할 정도. 올해 초에는 임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에 머물며 제철단지와 화력발전소 수주를 따왔다. 그 며칠 후에는 아부다비로 날아가 초대형 주택단지 건설 준공식에 참석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그룹 총수다운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신입사원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을 만큼 소탈한 모습도 보인다. 공개채용 최종 면접에는 항상 직접 면접관으로 나오고 합격자 연수에도 빠지지 않는다.



“어떤 사업이든 인수 가능” 지난 금융위기 당시 재무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던 강 회장은 평소 사람을 아끼고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신입사원이 크루즈를 타고 해외 연수를 떠나는 STX의 ‘해신 챌린지’는 이미 소문난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강 회장은 어떤 인재를 선호할까? 측근에서 일하는 임원들은 “머리는 똑똑한데 부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보다 성적이 낮더라도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전한다. 도전정신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강 회장답다.

강 회장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은 1960~70년대 국가 기간산업을 이끌던 1세대 오너의 모습을 그에게서 찾기도 한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해내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불가능해 보이는 거래를 성사시키며 순식간에 회사를 성장시킨 점이 닮았다. 그는 기업가로서의 사명의식도 자주 언급한다. 범양상선 인수 당시 관계자에게 “당신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나의 도전이자 회장으로서의 사명”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총수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숨가쁘게 달려온 STX는 4월 30일 그룹 출범 10주년을 맞아 중국 다롄(大連)의 ‘STX대련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에서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강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은 2010년 대비 4.5배 증가한 120조원, 영업이익은 12배 늘어난 8조원을 달성해 국내 7대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장기 목표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핵심 계열사를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그룹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며, 시스템 경영 체제를 확립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신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은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복선과도 같았다. 이 자리에서 강 회장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기회가 있는 분야면 시장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오픈마인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7월 8일 STX는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상대는 총 매출 규모가 STX그룹의 5배 이상인 재계 3위의 SK그룹. 다윗과 골리앗만큼 체급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2조5000억원에서 3조원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닉스 인수가가 재무구조에 여유가 많지 않은 STX에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강 회장의 역할론이 그래서 더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인수합병의 귀재라 불리며 불가능할 것 같았던 매각 작업을 수차례 성사시킨 그의 경험이 인수전의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강 회장은 직접 인수합병을 지휘하며 최전선에 섰다. 중동국부펀드를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시켜 인수대금의 절반을 부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SK와 STX 두 그룹 모두 반도체 산업과 연관 사업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각 기업은 설명한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에야말로 하이닉스가 새 주인을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한 M & A 전문가는 “현금성 자산은 두 회사가 비슷한 규모로 가지고 있으나 영업 현금흐름에서 SK가 5배 더 큰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STX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닉스 품으면 재계 9위지난해 대우건설이라는 대형 매물을 포기하고 나온 뼈아픈 기억이 있는 강 회장에게 이번 하이닉스 인수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시황을 많이 타는 해운·조선업의 리스크를 상쇄하고 한 번의 거래로 그룹 외형을 크게 키우는 효과가 있다.

하이닉스가 STX에 들어오면 STX의 재계 순위는 단번에 다섯 계단을 뛰어 9위에 오르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계산에 능한 강 회장이 조 단위의 큰 매물에 생각 없이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하이닉스에 대한 강 회장의 기대가 예상보다 클 것이라 보고 있다. 단 10년 만에 대기업으로 키워낸 강 회장의 뚝심, 때로는 무모하리만큼 아슬아슬한 그의 베팅 실력이 이번 인수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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